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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난티(Benanti) 와이너리 방문후기

시칠리아 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1. 3. 2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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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비노 베난티. 와이너리는 부자가 운영하는데 살비노는 창립자의 둘째 아들이다

2014년 겨울에 시칠리아 에트나산에 자리 잡고 있는 베난티 와이너리를 방문했었다. 약 2시간의 소요시간이 드는 투어를 하면서 베난티 가족이 갖고 있는 와인에 대한 자부심과 독특한 와인투어 진행방식에 좋은 인상을 받았다.

 

와인 샵을 지나 와이너리 경내로 들어가면 방문객은 넓은 안뜰에 안내된다. 보통 자격증이 있는 소믈리에가 안내를 하지만 우리가 갔을 때는 베난티 형제가 안내를 맡았다.

 

안뜰에는 시칠리아 전통 농가스타일로 지어진 건물들이 드문드문 서있다. 대여섯 체나 되는 건물들은 일종의 박물관 역할을 하고 있다. 한 건물은 농기구를 모아놨고 그 옆 건물은 와인을 주재로 한 예술작품들이 진열돼있다. 그리고 전시물 한가운데는 오크 테이블과 몇 개의 잔과 베난티 와인이 준비돼있다.

베난티는 시칠리아 전통 농가 방문을 투어 프로그램에 넣었다

이런 식으로 건물을 다 돌고 나면 베난티의 에트나 와인과 가족의 와인에 대한 사랑을 알게 되고 다양한 와인을 맛보게 된다. 마치 최고의 와인이 서비스 되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고 할까.

 

흥미로웠던 것은 팔멘토(Palmento)라는 시칠리아 전통 압착기를 전시하고 있는 건물이었다. 건물 바닥은 이단으로 돼있고 가장 높은 곳에는 대형 압착기가 놓여있다. 압착기는 몇 명의 건장한 남자가 밀어야 겨우 움직일 듯 둔중해 보였는데 여기서 압착된 포도즙은 바닥에 난 홈을 타고 내려와 시멘트 욕조로 흘러든다. 이 안에 흘러든 포도즙은 알코올 발효를 시작한다.

팔멘토

한창 수확철일 때는 건물 안은 알코올 발효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로 가득 찬다. 이산화탄소는 무색무취이기 때문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농부들이 많았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 예전에는 내부의 공기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고양이를 들어 보낸 후 창문으로 안을 고양의 동태를 지켜봤다고 한다. 만일, 몇 분이 지났는데도 고양이가 멀쩡하면 그때야 사람들이 안심하고 들어갔다고 한다.

시음실 내부

안뜰 투어가 끝나면 건물 주변의 포도밭을 산책한다. 포도밭은 콘트라다 몬테 세라(Contrada Monte Serra)라 불리는데 베난티의 4개의 콘트라다 중 남동쪽에 자리잡고 있다. 베난티는 에트나 북, 동, 남동, 남서 산등성이에 밭을 소유하는데 각 밭을 콘트라다란 명칭을 붙여 관리하고 있다.

 

콘트라다 Contrada는 지역이나 구역을 뜻하는 이탈리아 고어다. 이 포도밭은 해발 450~500 미터 대이며 태고에 화산이 폭발할 때 날아온 화산재가 쌓여 만든 봉우리다. 네렐로 마스칼레제, 네렐로 카푸초, 카리칸테 품종이 알베렐로 형태(alberello system, 철사나 기둥 구조물에 의지하지 않고 일반 과수나무 형태로 키우는 방식)로 자라고 있다.

 

수령은 1백세 이상인데 에트나 포도밭은 악명 높은 필록세라가 침입하지 않아 미국산 뿌리를 이식을 접붙이지 않은 원래 나무가 자란다. 이 밭에서 나오는 와인은 Serra della Contessa Particella No. 587 Etna Rosso Riserva, Etna Rosso Contrade Monte Serra 이다.

콘트라다 몬테세라 포도밭, 나무의 수령은 1백년이 넘으며 알베렐로 전통 재배방식으로 키운다

야외 투어가 끝나면 베난티 투어의 꽃인 와인 테이스팅이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건물을 방문할 때마다 와인을 시음했지만 그 와인들은 일종의 가벼운 엔트리급에 속한다. 지금부터는 베난티의 시그니처 와인인 싱글빈야드 와인과 시칠리안 안티파스토 플레이팅(전채요리)가 곁들여진다.

