치즈 평가단의 멤버가 되었어요.

삼주 전"치즈 평가단"에 속하는 한 친구한테 곧 치즈 품질 평가를 위한 시식회가 있을 건데 한 번 참여해 보지 않겠냐는 제의가 들어왔다. "치즈 평가단"은 Eurofins라는 유가공제품의 품질을 관리하는 기관의 외부 협력 단체로 Eurofins의 고객이 특정 치즈의  품질을 의뢰할 경우 "치즈 평가단"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치즈 평가단"이 하는 일은 특정 치즈의 모양, 향기, 맛을 정해진 기준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이번에는 18개월 숙성된 파미자노 레자노(Parmigiano Reggiano)치즈를 4종류 시식하고 평가한다고 했다.

평가단이 내린 점수는 Eurofins를 통해 치즈 평가를 의뢰한 대형마트에 보내지며 의뢰자는 이 점수를 기준으로 치즈의 구매 여부를 결정한다고 했다. 대형 마트(북이탈리아에는 Carrefour, Bennet,Conad,Coop 가 해당)가  고객인 만큼 치즈 구입과 유통이 평가단의 결정에 좌지우지된다고 하니 책임감이 적지 않았다.

먼저 치즈 평가단 멤버의 개인 경력을 보면 "이탈리아 치즈 테이스터 협회(ONAF)가 개설한 치즈 테이스터 제 1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협회에서 주관하는 다양한 치즈 테이스팅 행사 및 치즈공방을 방문하면서 치즈에 대한 다양한 지식과 후각 및 미각을 단련시켜 내공을 쌓아온 치즈 덕후들이다. 치즈의 '치'자도  모르던  나를 onAF과정을 수료했고 몇 가지 행사에 참여했다고 이런 중요한 자리에 초대를 해주다니 정말 고맙고 꿈을 꾸는것 같았다!!!

황홀한 꿈은 잠시... 식품 평가 경험이라고는  최근 3년에 와인품평회 몇 번 참여해서 와인 시음해 본 것이 전부인 나. 이 생각이 머리에 스치는 순간 단꿈에서 깨어났다. 하지만 와인도 음식이니 와인 평가한 경험이 치즈에도 효력을 발휘할 거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멤버들은 평가를 하기 전에 회의실에서 사전 미팅을 가졌다. 이 미팅의 목적은 치즈 샘플을 시식하면서 22개에 이르는 항목을 평가하는 방법과 점수 범위(range)를 결정한다. 개별 멤버가 샘플을 시식한 다음 각자 점수를 발표하고 그 근거를 설명한다. 멤버 각자 점수의 평균을 구한 값이 샘플 점수로 낙착되며 흥미로운건 샘플점수를 기준으로 멤버들이 다시 토론해서 치즈 평가 항목마다 Ideal Point(이상점수)를 정하는 것이다.

'이상점수'는 평가할 치즈의 타입(이번의 경우 18개월 숙성된 파미자노 레자노 치즈)의 품질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항목이 Ideal Point에 근접하거나 그 Point에 적중하는 횟수가 많아지면 우수한 치즈가 될 확률이 높다.

오늘 사전 미팅에서 정한 Ideal Point는 22개 정도지만 평가할 치즈 타입이 바뀔 때마다 Ideal Point가 새로 정해진다. 와인은 샘플 와인이 오감에 와 닿는 느낌을 숫자로 변환한 다음 OIV(세계와인 기구)가 정한 점수표에 채워 넣기만 하면 되지만 치즈 평가는 사전 미팅을 열고 치즈의 평가 항목과 점수 범위를 미리 정해서 멤버들 간의 점수차와 오류를 가급적 줄이려 한다.

사전 미팅이 끝난 멤버들은 Eurofins 건물 내부에 있는  Sensory Lab으로 이동한 후 개인 전용 Lab에서 4종류의 치즈를 평가했다. 4종류였지만 평가 항목이 22개나 되었기 때문에 한 시간이 걸렸다. 평가 후 멤버들은 다시 모여 각자의 의견을 나누었는데 그 의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파미자노 레자노 4종류의 샘플은 총평가 점수가 평균 7점(9점 만점)으로 품질이 우수했다. 엷은 볏 짚 색깔이 나지만 치즈의 숙성 상태에 따라 그 정도가 진하거나 흐렸다. 표면에는 치즈 눈(구멍)이 없었으며 껍질은 짙은 황토색에 광택이 났으며 찌그러지거나 패인 부분이 없었다. 파인애플,견과류, 끓인 우유향이 올라왔으며 개별 향들이 선명해서 시식할 때도 맛이 느껴질 정도였다.

18개월 숙성된 치즈라 과일, 야채향 같은 후레쉬 치즈의 맛은 감지할 수 없었지만 짠맛과 단맛이 조화로웠으며 우아미 맛이 감칠맛을 더했다. 숙성된 파미자노 레자노 치즈를 씹을 때 사각거리는 식감은  치즈의 맛을 돋보이게 했다.

아래의 테이블은 사전 미팅 때 샘플치즈를 시식한 후 멤버들이 결정한 파미자노 레자노 치즈(18개월)의 평가항목과 항목별 평균점수와 Ideal Point 를 옮겼다.

평가항목	샘플 평균 점수(범위: 1~9점)	Ideal Point
속살 색깔(18개월 숙성된 파미자노 레자노는 보통 옅은 볏짚 색깔이 난다)	3,5	4
치즈 눈(구멍)의 크기,수, 균일도	1	2,5
씹을 때 알갱이가 씹히는 수	2,5	4
향기의 강도	6	6
우유맛(신선한 우유, 요구르트,버터등 우유가 내는 맛)	4,5	6
야채맛	3	4
견과류맛	3	4
동물/축사 맛(치즈의 결점)	1	1
치즈껍질 바로 밑의 속살 맛	2,5	2
짠맛	5	5
신맛	3,5	3
단맛	4	5
쓴맛	2	1
감칠맛(우아미)	4	4
매운맛	3	1
과일맛	1	3
알갱이의 감촉	5	4,5
탄력정도(치즈를 씹을때 끈끈함의 정도)	1	1
여운	5,5	8
침샘자극도(침이 고이는 양)	6	7
치즈타입의 기준에 대한 적합성(충성도) 여부	7,5	8
총평가(시각,후각,미각)	7	8

몇 가지 치즈의 맛과 향만 간신히 음미 할 수준밖에 않되는 내가 이탈리아 대표 치즈의 하나를 평가를 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지만 다른 멤버들도 나처럼 시작해서 지금은 선임 평가원이 되었을 거라 생각하니 일종의 통과 의식즈음으로 편안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선배들이 오늘 느낌이 어떠했냐고 물어왔고 다음 주에도 다시 올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오늘 평가한 치즈보다 6개월 더 숙성한 24개월 파미자노 레자노 치즈라고 한다. Why Not?(당근이죠)

오늘 우리가 평가한 모든 치즈가 좋은 점수를 얻게 되어서 다행이었고 마트에서 이 치즈를 구입한 누군가가 엄지 손가락을 척 들어 올릴 만큼 맛있게 먹었으면 하는 바램이 내 마음 한구석에서 일었다.  

★ 일주일 후에 있었던 24개월 파미자노 레자노 치즈 평가 후기 포스팅은 여기를 클릭하면 됩니다 http://blog.daum.net/baeknanyoung/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