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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의 정열- 에트나 ETNA 와인

시칠리아 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5. 7. 2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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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트나(해발 1950m 지점)에서 내려다 본 운해


"와인을 왜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럴때면 필자는 그저 그런 일상을 그럴듯하게 떠벌리는 이탈리아 친구들의 입담을 듣기만 했던 입이 무거운 한국녀 였던 옛날이 떠오른다. 소믈리에가 된 후 식사에 맞는 와인선택과 주문된 와인에 대한 필자의 설명을 눈을 반짝이며 귀담아 듣는 친구를 사귀게된 와인 수다쟁이가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취미 반 일 반 이라는 핑계로 이탈리아 와인지역을 다니기 때문에 피에몬테 와인밖에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 피에몬테 지인들에게 이탈리아의 다른지역 와인을 소개하는 와인특파인 역활도 한다. 외국인에 대한 선입견만으로 곱지않은 시선으로만 쳐다보던 이방인을 그들의 문화를 공유하는 진지한 한 사람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으니 필자는 와인이 고맙고 좋다.


유네스코 유산이 50여개나 있는 관광대국에 살지만 필자는 이것을 안내하는 지도나 팜플렛은 관심이 없다. 오히려 새로운 와인이나 품종이름을 들으면 그곳에 가서 포도밭도 거닐어 보고 와인 생산자와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도 나눈 후 그곳 와인을 마셔봐야 성이차다. 그 와인산지 옆에 유명한 유적이 있다면 그 와인여행은 뜻밖의 횡재다. 와인을 만나는 여행은 비노(vino=와인)라는 자석에 몰려든 비노 문화 자기장에 빨려들어가는 것이다. 이 자기장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 보면 뜻밖의 경험을 하게 된다. 필자가 시칠리아의 에트나 와인을 만난것이 그렇다.


                                                                                  ▲ 시칠리아 남부에서 바라 본 에트나 경치


"끓다"라는 뜻의 그리스 단어 Aἴτνα-ας 가 어원이 되었다는 에트나(Etna)산은 정상만 3340m, 둘레는 45km로 유럽의 활화산 중 가장 높다. 같은 높이의 겨울 알프스정상은 하얀눈으로 덮혀있지만 에트나는 정상에서 토해내는 흰 수증기가 바람에 따라 이리저리 휘날리고 있고 내린 눈이 급속히 녹아내려 만든 골로 파여져 있다.


                                                                                         ▲ 에트나에는 260여개의 오름이 있다.


호텔직원이 에트나산에는 260여개의 오름(분화구)이 있고 그 안을 걸을수도 있다는 말만듣고 정상을 향해 차를 몰았다. 실베스트리 분화구가 검은 입을 벌리고 있는 1920m 사피엔자 산장에 도착하니 여기서부터는 차량이 통제되고 도보로만 갈 수 있다 했다.


                                                                                             ▲베스트리(silvestri)분화구


현무암이 부서져서 된 작은 돌맹이들로 이루어진 산등성이는 걸을때마다 발이 푹푹빠져서 걷기가 어려웠다. 한 걸음 발을 내디면 돌맹이들이 밑으로 쏟아질정도로 미끄러워 두 걸음 뒤로 밀려 내려왔다.


2200m에 있는 민간인 등반한계선에 도달했을때는 필자의 새 운동화는 검은재로 뿌옇게 덮혔고 현무암 자갈의 날카로운 모서리에 찢겨 여기저기 상처가 나있었다. 졸지에 몇 년 세척하지 않은 몰골이 되버린 신발을 보며 이런 땅에서는 어떠한 식물도 뿌리를 내릴 수 없을것만 같았다. 그러나 무용지물일 것같은 이 땅이 필록세라 해충(포도나무 뿌리를 갉아먹는 진딧물)의 천적이였다. 날카롭고 미끄럽기 때문에 결합력이 느슨해 해충이 포도뿌리에 도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였다.



                                                                                                      ▲에트나 용암 자갈


에트나는 화산에 가꾼 포도밭중 유럽에서 제일 높다는 기록도 가지고 있다. 해발 300~1100m에 걸쳐 포도밭이 있는데 모두 에트나 북,동,남쪽 경사면에 몰려있다. 가장 높은 곳의 포도밭은 2011년 에트나 분출때 흘러내려온 마그마가 포도밭 돌 담 바로 밑에 굳어진채로 있다. 자주 분출하는 용암때문에 밭 경계가 아래쪽으로 옮겨질 염려도 있지만 포도밭은 2,500헥타르에 달하며 그 중 250헥타르에서 재배된 적포도와 청포도로 만든 와인을 통틀어 에트나(Etna Doc) 와인으로 부른다.


에트나는 삼고산(山)이다. 필록세라의 범접을 허용치 않던 해충안전지역이니 포도나무의 나이는 평균 70~80세, 최고는 1세기 이상일 정도로 다. 또한, 이탈리아대부분 와인산지의 강수량보다 2배 은 평균 1300mm 내린다. 비가 많이 내린다 해도 다공질 현무암은 이를 통과시키니 뿌리가 썩지 않는다. 세번째는 포도수확때 밤낮기온차가 20~25도로 다. 따라서 이곳 포도는 천천히 완숙에 달해 10월 중순경에 수확을 한다.


