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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오 꼬뇨 바롤로의 역량-라베라 크뤼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3. 4. 7.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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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오 꼬뇨 와이너리의 오너 이자 와인 메이커. 발터 피쏘레 Walter Fissore. 창업주인 엘비오 꼬뇨의 사위.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와이너리를 경영하고 있다.>

엘비오 꼬뇨 (Elvio Cogno) 와이너리의 오너인 발터 피쏘레 Walter Fissore는 최근의 소비자 와인 취향을 묻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대답했다."사람들이 예전처럼 와인을 많이 마시지 않습니다. 적게 마시기 때문에 품질을 제1순위에 두며 우아한 와인을 선호합니다. 양조 스타일이 전통적이나 현대적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바롤로가 제품 포트폴리오에서 70%나 차지하는 엘비오 꼬뇨의 역량을 '와인은 토양을 비추는 거울'로 들었다. 토양은 와인 정체성에 기여하고 같은 이유로 토질의 다양성이 와인에서 분별될 수 있어야 한다는 발터는 강조한다.

 

엘비오 꼬뇨의 주된 바롤로 밭은 노벨로 마을 라베라에 집중돼 있다. 바롤로 밭 등급 체계인 MGA에 등록된 노벨로 마을의 밭 면적은 184헥타르며 이중 12헥타르를 엘비오 꼬뇨가 소유하고 있다. 밭 자체가 바롤로 조건을 충족하나 엘비오 꼬뇨는 다시 토질별, 위치별로 밭을 세분해서 밭 단위로 적합성이 검증된 생체형(sub-variety, 아변종)을 심었다. 그래서 엘비오 꼬뇨 바롤로는 밭이 갖는 미세한 차이가 명징하고 와인이 어릴수록 차이는 두드러지고 시간이 지나도 바래지 않는다. 날렵한 산미는 와인 분위기를 띄우며, 미네랄 성분은 산미를 또렷하게 하는 상호관계를 유지한다. 또한 미네랄은 중후한 풍미와 깊이를 주며 와인의 완성도를 높인다.

 

현재 엘비오 꼬뇨는 발터 피쏘레와 부인  나디아 꼬뇨가 공동으로 오너를 맡고 있다. 발터의 본업은 양조지만 꼼꼼한 성격으로 인해 17헥타르의 밭 관리와 경작을 직접 챙기고 있다.

 

발터와 엘비오 꼬뇨의 첫 인연은 1990년 초반에 시작됐다.

 

엘비오가 전업을 결심한 시기는 레스토랑 오너에서 마르카리니 와이너리의 공동창업자로 변신을 거듭하면서 인생 전성기를 맞고 있을 때였다. 엘비오 나이 64세, 마음속에 키워오던 와이너리 오너 꿈을 실현할 적기가 왔음을 직감한다.

 

엘비오가 눈독을 들이고 있던 밭은 노벨로 Novello 마을, 해발 320~380m 높이의 일련의 언덕이었다. 정상에는 카시나 누오바란 농가가 농가가 자리 잡고 있으며, 이곳에 서면 인근의 포도밭이 한눈에 들어온다. 후에 카시나 누오바는 양조장 및 숙성실로 개조되어 엘비오 꼬뇨의 사령탑으로 쓰인다. 그가 노벨라에 정착했을 때인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이곳은 바롤로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알프스와 인접한 위치는 우박이나 냉해를  자주 입혔고 엘비오 꼬뇨 외에는 누구도 테루아적인 잠재성을 직시하지 못했다.

 

라 모라의 베리(Berri)밭을 제외하고 모든 밭은 카시나 누오바 주변에 동그랗게 모여있다. 정남, 남동을 바라보는 언덕은 바롤로 밭을, 햇빛이 덜 쬐이는 곳은 돌체토 달바와 바르베라 달바를 재배한다. 이런 지형은 해충 침입이나 기상이변이 발생하면 신속한 대처법 마련과 투입을 가능케 한다. 수확철에는 수확 즉시 포도를 양조장에 보낼 수 있어, 산화방지는 물론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면 카시나 누오바를 중심으로 엘비오 꼬뇨의 아이콘 와인들을 만나보자.

