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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트나에서 강림한 와인

시칠리아 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1. 11. 29.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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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의 여신 가이아는 거인족을 부추겨 제우스와 올림포스 신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다. 제우스와 신들은 거인족에 압승을 거두지만 화가 덜 풀린 제우스가 최애 하는 딸 아테네를 시켜 거인족들을 지하에 생매장시킨다. 엔켈라두스란 거인은 에트나 산 밑에 갇히게 되었는데 거인이 괴로워서 한 숨을 쉴 때마다 에트나가 분출한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거인이 몸을 뒤척이면 흔들린 지각이 지진을 발생시킨다고 믿어졌다.

 

그리스 신화 세계는 에트나의 화산활동을 신들의 원한과 복수 같은 감정 영역에 묶어놨지만 현지 주민들한테는 구체적인 불편함으로 다가온다. 에트나는 50만 년 전 첫 분출 이후로 고문서에 기록된 폭발만 2백 번이나 된다. 올해 들어 에트나 화산 활동이 부쩍 늘어나 산 높이가 줄었다가 원래 크기 회복을 반복하고 있다. 잦은 폭발로 인해 산등성이 일부가 무너졌다가 빈터를 다시 마그마가 채웠기 때문이다.

 

화산재 기둥이 5km 상공으로 치솟았고 화산재는 바람에 실려 에트나 산 인근 마을과 50km 떨어져 있는 카타니아(Catania)까지 날아갔다고 한다. 화산재가 지면에 10cm 이상 쌓인 마을이 속출해 화산재 처리에 애를 먹고 있다는 뉴스도 들린다. 에트나 산자락에 있는 자레 (Giarre)마을은 처치 곤란한 화산재를 줄일 요량으로 화산재가 최고의 비료라며 화산재 판매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

 

화산이 분출할 때마다 최대 피해자는 인근의 카타니아 공항에 묶여 있는 항공기들이다. 대기에 떠다니는 검은 재는 시계 확보에 지장을 주고 무엇보다도 화산재 주성분인 규소가 뜨거운 엔진에 닿으면 녹기 때문에 모터 오작동의 원인이 된다.

 

폭발 당시는 재앙을 일으키지만 시간이 지나면 화산재는 영양제 노릇을 톡톡히 한다. 철,유황,인,마그네슘, 칼륨 등 식물이 좋아하는 광물성분이 토양에 녹아들어가 땅이 비옥해진다. 농부입장에서 보면 에트나 화산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자연 비료인 셈이다. 화산재의 파편인 미세한 돌은 구멍투성이에다가 돌 사이 틈이 넓어 다우지인 에트나 땅의 배수력을 높인다. 반면, 돌이 땅 깊숙이 묻혀 있으면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내부의 스펀지 구조에 고인다.

 

세계 유일한 토양과 더불어 에트나는 시칠리아를 통틀어 평균 기온이 가장 낮다는 점을 들어 '섬안에 있는 섬'이란 별명을 얻고 있다.

<콘트라다 아리고 포도밭. 수령이 70세인 네렐로 마스칼레제가 자란다>

네리(Neri Agricoltura Dell'Etna)는 에트나산 링과그로싸(Linguaglossa)에 자리 잡고 있는 가족 와이너리다. 에트나 와인은 에트나 북,동,남쪽 경사면에서 나오며, 꼭짓점을 연결하면 말발굽 모양을 얻는데 북동 가장자리에 네리 와이너리가 위치한다. 9헥타르 남짓한 농장을 사이좋게 포도받과 올리브 밭이 나우어 가지고 있다.

 

네리 가족은 Neri 로고를 부착한 와인을 매년 4만 병 생산하는 신생와이너리나 까마득한 옛날에 에트나에 뿌리를 내린 토착농이다. 그러나 가족과 와인의 인연은 20세기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1세대인 빈첸조와 살바토레 형제가 청운의 꿈을 안고 미국 이민을 결심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살바토레는 멋진 음성을 갖고 있으며 성악가로 데뷔해 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갑자기 불치병에 걸리는 바람에 젊은 나이에 비명횡사한다.

