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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리나 토리네제 와인'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1)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3. 1. 29. 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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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몬테(이탈리아 최북서에 위치한 주)의 주요 와인산지 지도를 펼쳐보면 맨 먼저 랑게,

몽페라토에 눈이 간다. 혹 피에몬테와인을 많이 접해 본 네비올로 애호가라면 눈동자를

위로 조금 치켜올려 "가티나라"나 "겜메"와 같은 조그만 마을도 구분해 낼 것이다.

그 애호가가 생전 마셔본 적이 없는 와인에 호기심이 많다면 위의 지역 (랑게, 가티나라,겜메)을

위 아래 연결했을 때 얻어지는 직선 축에서 왼편으로 조금 벗어난 곳에 "콜리나 토리네제 Collina Torinese"

라는 명칭에 눈이 잠시 머무를 수도 있다.


                                                             피에몬테 주요와인산지                                 토리노 언덕의 주요 두 와인


 꼴리나collina’는 언덕이라는 뜻이고 토리네제Torinese’는 토리노의 소유격이다.

이탈리아의 수 많은 와인이름은  꼴리나 ____’로 불러지고 있어 이 단어는 그리 낯설지 않으므로

이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이 토리노 어디쯤에 있는 언덕지형임을 금방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꼴리나 토리네제가 속하고 있는 서쪽과 북서쪽을 합친 면적은 랑게+몽페라토 +일부 북동지역(겜메,가띠나라)의 그것과 비교했을때

비슷하지만 한국은 물론 이탈리아에도 잘 알려지지 않은 와인생산지이다.

콜리나 토리네제 와인이 생산되는 포도밭


최근 피자집이나 슬로푸드를 표방하는 레스토랑의 메뉴에 자주 등장하는 제로 km” 요리가 있다.

이것은 레스토랑 근방에서 재배된 농산물로만 만든 요리로 무탄소, 무공해  요리임을 표방하는데  콜리나 토리네제 와인

아쉽게도 지역환경문제하고는 전혀상관없는 마케팅부재로 생산지역위주로 소비되고 있다.

 

토리노는 1861  이탈리아를 처음으로 통일한 공로로 알려진  사보이왕국의 수도였다.

덕분에 토리노 중심지인 피아짜 카스텔로광장에는 사보이왕조의 정궁, 성당, 행정관청들이 몰려있고  광장에서

동쪽에 난 길(포 거리,via Po)을 따라 1km정도 걸어가면 피에몬테의 젖줄인 포(Po)강에 도달한다.



                                                                                     토리노 중심지 "피아짜 카스텔로"


강 건너편은 부드러운 오르막길로 시작되다 어느 지점부터는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오는 가지들을 연상시키듯

발 살리체(Val Salice)’ ‘발 산 마르티노(Val San Martino)’ ‘꼴리나 디 칸디오(Collina di Candio)’ ‘꼴리나 디 수페르가(Collina di Superga)’

각각의 이름으로 해발 600m이상의 낮은 산 무리로 변한다. 이곳은1600년 경  성아구스티노 수도사들의 활약으로 포도재배 기술과

와인양조기술이 보급되었고 1563년 사보이공국의 새 도읍지가 된 토리노와 가까웠기 때문에  

이곳 귀족들의  와인취향을 만족시키던  와인생산지역이었다.


토리노 시가를 흐르는 포(Po) 강


현재 이 언덕에 소재하는  28여 개의 마을(1,172,000 m2의 면적에서 연 621,032병 생산)에서 2종류의

DOC 와인( Collina Torinese DOC, Freisa di Chieri DOC)이 생산되고 있다. 지방색이 강한 프레이자(Freisa), 바르베라,

보나르다, 말바시아, 카리(Cari) 품종으로 드라이 화이트와 레드, 스위트,약발포성, 발포성, 노벨로(이탈리아식 보졸레)를 생산하고 있다.

 

프레이자는 네비올로와 먼 친척뻘로, 타닌함량이 높기로 유명해서 나무통숙성을 거치지 않을 경우 혀를 마비시키는 듯한 떫은맛이 난다.