<좌측부터 바르베라 달바 프리-필록세라, 바롤로 카시나 누오바, 바롤로 라베라 브리코 페르니체,바롤로 라베라 비냐 엘레나, 랑게 나스체타 델 코무네 디 노벨로 아나스체타>

 

Langhe Doc Nas-CëttaDel Comune di Novello Anas-cëtta 2020 랑게 Doc 나스체타 델 코무네 디 노벨로 아나스체타

엘비오 꼬뇨의 유일한 화이트다. 나스체타(Nas-Cëtta) 품종으로 만들며 엘비오 꼬뇨 품종이라 할 만큼 그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랑게에서 거의 전멸할 뻔했던 나스체타는 엘비오와 발터의 노력으로 원산지 보호를 받게 된다. 이후, 발토 피쏘레가 이끄는 12군데 노벨로 와이너리 연합은, 나스체타의 본산지가 노벨로라는 주장을 펼쳤고 이 주장이 받아들여져 '랑게 Doc 노벨로 마을 나스체타 ( Langhe DOC Nas-Cëtta  Del Comune di Novello )라는 원산지 마크를 얻는 데 성공한다.

 

끝에 따라오는 Anas-cëtta는 는 나스체타의 다른 이름이다. 원산지명이 비슷한 랑게 나셰타(Langhe Doc Nascetta)와 혼동하지 않도록. 품종은 동일하나 랑게 나스체타 (Langhe Doc Nas-Cëtta)는 다른 품종을 섞지 않으며, 랑게 나셰타(Langhe Doc Nascetta)는 원산지가 노벨로를 제외한 랑게지역으로  품종 최소 비율을 85%로 둔 블랜딩 와인이다.

 

9월 말에 수확한 열매를 압착한 포도즙을 며칠간 저온 침용 상태로 놔둔다. 이어 포도즙의 7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30%는 슬로베니아산 오크에서 발효했다. 발효한 와인을 70:30의 비율로 나누어, 전자(70)는 15 헥터 리터 슬라보니아산 오크에서 14개월 숙성하고, 후자(30)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한다. 첫 3개월간은 효모와 접촉한 상태로 놔둔다. 블랜딩 해서 병입 한 와인을 6개월 더 숙성한다.

 

맑고 투명한 노란색이 비치며 자몽, 백장미, 샐비어, 복숭아 향이 피어난다. 향기는 직선적이며 또렷하다. 산미는 예리하며 입안에 울림을 남긴다. 짭짤한 맛은 견고함에 기여하고 복합미를 더한다. 시트론 여운이 상큼하며 아몬드의 쌉쌀한 내음이 입안을 깔끔하게 한다.

 

Barbera D’Alba Doc Pre-Phylloxera 2019. 바르베라 달바 Doc 프리-필록세라

랑게에도 바르베라 원뿌리가 있다는 사실. 라모라 마을에  0.2 헥타르 크기의 베리 포도밭에서 자란다. 바르베라는 필록세라 침입 이전에 심어졌으나 다행히 모래땅이라 필록세라 접근이 불가능해 120년이나 존속할 수 있었다. 발터에 따르면 이 밭은 희귀해서 보물단지 다루 듯한다고 했다. 번식은 어미 가지를 잘라 내 땅 속에 심으면 뿌리가 뻗어 나간다.

 

원래 카시나 누오바와 가까운 '브리코 데이 메를리(Bricco dei Merli)에서 자란 바르베라와 블랜딩 했었다. 그러다 2010년에 이것만 따로 떼어 내 바르베라 달바 프리-필록세라로 선보이고 있다. 10월 초에 수확한 포도가 알코올 발효를 종료하면 슬라보니아산 오크로 옮겨 12개월 나둔 뒤 추가로 병숙성을 6개월 했다. 친숙한 바르베라의 잣대를 들이댔다 간 실망하기 쉽다. 잉크빛은 바다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하고 블랙베리, 석류, 들 꽃, 장미, 바다 짠 내, 후추의 향기가 그르나슈의 개성과 닮았다. 바르베라의 꽃이나 과실 아로마보다는 허브나 야채 향이 강렬하다. 입안을 꽉 채우는 충만함과 바디 또한 놀랍다. 특히, 오크 터치가 흐르지만 향과 맛에서 돌출하는 야성을 오크로 제압한 양조의 기량이 돋보인다.

 

엘비오 꼬뇨의 바롤로

 

꼬뇨의 바롤로는 라베라(Ravera)라는 12헥타르의 단일 밭에서 온다. 12헥타르의 토양과 미세기후를 정밀 분석한 자료를 기반으로 4개의 단위 밭으로 세분했다. 공식 밭 명칭(MGA)이 라베라이기 때문에 라벨은 라베라 다음에 고유 밭 명칭을 표기한다. 엘비오 꼬뇨는 네비올로 생체형 선택에 있어서 다양성을 추구한다. 보통 바롤로 생산자들은 람피아(Lampia)와 미켓(Michet) 품종을 선호하고 로제(Rose)를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비냐 엘레나 밭은 적어도 30년 넘게 로제가 재배되고 있어 바롤로에서는 유일한 로제 밭으로 알려져 있다.

