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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티Vietti의 뉴 빈티지 바롤로가 전하는 감동- 2편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3. 5. 2.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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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티 Vietti의 뉴 빈티지 바롤로가 전하는 감동- 1편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바롤로 부르나테 Barolo Docg Brunate 2018

부르나테 밭은 라모라 마을에 위치하며 남향에 해발고도는 3백~4백 미터다. 토질은 모래 비율이 약간 높은 석회질 혼합토다. 10월 5일에 수확한 열매를 압착하여 얻은 즙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옮겨 3주간 발효와 침용을 했다. 바리크에서 유산 발효를 마친 와인은 다양한 크기의 오크통에 분리해서 숙성을 했다. 32개월의 숙성기간이 경과하면 블랜딩 해서 병입 했다.

 

어린 네비올로의 맑은 루비색이 비친다. 체리, 홍차, 딸기, 사루비아, 바이올렛, 허브, 자몽 향이 은은하다. 산미는 산뜻한 가벼움과 다채로운 아로마를 품고 있다. 타닌은 순하면서 빈틈없는 구조감을 지닌다. 순수한 아로마가 돋보이며 화사한 과일향이 입안을 풍성하게 채운다.

 

<비에티에 합류한 새 싱글 빈야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2018년에 비에티의 싱글 빈야드 수가 불어났다. 라 모라 마을의 체레끼오 밭과 베르두노 마을의 몬빌리에로 밭으로 전자는 매입했고 후자는 장기 임대했다. 이들이 비에티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루카 쿠라도의 넓은 인맥과 연관이 있다. 체레끼오 밭의 원주인은 미켈레 끼아를로 와이너리였는데 회사 사정으로 밭의 일부를 매수하기로 결정했을 때 친분이 두터웠던 루카한테 인수의향을 물었다고 한다. 비에티가 매입한 밭은 1헥타르 크기인데 미켈레 끼아를로가 리제르바 밭으로 지정한 크뤼 중의 크뤼다. 베르두노의 몬빌리에로 밭을 계약하게 된데도 지인의 도움이 컸다. 루카가 몬빌리에로 밭에 관심이 있음을 눈치챈 지인이 마침 그 밭이 임대인을 구한다는 소식을 듣고 루카에게 재빨리 알려 일이 성사되었다.

바롤로 체레끼오 Barolo Docg Cerequio 2018

 

비에티 밭을 사이에 두고 로베르토 보에르지오와 미켈레 끼아를로 밭이 인접해 있다. 이미 싱글빈야드 바롤로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밭이라 앞으로 비에티가 선보일 싱글빈야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체레끼오 밭은 남향에 해발고도는 350미터, 석회석과 점토로 된 산타가타 토질이 부르나테와 자연조건이 흡사하나 개성은 사뭇 다르다. 10월 5일 수확한 포도를 3주일 동안 알코올 발효와 침용 기간을 가졌다. 바리크에서 유산발효를 한 후 바리크와 대형 보테에 나누어 각각 32개월 숙성했다.

 

루비색이 좀 더 뚜렷하며 이는 와인에 은은함과 기품을 선사한다. 타닌의 질감이 좀 더 묵직하고 구조가 치밀하다. 바이올렛, 장미, 자두, 체리, 딸기 등 부르나테 아로마와 유사하지만 체레끼오가 좀 더 선명하고 활기차다. 예리한 산도는 침샘을 자극하며 민트향을 머금고 있다.

바롤로 몬빌리에로 Barolo Docg Monvigliero 2018

 

바롤로 밭은 부르는 게 값이지만 최근에 이 물결을 심하게 탄 곳이 몬빌리에로다. 몬빌리에로에 내제 하는 부르고뉴 감성이 인기 급물결을 타면서 거래가가 천정부지로 뛰었기 때문이다. 루카는 피노 누아 적인 감성을 지닌 몬빌리에로가 미래의 바롤로 기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몬빌리에로 밭에서 자란 네비올로는 열 번 이상 씹은 후에야 떫은맛이 우러나올 만큼 타닌양이 희소하다. 따라서 부족한 탄닌을 보완하기 위한 베르두노 마을의 양조기법은 가지나 씨앗에 의지한다. 요컨대 압착하지 않은 송이를 통째로 발효탱크에 넣고 최대한 알코올과 껍질 접촉기간을 늘리는 거다. 필자는 2020년 산 몬빌리에로를 배럴 시음했는데 숙성을 끝내려면 2년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도 비올라와 라벤더 향이 또렷했고 타닌 질감이 유연했다.

 

산타가타 이회토 언덕은 정남, 남동을 바라보며, 해발고도 320미터에 네비올로 평균 수령은 50살이다. 10월 3일 수확한 포도는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보내지며 포도의 60%는 송이채 넣었고 나머지는 압착했다. 탱크 안에서 5일간 저온 침용을 한 후 알코올 발효와 침용을 4주간 지속했다. 유산 발효를 끝 낸 와인은 대형 오크 안에서 24개월 숙성했다.

 

바이올렛, 라벤더와 민트, 장미, 야생 베리 향기가 매혹적이다. 앞의 향기에 이어 스파이시 여운이 잔잔히 남는다. 타닌 결이 매우 섬세해 입안을 황홀하게 만든다. 빈틈없이 짜인 타닌 구조와 여기에 다채로운 풍미가 더해져 깊은 울림을 전달한다.

