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귀도 판티노(Guido Fantino)와 클라우디오 콘테르노(Claudio Conterno)는 동업하기로 하고 두 사람의 성을 딴 콘테르노 판티노(Conterno Fantino) 와이너리를 창업한다.
40년이 지나 현재까지 두 오너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동업관계를 잘 유지하고 있다. 사실 동업하면 서로 의지 할 수 있고 어려울 때 쉽게 헤쳐 나갈 수 있지만 잘못하며 원수지간이 되기 쉽다.
그런데도 용케 긴 동업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을 물어봤더니 각자 책임을 분명히 하고 서로 참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귀도 판티노 사장은 양조만 맡고, 클라우디오 콘테르노 사장은 포도밭 관리를 맡고 서로 터치하지 않는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계약관계처럼 냉정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서로를 깊이 신뢰하기 때문에 그러한 관계의 균형이 가능하지 싶다.
와이너리 본사는 바롤로 11개 마을 중 최남단에 있는 몬포르테 달바 마을에 위치한다. 마을을 우회하는 가파른 도로를 타고 가다가 마을 정상이 발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 이르면 브리꼬 바스티아(Bricco Bastia) 언덕에 도달한다. 언덕 정상에 와이너리 본사와 양조시설이 지어졌고 주변의 밭은 콘테르로 판티노가 소유, 관리하고 있다.
밭은 언덕 지명을 빌려 브리꼬 바스티아라 명명했으며 샤르도네와 돌체토가 심어져 있다. 언덕 높이는 500~540미터로 다양하며 이 밭에서 나온 와인은 랑게 샤르도네 바스티아(Langhe Chardonnay Bastia Doc)와 돌체토 달바 브리꼬 바스티아( Dolcetto d'Alba Bricco Bastia Doc)가 있다.
양조장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면 테라스가 있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몬포르테 달바 마을과 포도밭 전망이 뛰어나다.
밭 면적은 27헥타르(7만5천 평 정도)며 연 15만병 생산하는 중견 와이너리다. 포도밭은 몬포르테 달바에 집중해있다. 주요 품종은 네비올로, 돌체토, 바르베라, 샤르도네, 만조니 비앙코이며 샤르도네와 만조니 비앙코를 제외한 나머지 품종은 랑게의 고유 레드 품종이다. 품종 구성이나 화이트 대비 레드 와인 비율을 봤을 때 레드와인이 월등히 높아 전형적인 랑게 와인 생산자라 할 수 있다.
이곳의 시그니처 와인인 4종류의 바롤로는 지네스트라(Ginestra), 모스코니(Mosconi), 카스텔렛토(Castelletto) 크뤼에서 나온다. 세번째 카스텔렛토 밭은 최근에 구입한 크뤼 밭으로 2013년에 첫 빈티지가 나왔다. 바롤로 밭은 해발 200~450미터이며 정남, 남동을 향하고 있다.
이곳의 양조시설을 견학했을 때 현대적이며 청결하고 양조 동선이 효율적으로 짜여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동업을 하다 보니 콘테르노 가족이나 판티노 가족 모두 온 신경을 곤두세워 품질관리에 집중을 하다. 품질관리는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엄격하지만 첨단 양조기술이나 새로운 재질로 된 숙성용기가 나오면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보인다. 아마 내년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오크통 숲 속에 들어앉아 있는 암포라, 세라믹 탱크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양조실을 견학하다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하부가 성에로 덮혀있는게 눈에 띄었다. 물어봤더니 이 탱크 안에는 젖산 발효(MLF)가 끝난 와인으로 채워져 있는데 주석산을 제거하는 중이라 했다.
▶주석산: 와인 병을 따고 나면 코르크 마개에 붙어있거나 병 밑에 투명하고 반짝이는 알갱이가 주석산이다. 주석산염이라고도 하는데 와인에 들어 있는 여러가지 산 중의 하나이며 포도맛과 풍미에는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실온에서는 아무렇지 않다가 날씨가 춥거나 와인 온도가 차가워지면 투명한 알갱이로 변해 바닥에 가라앉는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는 양조과정에서 아예 주석산염을 제거한다. 보통 젖산 발효가 끝나면 탱크 온도를 영하 5도로 끌어내린 후 며칠 놔둔다. 주석산염, 효모의 잔해, 포도 껍질이 밑에 쌓이는데 제거한 뒤 다음 과정으로 보낸다.
