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장터에 가면 뜻밖의 와인을 접하게되어 놀라는 경우가 종종있다.
이번에는 'gamba di pernice'라는 긴 이름의 와인인데 '자고새의 발
(足)'이란 뜻으로 품종이름을 와인이름으로 사용했다.
가판대로 빼곡한 비좁은 골목을 누비다가 와인가판대 사장님으로 보이는 듯한 분이 한 잔 시음해 보지않겠냐고
권유해서 아무런 기대와 부담없이 마셨다.들어본적도 없는 와인이기에 약간의 호기심도 일기도 했다
때로는 일상에 젖어 무관심으로 한 행위지만 의외의 발견으로 습관에 안주하고 있는 나 자신에 문뜩 직면하게 된다 ~~
잔 주위는 흐린 벽돌색이지만 그 중심으로 갈수록 짙어지는 색깔, 처음에는 농익은 빨간색 과일 향기(블루베리,라즈베리,체리, 자두..)가
올라오다 2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맡으면 초코렛,검은후추,타바코,감초향으로 변해있다.
잘 어우러진 타닌과 산도가
상당히 오래 숙성된것임을 짐작하게 했고 지금의 나이처럼 앞으로도 잘 보존되리라는 추측이 어렵지 않았다
입에서도 코로 맡은 초코렛과 감초향기가 오래도록 남아있었다.
양해를 구하고 병라벨을 확인했으나 품종이름외에는 양조방식, 생산지역에 대한 정보도 없었다.
빨간색 병목띠도 않붙어 있고 DOC, DOCG란 등급표시도 없는게 테이블와인인게 분명했다.
" 와인샵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 바르베라, 네비올로 와인 수준이내요"라는 찬사가 자연스레 튀어나왔고
이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와인을 권 한 분은 자랑스럽게 다음을 설명해 주셨다.
"이 와인은 2004년도 빈티지입니다. "감바 디 페르니체gamba di pernice"란 적포도 100%로
만들었는데, 20~25일 동안 포도껍질과 포도즙이 접촉하도록 놔두었고 그 기간동안
펌핑도 자주해 주었죠. 발효가 끝난 다음에는 스텐레스 용기에서만 3년 놔둔 다음 병입을 했죠..
그게 다예요.나무통 근처에도 않갔었죠. 포도자체의 특성을 살리려고만 했어요. '감바디 페르니체'와인은 네비올로처럼
아주 오래놔 두었다(10~20년) 마시면 정말 맛과 향이 더 좋아지죠"
발음도 어려운 '감바 디 페르니체'라는 이름을 갖게된것은 이른 봄에 포도송이에 꽃이 필때
포도 자루의 색깔이 빨간색으로 변하는데 이 때 모양이 마치 자고새의 발 처럼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주로 재배되는 지역은 바르베라와 모스카토 와인으로 유명한 아스티 주변인데, 카로쏘(Calosso), 카넬리(Canelli),코스티리오레 다스티(Costigliole d'Asti)
이다. 총 6헥타르의 밭에서 재배되며 90%는 카로쏘에 집중되있고 약 10명 정도의 생산자 만이 재배한다.
위의 3 지역에서는 아주 옛날부터 재배되었다고 하는데 1798년 누보로네(Nuvolone) 백작이 쓴 포도에 대한 기록에는
" 감바 디 페르니체'품종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른 레드와인의 맛과 향을 높이기 위해 첨가한다' 라고 적혀있다.
특이한 사항은 1800년 대 중반 유럽전역을 휩쓸었던 필록셀라의 위협에서도 살아남았고
미국뿌리를 이식하지 않은 원래 뿌리를 보존하고 있어 수 백 년부터 간직해온 포도의 참된 맛과 향을 갖은 기특한 포도다.
더 기특한 것은 한 뼘(6헥타)에 불과한 포도밭에서 소수의 생산자들의 땀이 만들어낸 희귀한 와인임을 인정받아
2011년 원산지 명칭 DOC에 오르게 되었다. 이전까지 포도품종(감바 디 페르니체)으로만 불렸던 이 와인은
'카로쏘(Calosso DOC)'란 새 이름을 갖게 되었다.
내가 마신 와인은 2004년 도 산이라 새 이름과 등급으로 불릴 수는 없지만 2011년 부터 생산된 와인은
7~8년 지나면 2004년 만큼 감흥을 줄 수 있는 와인임을 확신시켜주는 지표임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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