 

바롤로 라베라 Barolo Docg Ravera 2018

 

비에티가 라베라 밭을 인수한 1990년대만 해도 라베라는 네비올로에 부적합한 밭으로 알려졌다. 밭 자체가 4백 미터로 높고 직선으로 30km  떨어져 있는 알프스 산맥의 혹독한 날씨가 이곳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칸누비 밭이 있는 바롤로에서 라베라까지는 도보로  20분 거리지만 네비올로 완숙일이 칸누비보다 최대 20일이 느리다. 현재는 기후변화가 평균 기온을 1.5도 끌어올리는 바람에 칸누비가 30년 전에 누리던 온화한 기후를 라베라도 향유하고 있다.

 

라베라 밭은 남서쪽을 향하며 석회석과 점토로 된 산타가타 토양이다. 10월 6일 수확한 네비올로를 압착시켜 얻은 즙을 알코올 발효를 하는 데, 소요기간은 당해연도 기후 변화에 따라 4~5주가 걸린다. 이듬해 늦봄까지 대형 오크에서 유산 발효를 거친 후 32개월 오크 숙성을 했다. 숙성 첫 해는 효모와 접촉 상태를 12개월 유지하고 따라내기(랙킹)를 실시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오크의 스모키함과 흑연의 미네랄이 함께 느껴지다가 이 향들이 걷히면서 말린 오렌지, 시트론, 재스민, 붉은 꽃, 후추로 바뀐다. 산미는 산뜻하며 집중도 높은 타닌과 밸런스를 이룬다. 서늘한 기후에서 온 아로마는 신선미를 뽐내며 순도가 뛰어나 완성도 높은 바롤로를 선사한다.

<루카 쿠라도의 SO2 감량법>

원래 SO2 알레르기를 앓던 루카는 졸업논문 주제를 'SO2 무첨가 양조 기법'으로 정 할 만큼 산소의 간섭에 예민했다. 여러 실험 끝에 SO2 없는 와인은 식초로 변질될 확률이 크다는 결론에 이르자 산소 노출에 취약한 공정을 집중 공략해 SO2 장벽을 극복했다.

 

그럼, 자신이 알아낸 SO2 감량법을 사용해  허용치의 5분의 4까지 줄인 루카의 성공담을 들어보자. 먼저, 건물을 중력의 법칙에 맞게 양조 동선을 배치했다. 수확한 포도는 중력 방향으로 하강하면서 압착, 알코올 발효, 유산발효, 오크 숙성의 흐름을 타면서 와인이 완성된다. 와인 이동은 바닥에 난 구멍을 통해 연결된 호수에 흘려보내는 식으로 산소 접촉을 최소화했다. 숙성 중 용기 바닥에 가라앉는 침전물을 제거하기 위해 와인을 다른 통에 옮기는 작업을 랙킹이라 하는데 이때 와인은 산소에 무한 노출된다. 루카는 랙킹 횟수를 줄이기 위해 수시로 배럴 시음을 하면서 랙킹실시 여부를 결정한다.

 

와인이 알코올 발효와 유산 발효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도 자연산 황산화제다. 발효 부산물인 이산화탄소가 와인 표면을 감싸는 보호막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또한, 발효가 끝난 효모를 버리지 않고 와인과 놔두면 효모의 스펀지 조직에서 항산화 성문이 흘러나온다. 이런 식으로 SO2를 단계적으로 줄이다가 병입 직전에 SO2를 병에 분사해 SO2 효과를 최대로 끌어올렸다.

바롤로 라자리토 Barolo Docg Lazzarito 2018

 

1천2백만 년 전에 솟아 오른 세라룬가 달바의  석회석의 단단한 조직과 사암 결합토의 힘이 충만하다. 9월 29일 해발 390미터에 자란  40년 수령의 네비올로를 스테인리스 스틸 발효 탱크에서 4주일간 발효를 했다. 이어 유산 발효를 끝 낸 와인을 바리크와 대형 오크통에 따로 분리한 후 30개월 숙성했다.

 

다른 크뤼에 비해 꽃 캐릭터는 드러나지 않는다. 잠시 침묵을 지킨 후에 와인이 천천히 열리면서 민트, 후추, 스파이시, 감초, 타바코가 올라온다. 묵직한 보디 속에 다부진 타닌과 잘 짜인 구조감이 드러난다. 타닌의 선이 굵고 감촉은 날카롭지만 미래에 유려한 질감과 조화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롤로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 Barolo Docg Rocche' di Castiglione 2018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는 비에티의 최초 싱글빈야드다. 루카의 아버지가 도입했고 이는 바롤로 규정이 싱글빈야드를 채택한 것보다 49년 앞선 결정으로 지금도 매우 대담한 시도로 여겨지고 있다. 로케 디 카스틸리오네는 라 모라의 세련된 아로마와 세라룬가 달바의 엄격함, 탄탄한 구조를 겸비했다. 토양은 푸른빛이 섞인 회색 빛을 띠며 조개 화석도 간간이 섞여있다.

 

바이올렛, 장미, 자두, 말린 오렌지, 마가릿, 복숭아, 석류의 복합니가 뛰어나다. 부식돌의 감칠맛 나는 향기와 상큼한 산미가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타닌은 미각을 부드럽게 감싸면서 입안을 살짝 수축한다. 미네랄의 짭짤함은 담백한 맛을 내며 매끄러운 타닌과 세련된 밸런스를 이룬다.

 

루카는 시간이 날 때마다 그의 애견과 같이 바롤로를 산책한다. 산책 도중에 밭의 형세, 토양 색깔, 흙 냄새를 맡으면 그의 오감은 숙성 잠재력을 감지해 내고 와인 향기를 떠올린다고 한다. 집안 대대로 양조업을 이어온 가정에서 태어났고 포도밭이 놀이터였던 그에게 이것은 본능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가 싱글 빈야드에 보이는 집착도 본능 발산처럼 자연스러운 일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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