피에몬테에서는 약간 단맛이 나는 약발포성 와인으로 즐기며  와인잔이 아닌 물 컵에 따라 마셔도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드라이한 경우는 투명한 루비색과 신선한 꽃 향기와 와인발효때 양조장에서 나는 향기로 어릴 때 부담없이 마실 수 있다.


                                                                              꼴리나 디 수페르가 정상에 세워진 수페르가 성당


콜리나 토리네제와인을 얘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감초역활은 조반니 바티스타 크로체 (Giovanni Battista Croce)’가 쓰고

1606년에 첫 출판된  토리노 언덕에서 생산되는 와인의 우수함과 다양함 Della eccellenza e diversità dei vini  che sulla collina di Torino che si fanno’ 이다.

저자는 밀라노 출신이며  보석세공사로 일하다가1580년 경  사보이공국의 군주였던 까를로 에마누엘레1(Carlo Emanuele 1)’ 부름에 따라

왕실보석세공사로 부임하게 되어 토리노에서 일생을 보낸다.



조반니 바티스타 크로체가 쓴 저서


저자는 생전에 직업외에 포도재배와 와인양조에  대한 열정이 대단했는데 토리노 언덕 ( Val San Martino, Val Salice, Val di Candia)

 남쪽을 향하고 있는 특급 포도밭은 거의 저자 소유였다.  이곳에서  크로체는 포도품종 실험과 새로운 양조법을 시도했고

여기서 얻은 산지식을 모아서 위의 책을 엮었다.  이 책은 총 1000 페이지에 이르는데  몇 가지 중요한 내용만 간추려보도록 하겠다.

 

크로체의 책 첫 페이지는 네비올로로 시작하는데 현재 랑게에서는 주연대접을 받고 있지만 토리노 언덕에서는

은퇴한 노부부가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가꾸는 텃밭이나 농부가 반주로 마시기 위해 밭 한쪽에 몇 열 가꾸는 정도의 조연대접을 받고있다.

그러나, 저자가 살던 시절에는 햇빛이 잘드는 남향밭에는 어김없이 네비올로가 재배되고 있었다. 이 언덕에서는 네비올로를 네비올nebiol’로 불렸고

이는 그 당시에 귀족을 뜻하는 노빌(nobil) 발음이 비슷한 점을 고려하면  nobil nebiol이란 단어에 깊은 영향을 주었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은 일부 북피에몬테 지역을 제외하고는 드라이한 네비올로를 마시지만 그 당시에는 발포성의 달콤한 네비올로를 즐겼다고 한다.

저자는 이당시의 관행으로 만든 네비올로를 달고 보디감도 상당해 귀족이 마시기에 적당하다했다.



                                                                                                 17세기 콜리나 토리네제


또한, 저자는 16~17세기에  많이 적용되던 28가지 양조법을 소개하는데 그것으로는 비노 비앙코1vino bianco(3가지)’

그리죠grigio2’ ‘솟트랏타sottratta3’ ’끼아렛토 chiaretto4(8가지)’ ‘파시토passito(3가지, 스위트와인)’ ‘프리잔테frizzante(7가지,약발포성 와인)’

스키아파토 schiappato5(3가지)’ 이다(→아래의 양조법 설명참조). 또한, 어떤 포도품종의 특징을 장단점으로 구분한 뒤 그것에

따른 적합한 와인제조법도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그 예로 소스트랏타sostratta(=위의 솟트랏타3와 같음)’  끼아렛토chiaretto’

끼아렛토 코페르토 chiaretto coperto6’ ‘뱅 드 메로니vin de melloni’ 포스카posca7(스키아파토5와 유사)가 있다.

 

요즘은 내 주머니 사정과 취향에 따라 와인을 선택하지만 이 당시에는 개인사정외에 자기가 속한 사회신분도 고려해야 했다.

낮은 신분계층을 겨냥해 만든 와인을 말하는데 위의 스키아파토5가 그 경우다. 이 와인은 세간에서 피퀘테piquette’ 포스카posca’ 또는

물탄 와인acquatico’이라고도 불렸는데 알코올 농도가 매우 낮고 저렴한 생산비용 때문에 노비 와인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탁월한 청량효과 때문에  하층와인이라는 신분암시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이 여름에 많이 마셨다.

