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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가를 매혹시킨 아르티미노 경치

블로그 운영자가 쓴 와인칼럼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4. 8. 9.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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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티미노 빌라와 주변 경관. 빌라는 말끔하게 깎인 잔디 위에 단아한 자태를 드러내고 있다. 건물은 발 밑에 포도밭과 올리브 밭 경치를 두고 있다. 1층에는 갈색빛의 4개 아치를 둔 로지아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백색 파사드와 멋진 대조를 이룬다>

 

카르미냐노(Carmignano) 마을은 피렌체에서 피사(Pisa) 가는 길목에 위치하고 있다. 서 피렌체를 벗어나 피사 방향으로 40분 정도 가다 보면 갑자기 올리브와 포도밭 망망대해가 펼쳐진다. 촌락에 불과했던 마을이 메디치 가문과 관련을 맺게 된 연유는 페르디난도 메디치 1세가 1956년 1월 19일, 그의 왕비한테 보낸 '부인, 여기는(카르미냐노) 봄이 한창이라오'란 편지 구절에서 잘 나타난다. 왕실 건축가에 의뢰해 짓게 한 빌라는 4년 만에 완성을 본다.

 

카르미냐노와 메디치 카의 두 번째 밀회는 1716년에 있었다. 코시모 3세 대공은 그 해에 자신의 이름을 딴 코시모 칙령을 선포하는데 골자는 이렇다. 카르미냐노, 포미노, 끼안티(후에 끼안티 클라시코로 변경), 발다르노 소프라 와인의 보호 조항과 각 와인의 제조가 가능한 경계선을 공식화했다. 그 당시 토스카나 와인의 명예를 실추시킨 위조 와인 제조와 부적절한 와인 보관 관행을 막기 위한 결단이었다. 따라서 코시모 칙령은 이탈리아 최초의 와인 규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백 개 굴뚝의 빌라- 테누타 디 아르티미노

 

빌라는 백개의 굴뚝이란  별명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붕에 솟아 있는 굴뚝 숲을 본다면 수긍이 간다. 건물에 위엄을 주기 위한 양식을 따르다 보니 천장이 높아졌고 윗풍이 심한 겨울은 벽난로가 아니면 견디기 힘들었을 게다. 메디치 시절, 43개 벽난로를 켜 실내를 덥혔다고 하는데 타고 남은 재를 치우는 것도 보통일이 아니었을 게다.

 

1898년부터 빌라는 올모(Olmo) 가족 소유로 돼있다. 1935년 밀라노 사이클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있는 주제페 올모는 페르디난도 1세가 그랬던 것처럼 한눈에 반해 빌라와 70헥타르 농장을 인수했다. 현재는 손주인 안나벨라 파스칼레 CEO와 프란체스코 스포토르노 올모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신세대는 이름을 '테누타 디 아르티미노 Tenuta di Artimino'로 변경했고 와이너리에 휴식을 결합한 와인리조트로 개장했다.

 

인근 농부들이 키운 식재료와 전통 토스카나 레시피가 만난 레스토랑과 전원풍 호텔이 와인과 하나가 된다. 셀러 곳곳은 올모 가족이 오기 전부터 지키고 있던 올빈들 위로 먼지가 수북하다. 고객의 요청이 있을 때 셀러는 레스토랑으로 변신하는 유연성을 발휘한다. 오크에 촛불 그림자를 드리운 가운데 와인과 최상의 조합을 이룬 토스카나 식탁이 선사하는 낭만을 즐길 수 있다.

 

테누타 디 아르티니노의 주력 와인은 중후한 맛의 카르미냐노와 신선미 위주의 가벼운 바르코 레알레로 이루어진다. 와인 비평가로부터 찬사를 얻고 잇는 포지라르카(Poggilarca)와 그루마렐로(Grumarello)는 아이콘 명성에 걸맞은 와인들이다.

                               <카르미냐노 Docg 포지라르카 와인. 좌측부터 2015,2016,2017, 2018 빈티지>

 

카르미냐노 Docg 포지라르카는 모래, 미사, 점토의 혼합토에서 자란 산조베제,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를 블랜딩 했다. 먼저, 섞지 않은 포도를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안에서 알코올 발효했다. 산조베제와 카베르네는 슬라보니아산(30~50헥토리터) 보테에서 따로 숙성하고, 메를로는 두 번 사용한 바리크에서 18개월 숙성했다. 블랜딩 한 와인을 병입해서 6개월 더 병숙성했다.

 

2018 빈티지는 달콤한 블랙베리, 자두, 감초 향기와 매콤한 스파이시 향이 그윽하게 퍼진다. 매끄러운 타닌결과 원만한 산미가 조화를 이루며 농축미가 두드러진다. 2017 빈티지는 체리, 바닐라, 오크 터치는 상큼한 과일향과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알코올의 더운 느낌은 산미가 진정시켜 준다. 타닌은 촘촘한 구조가 돋보이며 유려한 질감을 지닌다. 2016 빈티지는매콤한 스파이시와 오크향의 농익은 내음을 비친다. 타바코, 민트, 감초향이 매력적이며 붉은 과일향이 어우러진다. 2015 빈티지는 블랙베리, 체리, 자두, 후추, 민트, 계피의 진함과 송진향이 특이한 여운을 준다. 경쾌한 산미가 생기발랄하며 잘 익은 타닌이 발하는 치밀함과 실크 질감을 겸비했다.

< 카르미냐노 리제르바 Docg 그루마렐로. 왼쪽부터 2015,2016,2017 빈티지>

 

카르미냐노 리제르바 Docg 그루마렐로는 산조베제(65~75%)에 카베르네 소비뇽(15~20%), 메를로와 시라를 소량 블랜딩했다. 토양은 포지라르카와 비슷한 토질을 지녔다. 슬라보니아산 보케(30~50 헥토리터)에서 24개월 숙성한 후 병숙성 12개월 추가해 완성도를 높였다.

 

2017 빈티지는 바닐라, 허브향에 이어 초콜릿, 흑자두, 삼나무 향기로 이어진다. 탄탄한 구조와 부드러운 결을 지닌 타닌은 유려한 여운을 선사한다. 2016 빈티지는 정향, 후추, 블랙베리, 감초, 자두, 체리, 페인트의 집중된 부케를 한 껏 펼친다. 파워 넘치는 질감과 풀보디가 어우러지며 예리한 산미가 경쾌함을 선사한다. 2015 빈티지는 정향, 허브, 넛맥, 오크, 후추, 타바코가 시간을 두고 올라온다. 살짝 스치는 오리엔탈 스파이시가 감각적이다. 타닌결이 잘 다듬어져 있어 섬세함이 또렷하며 탄탄한 보디도 지녀 밸런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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