다음은 귀도 판티노와 클라우디오 콘테르노를 한 이탈리아 잡지가 인터뷰한 내용을 발췌했다. 이 기사는 두 오너의 직업정신을 보여주고 있어 정리해서 공유하기로 했다. 원 기사 링크 www.winestories.it/conterno-fantino/
귀도 판티노(양조담당) 인터뷰한 내용
네비올로는 알코올 발효를 오래 해야 합니다. 포도껍질에 숨어있는 성분을 최대한 추출하기 위해서입니다. 과육은 알코올을 주지만 껍질은 와인에 구조를 이루는 중요한 성분을 갖고 있어요.
예전에는 껍질에서 모든 것을 추출할 만한 발효기술이 부족했죠. 최근에는 온도를 원하는 대로 조절할 수 있고 기계기술과 연계해서 껍질 성분을 백 퍼센트 추출할 수 있죠. 단적인 예로 옛날에는 알코올 발효가 끝난 포도껍질 색깔은 보라색이었는데 요즘은 오렌지 색에 가까워요(최대한 추출했다는 의미).
알코올 발효기간은 수확한 해의 작황에 따라 달라요. 작황이 좋으면 껍질이 건강해서 침용기간을 길게 잡을 수 있어요. 10~12일의 기간을 갖고 충분히 우려낼 수 있죠. 그 해의 기상, 포도의 성장 상태, 껍질의 두께에 따라 다릅니다. 수확한 포도가 양조장에 실려왔을 때 경험이 많은 양조가가 그때 마다 정하므로 어떤 공식은 따로 없어요. A와이너리는 20일, B와이너리는 30일을 해요.
나는 내부에 축이 달려있는 수평식 알코올 발효 탱크 모델을 사용해요. 알코 발효기간 동안 포도껍질과 즙이 완전히 접촉하고 축이 계속 회전을 하기 때문에 추출이 빨라져서 알코올 발효기간을 줄일 수 있어요.
내 생각에는 추출기간이나 기술보다는 완성된 와인이 완벽하고 맛있으면 최고 와인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40년간 수많은 와인을 시음했어요. 바롤로는 마시고 싶다는 충돌을 일으키게 하는 와인이며 그렇지 않은 와인도 많아요. 네비올로 와인(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은 마시기 위해 태어난 와인이죠.
와인의 결과는 식탁에서 결정이 나죠. 개봉하면 그날 다 비우는 와인이 최고 와인이죠. 맛없는 와인은 그날 마시지 못해 남게되고 그다음 날은 마시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죠. 와인은 구조감과 우아함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마셔져야 합니다.
클라우디오 콘테르노와의 관계
우리는 서로 자기가 할 일을 명확히 압니다. 그리고 동업자가 하는 일을 잘 파악하고 있죠. 나는 가끔 포도밭을 둘러보러 가고 클라우디오는 나와 같이 와인을 마십니다. 몇 년 전부터 제 자식들이(파비오, 엘리자) 와이너리에 입사해서 업무를 분담하고 있어요.
클라우디오 콘테르노(포도밭 관리) 인터뷰한 내용
요즘 바롤로에 적당한 네비올로를 선택할 때 람피아(Lampia, biotype 또는 sub-variety라 함) 생체형을 선호하는 추세입니다. 포도송이가 작고 껍질이 두꺼우며 딸기, 체리, 장미, 베리 과일향을 피웁니다.
저는 람피아 클론 111를 심어요. 그렇다고 한 클론만 심지 않아요. 50%는 내가 잘 알고 자신 있는 클론을 심고, 나머지 50%는 포도 묘목 전문점에서 신중하게 고릅니다. ★네비올로 품종정리blog.daum.net/baeknanyoung/352
콘테르노 판티노는 2003년도에 유기농 인증서를 획득했어요. 이탈리아 볼로냐 기관에서 발행하는 공신력있는 CCPB 인증서죠. 포도밭 관리 원칙은 무간섭 주의예요. 포도가 평균 수령인 40~50년의 장수를 누릴 수 있게, 즉 포도가 생장 리듬에 따라 생을 마치도록 최대한 노력합니다.
