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롤로, 카누비(Cannubi)언덕을 보면서....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4. 1. 23. 06:59

본문


 

이탈리아 와인규정에는 "Menzione Geografiche Aggiuntive"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지역에서 생산되는 특정 등급(DOC)을

가진 와인에만 해당되는데, 포도가 재배되는 밭이 규정에 등록되어 있으면 와인이름과 함께 포도밭 이름을 나란히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즉, "지역명칭 추가"라는 뜻으로 "크뤼"로 해석한다면 이해가 더 빠르다. 피에몬테주의 대표적 와인 바롤로 다음에 "카누비Cannubi"

"몽프리바토Monprivato" "부르나테Brunate" "지네스트라Ginestra" "폰타나프레다Fontanafredda"등 와인이름(바롤로)만큼 유명세를

타는 포도밭이름이 뒤따라 오고 "아시리Asili"  "마르티넨가Martinenga" "라바야Rabaja" "갈리나Gallina"가 바르바레스코 와인 이름 앞뒤에 올 수 있다.


                                                

                                                                                            바롤로 정상에서 본 카누비 언덕

 

바롤로 와인을 흠모하는 와인 애호가라면 한 번쯤 마셔봤거나 그렇지 않았다면 꼭 시음해보길 희망하는 와인이 카누비(Cannubi)단어와 나란히 오는

바롤로일 것이다. 카누비 포도밭은 1500년 대에 지어진 팔레티(Falletti) 후작가문의  주거지이자  현재는 주립에노테카와 와인 박물관 (WIMU)이 소재하는

팔레티 바롤로(Castello Falletti di Barolo)고성을 정상에 두고 있는 바롤로 마을 북쪽에 위치한 야트막한 언덕이다.

 


                                                                                                바롤로 주변지역 경치


지라포조(girapoggio)방식에 따라 포도나무가 동서로 배열된 모습이 마치 초등학교 입학식에 가는 남자아이의 가지런하게 잘 빚은 머릿결을 떠올리게 한다.

필자는 한 여름에도 서늘해서 얇은 가디건을 걸치고 있어야 할 정도로 높은 곳에 있는 포도밭에서 우수한 와인이 나온다고 알고 있었다.

카누비 언덕은 이런 융통성없는 선입견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유연한 절충식으로 바뀌게 했다.

 

예전에 한 번이라도 키재기 하듯 우뜩 솟은 언덕에 (: 라모라La Morra, 세라룽가 달바Serralunga d’Alba,몽포르테 달바Monforte d’Alba, 카스티리오네 팔레토Castiglione Falletto 마을)올라 카누비언덕의 아담한 높이를 본적이 있다면, 북쪽에서 불어오는 칼 날 같은 바람과 서리를 높은 언덕들이 막아주기 때문에 낮은

카누비 언덕은  반사이익을 얻는다는 말을 귀담아 들었다면 필자의 포도밭 풍수지리설이 허술했음을 일찌감치 알아차렸을 것이다.

 

카누비는 좌우가 긴 타원형 언덕으로 총 15헥타르의 포도밭으로 덮혀 있다. 언덕정상은 바롤로마을 정상보다는 약간 낮은 250m이며  밭은 모두 동쪽과

남동 방향을 향하고 있다. 그 때문에 이곳에 심어진 네비올로는 하루 중 온도가 가장 낮은 아침일찍 부터 정오까지 햇살을 듬뿍받을 수 있다.

15헥타르 남짓한 카누비언덕을 약 20여개의 와이너리가 소유하고 있다. 그 중 체레토, 다밀라노, 파올로 스카비노, 마르케시 디 바롤로, 보르고뇨 와이너리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있는 카누비와인 고수들이다.


                                                                            

                                                                                    산타가타 토양에 심은  네비올로                                             


지금이야  카누비는 바롤로 와인 라벨에 쓸 수 있는 190여개의 포도밭 이름 중 하나지만 1844년 이전만에도 랑게심장부에서 나는 우수 와인을 대표했다.

, 18세기 바롤로 였다. 카누비와인이 바롤로라는 용광로에 녹아들게 된것은 줄리 콜베르 팔레티(Juliette Colbert

Falletti)’ 후작부인의 활약때문이다. 줄리 콜베르는 루이14세 때 재무부 장관을 지낸 콜베르의 증손녀 였는데 외교관 신분으로 파리에서 근무하던

카를로 탄크레디 팔레티(Carlo Tancredi Falletti)’ 후작과 결혼을 한다. 팔레티 후작은 바롤로 마을과 그 주변에 거대한 포도밭을 소유했었고 그곳에서 재배된

네비올로로 만든 와인은 달콤하고 기포가 올라오는 와인이었다.

