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케 와인, 들어본 적 있나요?
루케(Ruchè)는 북이탈리아 피에몬테 주가 원산지인 레드 토착품종이다. 북 아스티(Asti)에서 19km 떨어진 곳에 있는 나지막한 일련의 언덕이 원산지다. 언덕에는 7개의 마을이 빼곡히 들어서 있으며 햇볕이 잘 비치고 토질이 좋은 190 헥타르 면적의 밭에서 자란다.
루케는 중세시대에 몬페라토 언덕에서 자랐다는 기록이 있지만 품종의 기원이나 유전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1960년 대 카스타뇰레 몬페라토 (Castagnole Monferrato)란 산골에서 루케품종 복원운동이 있은 후 상업화에 성공하면서 이 마을은 급기야 루케의 원산지로 부상한다. 따라서 루케 와인은 원산지명이 똑같이 루케 디 카스타뇰레 몬페라토로 칭하게 되었다. 앞서 말한 7개 마을 190헥타르에 지정된 밭 경계 밖에서 자란 루케는 루케라 부를 수 없다.
어원도 몇 가지 설이 있으나 가장 신빙성 있는 것은 카스타뇰레 몬페라토 마을 근교에 있던 한 시토 수도회 성당과 연관이 깊다. 이 성당은 산 로코(San Rocco) 성인을 기리기 위해 건립했는데 성당이 관할하는 포도밭에는 후에 루케라 불려지게 될 품종이 자라고 있었다. 사람들은 산로코 이름을 빌려 산로코라 부르다가 소리 변화를 일으켜 루케로 정착한다.
루케는 미사주로 올랐으며 특유의 향기로움과 당도가 결합해 종교 축일 디저트 와인으로 사랑받았다. 사실, 루케는 레드 품종이지만 아로마가 매우 풍부해 세미 아로마로 분류된다. 보통 아로마 품종은 화이트 품종이 많이 차지하는데 유일하게 레드 색깔이라 예전에는 원산지가 의문에 쌓였다.
이 의문은 2016년 포도 유전자 분석의 일인자인 안나 슈나이더 박사에 의해 풀린다. 즉, 검사결과는 루케가 크로아티나와 말바시아 아로마티카 디 파마의 교잡종임이 밝혀졌다. 둘 다 이탈리안 토착 레드 종이고 아로마 특징은 말바시아 디 파마에서 물려받은 것이다.
원산지인 아스티에서는 바르베라, 그리뇰리노, 돌체토 품종과 나란히 재배했다. 이 품종들을 모두 섞어 단맛이 나지 않게 와인을 만들었다. 향기롭고 달콤한 루케 보다는 다품종 와인이 음식과 잘 어울렸고, 루케는 재배가 까다롭고 제대로 키우려면 공을 많이 들여야 한다는 현질적 이유와 겹쳐 1950년 도에 이르면 포도밭에서 거의 전멸 위기에 처했다.
그러나 1960년대 포도품종학 지식이 월등했던 돈 자코모 카우다 수도사가 카스타뇰레 몬페라토 성당에 발령받아 오면서 루케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수도사는 성당 포도밭 한 모퉁이에 버려져 있던 포도를 발견했는데 다른 포도와 구분해 이것만 따로 양조를 했더니 정말 맛이 훌륭했다. 후에 수도사는 루케임을 알아냈고 자비를 들여 묘목을 육성해 포도밭을 가꾸었다. 최신 양조기술을 받아들여 잔당을 완전히 발효시켜 드라이한 맛으로 변신시켰다. 우리가 만나는 루케 와인은 단맛이 없는 테이블 와인이다.
그의 노력에 감동한 와인 생산자들은 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고 1980년에는 Doc등급에 올랐고 2010년에는 Docg급으로 승급했다.
루케 디 카스타뇰레 몬페라토 와인의 주된 향기와 맛
향이 매우 직관적이다. 딸기, 장미, 바이올렛, 체리향이 화사하게 퍼지며 후추, 계피 같은 스파이시 계열향이 따라온다. 타닌의 쓴맛이나 떫은맛이 거의 느껴지지 않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산미가 적당해 신선도가 높다. 워낙 당도가 높아 알코올 도수가 보통 14도가 넘는다. 그러나 산미와 잘 결합해 알코올 느낌이 차분하고 바디도 적당하다.
베르사노 와이너리는 다년간 싱글 빈야드 루케 와인을 출시해 왔다. 밭 이름은 산 피에트로 레알토(San Pietro Realto)라 불리며 40헥타르 크기에 정남향에 해발고도는 250미터다. 언덕 정상에는 16세기에 지어진 수도원 건물이 있고 베르사노가 인수한 후 게스트 하우스로 개조했다. 모래와 점토가 지반을 이루고 있으며 땅 기온이 서늘하고 배수성이 뛰어나다.
수령이 15년인 루케를 압착한 모스토는 알코올 발효를 거친 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잠시 숙성했다. 라즈베리, 딸기, 장미, 이리스 향기와 은은하게 퍼지며 후추 아로마가 지속적으로 피어오른다. 제라늄 여운이 매혹적이다. 타닌은 거의 느껴지지 않으나 구조안에 버티고 있어 단단한 구조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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