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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아라 보스키스 Chiara Boschis - 바롤로 최초의 여성 와인메이커 & 바롤로 걸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1. 12. 24.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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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아라 보스키스

끼아라 보스키스 Chiara Boschis는 몇 안 되는 여성 바롤로 와인메이커다. 여성이 와이너리 경영을 맡고 있으면서 와인 양조 전 과정에 참여한다. 레스토랑을 예로 든다면 오너이면서 요리도 직접 하는 오너 겸 셰프다.

 

끼아라는 보스키스 가족의 외동딸로 태어났다. 가족은 과거부터 와인양조 분야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 끼아라의  오빠들은  보르고뇨 와이너리 경영을 오랫동안 맡아하였다. 보르고뇨는 1761년부터 대를 이어 칸누비 바롤로를 만들어 온 바롤로의 시조란 별명을 듣고 있는 명성 깊은 와이너리다. 지금은 이탈리아 럭셔리 식품 체인 Eataly와 폰타나프레다 와이너리 소유주인 파리네티 가족이 경영하고 있다.

 

대대로 와인업에 종사하고 있는  와인계 금수저 집안 출신이지만 그녀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그때가 1980년 대 였는데 와인 양조는 여자한테 맞지 않다는 인식이 바롤로 지역에 만연했다(이탈리아 전지역이 마찬가지). 출신적으로 와인 유전자를 타고났지만 젠더 불평등이 그녀의 적성에 맞지 않은 분야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E. Pira & Figli 숙성실 내부. 자연적으로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는 천연 숙성실

어느 날 와이너리 명칭 E. Pira & Figli에서도 볼 수 있는 피라(Pira) 가족이 그녀에게 와이너리를 운영해 볼 생각이 없냐는 제의를 해왔다. 피라 가족은 오래전부터 보스키스 가족과 친분을 쌓아 온 막역한 사이었다. 피라 가문의 조상은 사르데냐 섬에서 살다가 17세기 초에 피에몬테로 이주했다.

 

1637년 가에타노 피라(Gaetano Pira)는 전쟁에 참전을 했고 뛰어난 활약을 벌였다. 사보이 공국은 그의 공로를 치하하기 위해 바롤로 밭을 하사했다. 1900년도 초반에 바롤로 와인 수요가 급증할 즈음, 피라 가족은 바롤로 생산에 뛰어들었다. 1980년 피라의 마지막 장손이 후계자 없이 사망했고 유족 가운데 누구도 승계할 의사가 없었다. 때마침 대학을 막 졸업한 끼아라에게 인수 제의를 했던 것이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지만 끼아라는 독자적으로 피라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피라 와이너리는 규모가 적었지만 포도밭이 칸누비, 테를로, 리스테(Cannubi, Terlo, Liste) 같은 명당 밭이라  매매가가 비쌌다. 그녀는 은행융자를 받아 인수했는데 융자를 갚는데 30년이나 걸렸다고 한다.

 

덜컥 융자는 받았으나 양조경험이라 곤 없던 끼아라는 양조장에서 숙식하다시피 하면서 양조를 독학했다. 그러던 중 1990년에 바롤로 보이스 Barolo Boys에 가입하는 행운을 얻는다. 끼아라는 보이스들 중에 유일한 홍일점이라 사람들은  '바롤로 걸'로 불렀다. 끼아라에 따르면 남성 위주 멤버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을 받아들인 데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했고 바롤로를 향한 열정을 높이 평가한데 있다.

 

♠바롤로 보이스는 1990년대 바롤로 와인세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전설적 바롤리스트(바롤로 생산자)들이다. 보이스는 바롤로 와인 품질이 프랑스 와인에 못지않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이 낮은 것을 불공평하다 여겼다. 보이스는 그 당시 고품질 와인의 기준인 프랑스 크뤼 와인 양조와 포도밭 관리 방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루 당 결과율을 낮추고 프랑스 배럴(소형 225 리터)에 숙성하는 등 파격적인 현대 양조법을 도입하면서 바롤로를 프리미업급 와인 리스트에 올려놨다.

 

바롤로 보이스 포스터. 맨 왼쪽이 끼아라 보스키스다

'바롤로 걸' 이후 30년이 흐른 뒤 그녀의 바롤로 와인은 평판 높은 국제 와인 평가지로 부터 고득점 연속 행진을 거두고 있다. 그녀는 바롤로 와인 메이커 중 가장 성공한 여성 바롤리스트로 우뚝 섰다. 이러한 성공 배후에는 와인 외의 것은 포기했던 희생이라는 후원자가 있었다. 해외여행한 번 제대로 가본 적이 없고 결혼 적령기도 훌쩍 넘었다.