에트나는 시칠리아 섬에서 생산되는 일반 와인과 달라 "와인의 섬"이다. 에트나에서는 시칠리아 평지에서 흔한 네로 다볼라, 프라파토, 인졸리아, 카타라토 품종이 만든 와인이 희귀하다. 네렐로(nerello)라는 적품종과 카리칸테(carricante)라 불리는 청포도가 주로 재배된다. 적품종으로는 Etna Rosso, Etna Rosato, Etna Rosato Spumante, 청포도로는 Etna Bianco, Etna Bianco Superiore, Etna Spumante 와인을 만든다.


뿌리를 내리고 있는 땅 색깔처럼 검기때문에 붙여진 네렐로(nerello: 검은색의 nero가 어원)은 두 종류가 있다. 마스칼레제(mascalese)와 카푸초(cappuccio)이며 마스칼레제가 더 고급스런 맛,향기를 내기 때문에 Etna Rosso 와인은 이품종만으로 양조하는게 추세지만 카푸초를 소량(chleo 20%) 블랜딩 한다.


에트나가 시칠리아에 속했기 때문에 높은 알콜, 농후한 과일, 송이가 탐스런 붉은색 꽃 향기와 입안을 꽉조이는 타닌, 둥글한 산미의 와인을 기대했다. 대신 앙증맞은 장미, 비올라와 작은 체리, 자두, 라즈베리의 붉은 과일향기가 수줍게 올라와 반전의 놀람을 주었다. 높은 산미는 과일과 꽃 맛을 입안에 불러오며 혀가 약간 마르는 느낌 정도의 타닌과 조화롭다. 여러모로 북쪽의 추운곳 와인을 만나는 느낌이였는데 특히, 보르고뉴의 피노누아 와인과 많이 닮아 "시칠리아의 보르고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와인의 선이 굵지 않다보니 무식중에 잔을 자주 비우게 되고 그러다 보면 헛 웃음이 자주 새어나와 헤픈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주의 요망, 알콜도수만 14.5도다!!!


                                                                                  베난티(Benanti)와이너리의 Etna 와인


네렐로가 에트나의 피노누아라면 에트나의 샤르도네는 ♣ 카리칸테(carricante)다. 많은 열매을 맺기 때문에 다산을 뜻하는 carico에서 왔다. 혀를 감싸는 부드러움은 샤르도네에 못 미치지만 열대과일과 하얀 꽃 향기와 산미로 유명하다. 산미가 유난히 높아 화이트로는 드물게 장기숙성(10년 이상) 할 수 있다.

(♣카리칸테=carricante: 카맄칸테 포도만 최소 60% 포함에 알콜농도 11.5도이면 Etna Bianco, 카리칸테 최소 80%이상에 알콜농도가 12도이면 수페리오레 Superiore가 따라온다.)


필자가 방문했던 에트나는 12월 말임에도 불구하고 포도나무는 나뭇잎을 달고 있었고 그 밑에는 민들레와 비슷한 노란꽃들이 피어있었다. 포도밭 담장을 따라 늘어선 오렌지, 레몬 나무를 보면 걷고 싶은 충동이 드는데 밭의 경사도가 높기 때문에 걷는것이 녹록하지 않다.


                                                                                     ▲ 에트나 포도밭의 겨울 풍경


필자는 예약자에 한 해 지프차로 포도밭 투어를 제공하는 와이너리의 도움을 구했다. 울퉁불퉁한 길을 달릴때 차의 흔들림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콘트라다(contrada)'라는 푯말을 놓치지 않았다. 중세시대에는 작은 거리이름 앞에 contrada를 썻는데 에트나에서는 포도밭 이름에 붙이는 풍습으로 변했다.


1968년 이곳 와인이 Etna doc 등급으로 되었을때 이곳 생산자들은 발빠르게 토질 특성에 따라 포도밭을 세분화했다. 여러개로 구분된 포도밭은 전통에 따라 contrada라 이름지었다. 이런 연고로 탄생한 contrada는 아래와 같고 이들 대부분은 필자가 방문했던 에트나 북쪽사면에 위치하고 있다. Passopisciaro, Malpasso, Moganazzi, Feudodimezzo,San Spirito, Sciaranuova, Guardiola, San Lorenzo, Sollicchiata, Allegracore, Rovitello, Calderere.


Etna와인 라벨에 위의 밭 이름이 써있으면 에트나 최상의 와인이라 생각해도 좋다. 오직 바롤로만 써있는 것보다 '카누비' '아눈지아타'가 따라오는 바롤로 와인이 어쩐지 농부의 손길이 더갔고 품질을 믿을 수 있는것과 같은 이유때문이다. 다만, 바롤로 와인에 포도밭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것은 2010년 부터지만 에트나는 40년 앞선게 다를 뿐이다.



블로그 운영자는 와인 웹매거진/와인 포탈 WINE OK 의 "이탈리아 와인 컬럼리스트" 로 활동중이며 위의 기사는  본 매거진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wineok.com/board.php?PN=board_view&code=mastercolumn&codeCate=board_bny&no=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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