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티Vietti의 뉴 빈티지 바롤로가 전하는 감동- 1편

11군데 마을의 연합체인 바롤로 지역은 각 마을 정상마다 독특한 외관을 지닌 고성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러한 개별성은 이곳을 한 두 번 방문한 타지인 일지라도 성의 형태만 보고도 마을 구분이 수월하다. 바롤로 지역 중앙에 자리 잡은 카스틸리오네 팔레토 (Castiglione Falletto) 마을은 성체 위로 솟아 오른 둥근 탑의 고성이 상징이다. 성 구조의 사각형과 원형이 교차하면서 만들어 내는 조화가 절묘해 바롤로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비에티의 스카로네 밭 배후에 카스틸리오네 팔레토 고성 탑이 보인다>

비에티의 요람, 카스틸리오네 팔레토 마을

 

둥근 탑에서 동쪽 경사면을 내려다보면 비에티 와이너리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전형적인 랑게식 외관을 지닌 건물은 비에티의 모든 와인이 이곳에서 나온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하다. 그러나 속단은 금물. 지상층의 시음실에서 시작한 건물은 양조장을 지나 지하 4층에서 끝난다. 마지막 층에 난 문을 열면 바로 바르베라 밭 중턱이 눈앞에 펼쳐진다. 건물의 가장 오래된 부분은 1400년 경에 지어졌다고 하는데 늘어나는 양조량을 공간이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지하를 파내려 간 결과다. 이것마저도 부족하자 수평 터널을 뚫었는데 터널 한쪽 끝은 성의 지하실 벽과 맞닿아 있다.

지하세계는 오크통 산들로 채워져 있는데 땅의 습기와 오크 향이 서로 결합해 오묘한 향이 배어있다. 오크통은 랜덤으로 쌓아 놓은 게 아니라 일정한 원칙에 따라 자리가 배정된다. 10헥터 리터 이상의 슬라보니아산 오크통은 숙성이 오래 필요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숙성실로 보내진다. 반면 5백 리터 크기의 작은 배럴은 세트 단위로 쌓아 올렸다. 세트는 열 번 이상 사용한 중성 오크 9개와 새 오크 한 개가 단위인데 이런 조합의 오크 숙성은 오크향이 와인에 배어드는 걸 차단 할 수 있다.

 

지난 3월 2일, 비에티의 오너 이자 와인 메이커인 루카 쿠라도가 시음회를 열었다. 올해 초에 출시한  2018 싱글 빈야드 바롤로 6종류를 공개하는 자리였고 이 중 2종은 신작 바롤로다. 시음에 소요된 시간은 네 시간으로 4세기의 비에티 역사에 비하면 순간에 불과하지만 루카는 바롤로에 무게 중심을 두면서 비에티 핵심을 전달했다.

 

빈티지 공개와 시음 소감에 앞서 비에티 가족의 면모를 살펴보기로 하자.

 

                                                                        알프레도와 루카 쿠라도 부자

<루카 쿠라도>

비에티 가족이 와인을 처음 만든 때는 17세기나 와인 양조가 본업이 된 때는 19세기 말이다. 이후, 비에티가 싱글빈야드 바롤로로 두각을 나타내고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 실세는 현 경영주의 아버지 알프레도 쿠라도 다. 1960년 대 알프레도는 레드와인 그늘에 가려 보조 품종으로 연명하던 아르네이스 포도 1천2백 kg을 사들여 이 포도만으로 4천 병의 와인을 만들었다. 이로서 아르네이스는 보조 품종 이미지를 탈퇴했고 알프레도는 아르네이스의 아버지란 닉네임을 얻었다.

 

알프레도는 싱글빈야드 바롤로를 고안햇으며 밭 명칭을 라벨에도 표기한 초대 생산자 중 한 명이다. 1990년 중반에 비에티의 경영권을 물려받은 루카는 부친이 평생을 쏟아부은 품질 완벽주의와 싱글 빈야드 가치를 첨예화하는데 비에티의 리소스를 집중하고 있다. 숙성 잠재력과 복합적인 향기로 피에몬테 화이트의 정상을 거머쥔 티모라쏘 와인을 2020년에 첫 데뷔시켜 아버지에 못지않은 토착품종에 열성을 보였다. 2016년에는 미국계 Krause Holdings 사와 합병을 단행해 크리 밭 리스트에 10군데 밭을 추가하는 등 싱글빈야드 기반 바롤로 생산자로 거듭나고 있다.

 

                                                      2018년 작황과 새로 선보인 2018 빈티지 바롤로

 

2017년 기후 특징이 폭서와 건조함이였다면 2018년은 낮은 평균기온과 잦은 비를 들 수 있다. 싹이 트는 4월 말에서 5월 말까지 평균 2~3일 간격으로 비가 자주 내려 노균병 감염 위협이 빈번했다. 유기농인 비에티의 밭은 해충 방제제로 구리를 살포하는데 비가 내릴 때마다 씻겨 내려가 무려 22번이나 살포해야 했다. 다행히 7월과 8월에는 여름 평년기온을 회복했고 9월 날씨가 건조하고 일조량이 풍부해 적기에 네비올로를 수확했다.

 

2018년 작황으로 바롤로의 전통 가치인 우아함과 세련미가 다시 빛을 발하게 되었다. 이는 기상 변수에 직면했을 때 즉각적인 포도밭 개입을 전제로 한다. 루카는 기상이 좋지않을 수록 그랑 크뤼밭이 저력을 발휘한다고 덧붙였다. 그랑 크뤼 밭의 개념 속에는 역사적, 통계적으로 검증된 고품질의 반복성이 저변에 흐르고 있다. 즉, 낮은 습도와 풍부한 일조량 같은 이상적인 요소와 노동시간 대비 효율성 그리고 고품질의 포도가 꾸준히 나오는 밭 등 사회통념상 받아들여지는 가치들이다.

 

2편에서는 비에티의  6대 싱글 빈야드 바롤로와 비에티의  아황산(SO2) 감량법을 알아보겠습니다. Coming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