 

싱글빈야드는 크뤼 밭을 뜻하는 일반 단어지만 베난티는 고어인 콘트라다를 썼으니 콘트라다 와인이라 불러야 맞겠다. 안티파스토는 시칠리아의 다양한 살라미류, 페코리노 치즈, 시칠리아식 부르스케타가 나와 양이 풍부했지만 올리브 유를 듬뿍 넣어 포만감도 준다.

베난티 부자가 경영하고 있는 와이너리는 1988년 주제페 베난티(Giuseppe Benanti)가 북에트나 산등성이에 있는 마을에 설립한 테누타 디 카스틸리오네(Tenuta di Castiglione)가 그 시초다. 참고로 현재 와이너리 본사는 비아그란데 마을로 옮겼는데 투어와 와인 구매는 이곳에서 할 수 있다.

 

베난티 가족은 오래전부터 포도밭을 가꾸고 와인을 양조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취미 수준에 머물렀다. 그러다 주제페 베난티 세대에 이르러 가족의 염원인 와인 생산자로 변모한다. 에트나 산 북, 동, 남 경사면에 포도밭을 차례로 구매한다.

 

주제페의 관심은 에트나 토착품종인 네렐로 마스칼레제와 카리 칸테 품질을 획기적으로 높이는데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보르고뇨나 랑게, 아스티에서 명성이 높은 양조가를 초청해 실험재배 및 양조를 실시한다. 지금은 고품질 양조법 중 탑으로 손꼽히는 미세 양조 방식 실험을 실시한다.

 

이는 기후와 토양특성 별로 밭을 구획하고 밭 단위로 수확, 발효, 숙성을 하는 방식인데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때까지 무려 150번을 모의 양조를 했다고 한다. 창립 2년이 지난 후 두 종류의 첫 빈티지가 나왔고 현재는 라인업이 12종류로 늘었으며 매년 17만 병을 생산한다.

 

베난티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에트나 산 네 군데 경사면에 포도밭을 경작해 현재는 면적이 28헥타르에 이른다. 밭 특성별로 4개의 콘트라다로 구분해 콘트라다의 고유 환경을 와인에 담아내고 있다.

4군데의 콘트라다와 여기서 나오는 대표 와인은 다음과 같다.

 

1. 북에트나:콘트라다 다파라 갈루쪼  Contrada Dafara Galluzzo, 카스틸리오네 디 시칠리아 마을에 소재, 해발 750미터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 네렐로 카푸초, 알베렐로 시스템으로 가꿈, 수령이 1백 년 이상

    와인--> Etna Rosso Riserva Rovittello Particella No.341

              Etna Rosso Contrada Dafara Galluzzo

 

2. 동에트나 콘트라다: 리나쪼 Contrada Rinazzo, 밀로 마을에 소재, 해발 8백 미터

    품종--> 카리칸테, 알베렐로 시스템으로 가꿈, 수령이 1백 년 이상

    와인--> Etna Bianco Superiore Pietra Marina

               Etna Bianco Superiore Contrada Rinazzo

 

3. 남동 에트나: 콘트라다 몬테세라 Contrada Monte Serra, 비아그란데 마을, 해발 450~5백 미터

   품종--> 네렐로 마스칼레제, 네렐로 카푸초, 알베렐로 시스템으로 가꿈, 수령이 1백 년 이상

   와인--> Etna Rosso Riserva Serra Della Dontessa Particella No.587

              Etna Rosso Contrada Monte Serra

 

4. 남서 에트나: 콘트라다 카발리에레 Contrada Vavaliere, 산타마리아 디 리코디아 마을, 해발 9백~950미터

   품종-->네렐로 마스칼레제, 네렐로 카푸초, 카리칸테, 귀요 방식으로 가꿈

   와인--> Etna Bianco Contrada Cavaliere

              Etna Rosso Contrada Cavaliere

              Terre Siciliane Nerello Cappucc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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