2010년에는 오빠 조르조가 합류했고 최근에는 양조학을 전공한 조카도 양조일을 거들고 있다. 외면했던 가족들도 그녀를 받아들였으며 명실공히 보스키스 가족 와이너리로 거듭나고 있다. 실제 오너는 보스키스지만 와인 로고나 명칭에 피라 Pira를 존속시키고 있다. 와이너리 전신은 피라이며 자신을 전통 계승자라 여기기 때문이다.

 

끼아라 &  조카. 양조학을 졸업한 조카가 보스키스에 합류했다

포도밭 크기는 11헥타르(33, 275평)에, 1년에 4만 병 정도 나온다. 1헥타르에 3,600병 정도인데 이는 바롤로 와이너리의 평균인 5천 병을 훨씬 밑돈다. 그녀가 품질을 최우선으로 하는 작은 와이너리를 추구해 온 모토 때문이다. 그녀는 레드와인에만 올인 해 왔으며 완판되는 바롤로 와인으로 명성이 높다. 그녀는 예약제로만 판매하며 거래처에는 정해진 양만 배정한다.

 

와인셀러를 보면 오크숙성중인 와인과 창고에서 선적 준비를 마친 와인을 제외하고는 재고가 거의 없다. 시음용이나 고객 접대용으로 몇 병 남겨 놓은 게 전부다.


포도밭은 세 군데 바롤로 마을에 흩어져 있으며 다음과 같다.  보스키스 와인의 모체라 할 수 있는 바롤로에 소재하는 밭은 2헥타르로  칸누비, 리스테, 테를로가 있다. 몬포르테 달바 마을은 8헥타르며 모스코니, 라베라, 콘테르니, 레 코스테를 들 수 있다. 세라룬가 달바 마을에는 1헥타르에 가부티, 바우다나 밭이다.

모두 바롤로의 싱글빈야드지만 칸누비와 모스코니 밭은 따로 분류해 싱글빈야드 바롤로를 선보이고 있다. 7군데 밭은 블랜딩 해서 비아 누오바(Via Nuova) 바롤로를 만든다. 또한, 소량의 바르베라 달바 수페리오레, 랑게 네비올로, 돌체토 달바가 있다.

최근에 그녀는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화이트 와인을 제품라인에 추가하기로 했다. 바롤리스트의  화이트로 알려진 나셰타 품종이다. 그녀의 철칙인 레드와인  고수 원칙을 벗어나 내린 결정, 끼아라의 멋진 도전에 기대를 걸어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롤로 칸누비 Docg, 바롤로 비아 누오바 Docg, 바롤로 모스코니 Docg

바롤로 칸누비 Barolo Docg Cannubi 2017 빈티지

네비올로 100%, 대형 오크통에서 2년 숙성한 뒤 병 숙성을 12개월 거쳤다. 라즈베리, 장미, 제비꽃, 체리, 삼나무 향기가 어우러진다. 폭염과 가뭄이 함께 왔던 빈티지인데도 불구하고 산도가 높고 타닌이 매끄럽다. 산미의 뒷 맛이 깔끔하고 타닌과 밸런스가 뛰어나다. 바디가 섬세하고 집중도도 우수하다. 복합적인 향미가 우아하며 지금 마시기에 적절하다.

 

바롤로 비아 누오바 Barolo Docg Via Nuova 2017 빈티지

알코올 발효를 마친 와인을 대형 오크통(2,000~2,500리터)과 프렌치 오크(225리터)에 따로 담아 2년 숙성했다. 숙성이 끝나면 병입 해서 1년 간 더 묵혔다. 라즈베리, 핑크 로즈, 딸기, 자두, 체리, 레드 오렌지 등 감미로운 과일을 진하게 피운다. 산미와 타닌은 앞의 바롤로 보다 두드러지나 밀도 높은 타닌은 몰입도를 높인다. 산미와 타닌의 밸런스가 잘 어우러졌으며 중심에는 단단한 골격이 자리 잡고 있다.

 

바롤로 모스코니 Barolo Docg Mosconi 2017빈티지

프렌치 오크(225리터)에서 2년, 병 숙성을 12개월 한 후 출시했다. 흑 자두, 체리, 장미, 레드 오렌지의 달콤한 향기에 정향, 삼나무, 스파이시의 향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다. 타닌이  엄격하며 골격이 견고하다. 남성적인 보디감을 지니며 숙성 잠재력이 뛰어나다. 앞의 바롤로가 우아함과 조화로움이 인상적이라면 모스코니는 임팩트와 에너지가 팽팽한 긴장감을 과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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