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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누타 디 카페짜나 와이너리 Tenuta di Capezzana

블로그 운영자가 쓴 와인칼럼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4. 8. 20.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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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누타 디 카페짜나의 실세 3인방. 왼쪽 두 번째부터 베아트리체, 필리포, 베네데타 콘티니 보나코시>

 

아르티미니 빌라에서 북쪽으로 12km정도 전진하면 테누타 디 카페짜나 빌라가 나온다. 넓은 안뜰을 감싸 안은 소박한 빌라는 영화 '오만과 편견'의 베네트 자매들이 곧 튀어나올 것만 같이 고풍스럽다.

 

카페짜나 농장의 와인과 올리브 오일 역사는 피렌체 고문서국이 보관하고 있는 804년도로 추정되는 양피지에 남아있다. 카페짜나 건물과 농토를 올리브 오일과 와인 생산 목적으로 임대한다는 내용의 계약서다. 빌라와 농장이 콘티니 보나코시 가문의 소유로 넘어오게 된 때는 1920년대다. 스페인에서 골동품 상을 하던 알레산드로 콘티니 보나코시 백작이 이탈리아 첫 거주지로 카페짜나를 인수한 게 시초다.

 

마침 인근에 매물로 나와있던 농장 두 군데를 사들이면서 농지가 670여 핵타르에 이르는 테누타 디 카페짜나를 출범한다. 백작이 그린 카페짜나의 미래는 명확했다. 가내 수공업 수준의 농장을 향상된 농법을 통해 품질 장벽을 뛰어넘는 것이다. 그의 의도가 실현된 첫 와인은 1925년 산 '빌라 디 카페짜나 Villa Di Capezzana 카르미냐노' 와인이다. 산조베제 80%에 카베르네 프랑과 카베르네 소비뇽을  20% 섞었다. 콘티니 보나코시 가족이 5대째 지켜오고 있는 전통 블랜딩이다.

 

4세대이자 와인 메이커인 베네데타에 따르면 카르미냐노는 이탈리아 최초의 수퍼 투스칸이다. "16세기에 프랑스 왕 앙리 2세의 왕비에 등극한 카트린느 데 메디치가 카베르네 품종을 모국에 전달했어요. 그래서 카베르네를 프랑스에서 온 포도라는 뜻의 '우바 프란체스카 Uva Francesca'라 부르는 오래된 풍습이 있어요. 양을 따로 글로 명시한 적은 없었지만 항상 산조베제와 섞어 만들었죠".

 

백작은 농장일을 돌보면서도 골동품 수집에 대한 열정을 놓지 않았다. 와인을 전부 내다 팔지 않고 일부는 남겨두었다. 그의 첫 번째 빈티지인 1925년 부터 후손들이 보탠 와인까지 가문의 컬랙션이 지하에서 숨 쉬고 있다. 백작이 생전에 수집했던 그림, 조각, 가구, 도자기는 피렌체 우피치 박물관에 기증했다.

 

<빈산타이아. 빈산토 와인의 원료인 산조베제의 아파시멘토가 이루어지는 곳이다>

 

현재 와이너리는 필리포, 베아트리체, 베네데타가 멤버인 4세대 트로이카 운영체제다. 670여 헥타르의 농지는 78헥타르의 포도밭과 30만 그루 규모의 140 헥타르 올리브 밭으로 나누어진다. 셀러와 함께 가족의 애정이 집중된 곳은 빈산타이아다. 트레비아노와 말바시아 포도를 여섯 달 말려서 압착한 진액이 발효와 숙성을 완성한다. 포도 건조철에 가족을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한다. 포도에 곰팡이가 피지 못하게 자주 뒤집어 줘야 하기 때문이다. 빈산토는 리제르바 타입으로 6년 오크에서 숙성한 와인을 병에 (5백 ml) 밀봉한 채로 4년 더 놔둔다. 한 해에 5천7백 병만 시중에 풀리는 귀한 맛이다.

<좌측부터-트레비아노 IGT, 카르미냐노 Docg 빌라 디 카페짜나 2018, 카르미냐노 Docg 빌라 디 카페짜나 2012, Chiaie della Furba 2018>

 

트레비아노 IGT 빈티지 2020- 트레비아노를 압착한 주스의 반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절반은 오크에 나누어 알코올 발효한다. 오크통에서 유산 발효를 마치면 소형 배럴(225리터와 500리터 크기)에 나누어 6개월 숙성한다. 바닐라, 구운 빵, 백장미, 아몬드 향이 우아하다. 산뜻한 산미와 쌉쌀한 미네랄이 담백한 맛을 낸다. 부드러운 질감과 상큼한 과일향이 피어오른다.

 

카르미냐노 Docg 빌라 디 카페짜나 빈티지 2018-점토와 자갈로 된 토양에서 자란 산조베제(80%), 카베르네 소비뇽(20%)을 압착한 주스를 20일간 발효 및 침용을 거친다. 오크 배럴에서 유산 발효를 끝낸 와인의 70%는 오크배럴(500리터 크기)에서 12개월, 30%는 보테 숙성을 16개월 한다. 블랜딩 한 와인은 잠시 안정을 취한 다음 추가로 12개월 병 숙성을 한다. 오크, 부싯돌, 허브, 타바코, 달콤한 체리, 자두의 농밀함이 감미롭다. 섬세하게 다듬어진 타닌과 풀 보디의 중후함이 어우러진다. 신선한 산미와 부드러운 질감이 유쾌함을 남긴다.

 

2006년 빈티지부터 빌라 디 카페짜나 중 3천 병을 골라 10년 더 숙성한다. 올해는 2018년과 나란히 2012년 빈티지가 시판되고 있다. 이는 알레산드로 백작의 골동품 열정이 후손들한테 전해진 것으로 카르미냐노 와인의 뛰어난 숙성력이 돋보인다.

 

카르미냐노 Villa Di Capezzana 빈티지 2012- 토양과 양조방식은 2018년과 동일하다. 타바코, 젖은 낙엽, 숲, 향나무, 해초, 허브, 오리엔탈 스파이시, 후추, 가죽의 임팩트가 전해진다. 여기에 감초 발삼, 민트가 곁들여져 복합적인 면모를 보인다. 타닌 결이 매끄럽고 짭짤한 미네랄과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풀보디에 단단한 구조가 중심을 잡고 있어 중후한 멋과 긴장감이 출중하다.

 

                                                  <빈산토 카르미냐노 리제르바 2014빈티지>

 

빈산토 디 카르미냐노 리제르바 빈티지 2014- 짙은 갈색빛이 오렌지 섬광을 발한다. 호두, 오렌지 필, 조청, 아카시아 꿀, 군밤, 밤 꿀 향기가 감미롭다. 달콤한 여운이 입안을 채우지만 예리한 산미가 말끔히 정리해 준다. 산미는 알코올의 열기를 가라앉힌다. 매끈한 질감, 미네랄 뉘앙스가 더해져 감칠맛을 낸다. 디저트 와인으로 더할 나위 없지만 명상을 위한 와인으로도 손색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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