 

Barolo Docg Cascina Nuova 2018. 바롤로 Docg 카시나 누오바

카시나 누오바 밭은 2.5헥타르 크기에 수령이  20년 안팎으로 나이가 가장 어리다. 밭이 위치한 언덕은 정남향을 바라보며 해발은 380미터다. 카시나 누오바는 향기가 직선적이며 과일 내음이 화사해 바롤로 초보자 입맛에 맞다. 무겁지 않은 바디와 타닌이 부드럽고 산미와 밸런스가 잘 잡혔다. 카시나 누오바 바롤로에 익숙해지면 토양 특성이 잘 드러나는 복합적인 바롤로에 쉽게 들어갈 수 있다.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48일 발효와 침용을 끝낸 후 슬라보니아산 보테에서 24개월, 병 숙성을  6개월 했다. 상큼한 산미가 산딸기, 제라늄, 넛맥 아로마를 실어 보낸다. 붉은 꽃 향기와 스파이시한 풍미는 음주욕구를 자극하고 타닌 결이 유연해 부드럽게 넘어간다.

 

Barolo Docg Ravera Bricco Pernice 2017. 바롤로 Docg 라베라 브리꼬 페르니체

브리꼬 페르니체는 자고새의 언덕 꼭대기란 뜻을 지닌 밭이며 자고새가 이곳에 둥지를 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2헥타르 넓이에 평균 수령이 60년인 노익장을 과시하는 밭이다. 다른 밭과 떨어져 있으며 320미터의 고도는 한여름에도 일교차를 심하게 벌여놓는다.

 

라벨에 그려진 자고새는 발터의 딸 엘레나가 그렸다. 엘레나는 3살 때 자신 이름을 딴 비냐 엘레나 라벨을 그려 가족을 놀라게 했다. 점토와 석회석이 섞인 토양은 묵직하며 바디가 견고해서 세라룬가 달바 스타일과 유사하다. 30일의 알코올 발효와 침용을 마친 후 슬라보니아산 25 헥토 리터와 30 헥토리터 오크에서 30개월 숙성한 뒤 병 숙성을 2년 거쳤다.

 

자몽, 장미, 로즈마린, 월계수 잎, 샐비어, 커민 향기를 낸다. 흙 냄새가 섞인 말린 꽃 여운이 감미롭다. 산도가 신선하며 짭짤한 맛이 배어있어 감칠맛을 낸다. 타닌은 입안 전체에 울림을 주며 촘촘한 구조는 밀도감을 높인다. 개별 향기가 또렷하며 서로 겉돌지 않고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향기가 감돈다.

 

Barolo Docg Ravera Riserva Vigna Elena 2016. 바롤로 Docg 라베라 리제르바 비냐 엘레나

숙성 6년을 마치고 올해 선보인 리제르바다. 1991년에 엘레나가 태어났는데 마침 그해에 새로 구입한 밭을 딸 이름을 빌려 비냐 엘레나로 지었다. 라벨에 그려진 알에서 깨어나는 병아리는 엘레나가 3살이 되던 해 그린 거다. 380미터 고도에 남동향을 바라보며 석회토와 점토가 이상적인 비율로 결합했다. 비냐 엘레나는 로제 네비올로로 만 빚었다. 로제는 장미란 뜻으로 네비올로 중 가장 늦게 완숙하며 햇빛에 비추어 보면 장밋빛이 돌기에 이런 이름을 갖게 되었다. 분위기는 네비올로 보다는 피노 누아에 가깝고 숙성력은 여타 네비올로 보다 짧다. 헥타르당 생산량을 대폭 감소했고 숙성기간을 6년 늘인 리제르바급으로 작황이 월등한 해에 바롤로의 가장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만들었다.

 

자두, 유칼립투스, 민트, 사루비아, 장미, 바이올렛, 제라늄 향이 사랑스럽다. 산미가 과일 아로마를 머금고 있다. 질감이 돋보이며 구조는 빈틈없이 채워져 있어 섬세함이 돋보인다. 타닌이 순하며 결이 곱다. 짭짤한 미네랄은 산미와 잘 어우러져 세련된 밸런스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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