                                                                                                    바롤로 성 입구


후작부인은 파리 출신의 상류층이라 보르도 와인을 이미 마셔봤고 와인에 대한 지식도 상당했다. 그녀는 배우자의 영토에서 난 네비올로 와인도

보르도식으로 양조한다면 보디감도 상당하며 숙성시킬수록 맛과 향기가 개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알아차린다. 줄리 콜베르는 고향에서 양조가를 불러와

다양한 실험을 거친 후 타닌이 두드러지며 드라이한 맛의 네비올로 와인제조에 성공한다.

 

새로 탄생된 네비올로의 맛이 대단하다는 소문을 들은  사르데냐 왕국의 카를로 알베르토왕은 측근을 통해 마셔보고 싶다는 의향을 넌지시 띄운다.

이에 후작부인은 네비올로를 가득 채운 600리터짜리 보테(나무통) 300통을 수레에 실어  왕의 거처가 있는 토리노로 보냈다. 왕은 그 맛에 반했고

당장 그린자네(Grinzane)마을에  왕실포도밭을 구입하게 해서 왕 만을 위한 네비올로를 만들도록 명령했다. 그 임무는 그 당시 새로구입한 포도밭이 있는

마을을 다스리던 카밀로 카브루(Camilo Benso Cavour)’ 백작이 맡게된다. 백작은 보르고뉴 출신 양조가 루이 오다(Louis Oudart)’와 함께 후작부인에 의해

탄생된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켰고 병입도 도입하고 코르크 마개를 사용해 와인변질을 방지하려했다.


                                                                                                     카밀로 카브루 백작


                                                                                            줄리 콜베르 팔레티 후작 부인



카브루 백작의 공도 상당했지만 새로운 네비올로 와인 이름에 기여한 것은 후작부인의 공이 다분히 반영되었다. 그녀가 살았고

네비올로가 실험,탄생된 바롤로 마을이 와인이름이 되었기 때문이다.  후에 바롤로 와인은 사르데냐 왕국 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이들이

유럽왕실을 방문하거나 각 국 귀족들이 궁을 방문할 때마다 만찬와인으로 등장해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는 별명을 얻게된다.

 

라벨에 바롤로만 표시되있는 와인에 비해 카누비라는 단어가 따라 올 경우 왜 두 배,세 배 이상의 높은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눈깜짝 할 사이에 와인 진열대에서

사라질까! 다름아닌 카누비와인 = 균형잡힌 맛등식 때문이다.  , 카누비 와인은 다른 바롤로에 비해 레드와인의 주요 성분이면서도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는

거부감을 줄 수도 있는 산도, 타닌등의 강한 맛을 내는 성분이 부드러우며, 알콜이나 폴리알콜(polyalcohol)같은 매끈한 맛을 주는 성분과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잘 이룬다.

 

이러한 장점은 네비올로 뿌리가 카누비로 부터 빨아들이는 독특한 토양성분이 만들어낸 합주곡이다. 카누비 토양은 한마디로 산타가타 (Sant’Agata)이회토

불리는데 토르토니아노(tortoniano)’엘베지아노이회토가 골고루 섞여있기 때문이다. 탄산마그네슘과 탄산망간성분이 풍부한 석회암지형으로 토질이

차갑다. 엷은 하늘색과 회색이 도는데 멀리서 보면 눈 밭으로 착각될 정도이다.

                              


                                                                                                        산타가타 이회토


카누비 와인은 토르토니안 토양의 장점을 취해서 갖 출시된 바롤로라도 잘 짜여진 구조에서 피어오르는 놀라운 체리,장미향과 이 모든것이 타닌,산도와

화음을 이룬다. 또한, 엘베지아노땅에서 흡수한 장기숙성힘은 15~20년 세월이 지난 후 어떤  뜻 깊은 날 지인과 함께 마개를 열었을때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와 같은 땅 예찬론에 카누비 와인을 몇 대 째 만들어온 바롤로의 고참  ‘E.Pira& Figli’사의 키아라 보스키스(Chiara Boschis)’사장은 토박이 농군들의 숨은

공도 있음을 다음과 같이 넌지시 비친다.“ 마력이 굉장한 엔진을 장착한 페라리도 조정사가 경험이 많아야 제 능력을 발휘하죠. 마찬가지로 좋은 와인은

70%의 포도밭과 그 곳에서 태어나고 자라 그 토양을 본능처럼 아는 토박이 농부가, 조상이 전달해준 경험과 그것을 적재적소에 활용할 줄 아는

인간 요소 30%가 만드는 자연-인간의 협업이죠.”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