 

혼자 남은 빈첸조는 재산을 정리하고 귀향한다. 미국에서 번 돈을 밑천으로 현재의 밭이 딸린 농장을 구입한다. 이후로 3세대까지 와인, 올리브 오일생산과 유통에 전념했고 고객층도 두껍게 쌓는다. 4세대인 살보와 파비오 형제가 물려받으면서 와인 전문 생산자로 거듭나게 된다. 2019년에 첫빈티지를 출시했으며 비록 첫 와인이나 와인 미디어로 부터 에트나의 독특한 자연환경을 응집해놨다는 호평을 듣고 있다. 전설적인 에트나 와인메이커로 알려진 카로제로 스타텔라( Calogero Statella)가 양조를 맡았다. 스타텔라씨는 다년간 테누타 델레 테레네레(Tenuta Delle Terre Nere) 와이너리 양조부서를 이끌로 있는 수석 와인메이커이기도 하다.

 

                                   <에트나 와인 종류, 싱글비야드, 허용 품종에 대하여>

에트나는 3,350m에 직경이 45km인 유럽 최대 활화산이다. 에트나 와인은 에트나 산등성이를 따라 수직 3백~9백 높이대에 형성된 말발굽 형태 포도밭에서 나온다. 20군데 마을과 133개의 콘트라다(Contrada)가 모자이크를 이룬다. 콘트라다는 '거리'를 뜻하는 현지어나 싱글빈야드 개념과 같다. 와인규정은 콘트라다와 밭 이름 표기를 명시해놨지만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이지 의무사항은 아니다. 네리 와인은 콘트라다 아리고(Contrada Arrigo)에서 나온 싱글빈야드 와인이다.

 

에트나 와인은 크게 4가지 타입이 있는데 Etna Bianco(화이트 와인), Etna Rosso(레드 와인), Etna Rosato(로제 와인), Etna Spumante(스푸만테)이며 모두 Doc 원산지 보호를 받고 있다. 에트나 비앙코는 최소 알코올 도수가 11.5도에 카리칸테와 몇 개의 화이트 품종을 블랜딩 해 만든다. 알코올 도수가 12도가 넘고 카리칸테 함유량이 80%를 넘으면 Etna Bianco Superiore로 상향된다.

 

에트나 로쏘는 네렐로 마스칼레제와 네렐로 카푸초를 블랜딩하며 네렐로 마스칼레제를 최소 80%를 포함해야 한다. 만일, 최소 알코올 도수가 13도 이상에  최소 의무숙성기간  4년 중, 오크 숙성 기간을 12개월 가졌으면 Etna Rosso Riserva로 프리미엄 와인으로 상승한다.

 

                               에트나 비앙코 Doc 콘트라다 아리고 2019 Etna Bianco Doc Contfada Arrigo

와이너리 주변의 수령이 30년 된 카리칸테(85%)와 카타라토(15%) 블랜딩 와인이다.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로 옮겨 4~5개월간  효모접촉 상태에서 숙성했다. 맑은 노란색이 돌며 자몽,사과,파인애플, 허브향을 잔잔하게 피운다. 지중해 허브, 노란색 들꽃, 부싯돌 향이 깊은 맛을 더한다. 짭짤함과 산미의 밸런스가 뛰어나며 입안에 기분 좋은 여운을 남긴다. 잘 짜인 구조감과 적절한 보디감도 매력을 높인다.

 

                                에트나 로쏘 Doc 코트라다 이리고 2019 Etna Rosso Doc Contrada Arrigo

수령이 70년인 네렐로 마스칼레제를 프렌치 오크에서 숙성했다. 루비색을 내며 어린 와인의 발랄함과 아로마를 즐길 수 있다. 체리, 딸기, 라즈베리 향이 신선하며 부싯돌과 육두구 향이 은은하다. 타닌결은 섬세, 유려함을 겸비했으며 산미는 경쾌하다. 보디가 적절하며 무엇보다 탄탄한 구조가 완성도를 높인다. 전체적으로 개별 풍미보다는 다양한 맛의 조화에 중점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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