 

여기서 잠시 저자가 묘사한 포스카7와인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발효가 막 끝난 와인을 따라낸 후 발효통안에 남아있는

포도껍질과 효모찌꺼기는 버리지 않는다. 여기에 포도꼭지와 정해진량의 물과 여과시킨 포도즙을 섞는다.

가끔 청포도 알맹이를 발효통에 넣어 발효중인 내용물에 포도맛과 향을 보충시켰다. 이렇게 하면 비용은 줄이면서 와인 아니

포도로 만든 알콜음료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다.

 

…………………………………크로체의  양조법  설명…………………………………………….

1 비노비앙코; 드라이 화이트 와인

2 그리죠grigio; 잘익은 포도를 압착해서 나오는 첫 번째와 두번째 포도즙을 말함.

달고 탄산가스가  포함된 그리죠 와인을 장기간 보전하려면 다음과 같이한다.  

발효기미가 보이기 시작할 때 즉시 다른 용기에 와인을 옮긴다. 더 이상 발효가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 위의 과정을  

계속하면  항상 탄산가스와 단맛이 유지된다.

3  솟트랏타sottratta; 포도를 압착기에 넣었을 때 압착하지 않아도 포도알끼리 서로 으깨져 나오는 포도즙.

4 끼아렛토chiaretto; ①달콤한 끼아렛토:잘익은 네비올, 모스토소, 네렛토 포도를 따서 땅에 널어 8일 정도 잘 말린 후 큰

나무통으로 옮긴다. 발로 부드럽게 으깨서 나오는  포도즙을 즉시 병 모양으로 생긴 큰 나무통으로 옮긴다.

이 통 입구를 뚜껑이 아닌 흙으로 만든 그릇으로 덮어놓는다. 그릇아래로 와인 부산물이 넘처나면 나무주걱으로 거둬낸다.

한달 후 가라앉은 찌꺼기를 걷어내고, 이로부터 한달 후 깨끗하고 냄새가 않나는 청결한 나무통으로 옮기면

끼아렛토를 오랫동안 좋은상태로 보존할 수 있다.

②드라이  끼아렛토: 적포도를 따서 땅에 널어 건조시킨 후 큰 나무통에 넣어 발로으깬다. 그 통에서 발효가 시작되면  2~3일 후에 다른 용기로 옮긴다.

5  스키아파토 chiappato; 본문에서 설명

6  끼아렛토 코페르토chiaretto coperto; 4 의 ②드라이 끼아렛토와 방법은 같으나  발효를2일 더 시킨 후 와인을 다른용기로 옮긴다.

7 포스카posca ; 본문에서 설명




토리노대학 양조학과에서 만들고 토리노 시청이 지원한 프레이자 와인


당시에도 지금과 마찬가지로 와인을 감각기관으로 평가했었는데 와인의 색, 맛과 향 외에 와인에 들어있는 탄산가스도 평가기준으로 넣은게

눈여겨 볼 만하다.  또한, 토리노 언덕에 살던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로제, 스위트, 발포성 와인을 선호,애음했었다.

그당시 와인은 대부분 도수가 낮고 양조기술이 발달하지 않아 장기보관이 불가능해 그 해 만든 와인은 그해에  다 소비하는게 일반적이었다.

 

 스위트와인은 지금처럼 피에몬테 아로마 품종의 대부인 모스카토가 아닌 단순한 맛과 향을 가진 에르바루체erbaluce’로 만들었다고 한다.

에르바루체는 토리노 북쪽에서 많이 재배되는 화이트 품종으로 현재는 드라이와인과 파시토와인을만드는데 쓰인다 (알면 더 친근해지는 피에몬테와인(2)참고http://www.wineok.com/board.php?PN=board_view&code=specialthema&no=108).

저자인 크로체가 타임머신을 타고 400년 후 토리노로 와서 모스카토로 만든 약 발포성의 달콤한 모스카토 와인과 잔당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드라이한 에르바루체를 마신다면 후예들의 와인취향을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해진다.



꼴리나 토리네제 와인에 대한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2)가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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