네비올로는 산도와 타닌이 많기 때문에 과일로는 적당치 않고 맛이 없어요. 돌체토와 바르베라는 과일로 먹기에 좋죠. 네비올로는 이회토 토양에서 잘 자랍니다.
랑게 샤르도네 바스티아 DOC 2019
품종: 샤르도네 100%, 수령: 30~31년. 해발 350~540미터. 와이너리 주변의 브리꼬 바스티아 밭에서 재배했다. 토양: 석회석과 모래가 섞인 점토. 오크통에서 알코올 발효와 젖산 발효를 마친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4개월 간 효모 앙금 숙성했다.
중간 정도의 노란색이 돈다. 시트론, 파인애플, 골든사과 향이 상쾌하다. 빵, 견과류, 버터 향이 감미롭다. 찐 찰옥수수 같은 구수하며 달콤한 향을 피운다. 원만하면서도 깔끔한 산미와 보디감은 중간이며 산뜻한 느낌을 준다. 짠맛이 적당히 어우러져 감칠맛이 돈다.
랑게 로쏘 몬프라 Doc Lagnhe Rosso Monpra Doc
네비올로 50%, 바르베라 50%를 블랜딩 했다. 네비올로는 수령이 20년, 바르베라는 34년이다. 언덕 높이가 3백~4백 미터에 토양이 석회석과 모래가 섞인 이회토 밭에서 자랐다. 수평식 알코올 발효탱크에서 열흘간 알코올 발효한 후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했다. 네비올로와 바르베라는 발효부터 오크 숙성까지 분리해서 한 다음 병입 바로전에 블랜딩 했다. 알코올 15도
검붉은 색이 심연의 바다를 떠올린다. 커피, 초코렛, 정향, 후추향이 굵고 선명하다. 블랙베리, 자두 잼의 달콤함과 오크향이 살짝 곁들여져 세련미를 더한다. 풀바디에 강건한 구조가 돋보이며 와인의 집중도가 뛰어나다. 타닌 결이 매끈하며 떫은맛이 적당하며 천천히 입안이 마른다.
바롤로 카스텔렛토 비냐 프레센다 Barolo Castelletto Vigna Pressenda Docg 2017
몬포르테 달바 마을-->카스텔렛토 크뤼 --> 프레센다(Pressenda) 단일 밭(싱글빈야드)에서 자란 네비올로로 만들었다. 프레센다 밭은 해발 350~370미터에 남동향이다. 포도 수령은 51년, 34년, 15년, 8년이 혼재돼있다. 수평식 알코올 발효탱크에서 12~15일간 한 뒤 프랑스산 오크통(225리터)에서 24개월간 숙성했다. 알코올 14.5도.
딸기, 체리, 라즈베리 아로마가 신선하며 달콤하다. 삼나무 향, 노간주, 민트, 송진향이 다채롭다. 생동감 있는 산미, 타닌은 결이 촘촘하며 구조가 잘 짜여져 있어 긴장감이 전해진다. 산도, 타닌, 쌉쌀한 맛의 밸런스가 뛰어나며 빈티지가 어리나 우아함을 갖추었다.
바롤로 모스코니 비냐 페드 Barolo Mosconi Vigna Ped Docg 2017
몬포르테 달바--> 모스코니 크뤼--> Ped 크뤼밭(싱글빈야드)에서 온다. 네비올로 수령은 50년, 21년이 혼재돼있다. 토질은 모래(26%) 미사(50%), 점토(24%)의 비율의 이회토 언덕에 해발은 360~380 미터다. 수평식 알코올 발효탱크에서 12~15일간 알코올 발효와 침용을 끝낸 후 프랑스산 오크통(225리터)에서 24개월 숙성했다. 알코올 14.5도
짙은 루비색이 돈다. 감초, 민트, 라즈베리, 블랙베리, 카카오, 송진향을 피운다. 타닌은 입안을 천천히 조여오며 타닌이 엄격하고 기품이 있다. 생동감 있는 산미와 풀 보디에서 오는 에너지가 입안을 감싼다. 앞의 카스텔렛토 바롤로에 비해면 타닌의 묵직함이 주는 힘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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