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깃털 같이 가볍게 펜글씨처럼 무겁게- 부르노 로까 와이너리

와이너리 방문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1. 2. 16.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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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노 로까의 미래, 부르노 로까의 자녀들. 좌:프란체스코 로까, 우:루이자 로까

부르노 로까(Bruon Rocca) 와이너리의 첫인상은 지독하게 엄격하고 원칙을 고수한다는 거다. 예를 들면 부르노 로까 가족은 일손이 가장 바쁜 수확 때나 겨울철 가지치기할 때라도 인부를 부르지 않는다.

 

부모와 남매 그리고 몇 명의 직원이 해결한다. 이런 수확이 가능한 이유는 포도밭이 15헥타르(4만 5천 평)로 작고, 양조장과 밭이 같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양조장에서 좀 떨어진 곳에 4군데의 밭이 있으나 직선거리로는 3km, 양조장을 기준으로 차로 10분 거리 내에 몰려있다.

 

가깝기 때문에  포도의 생명인 아로마가 신선할 때 신속하게 양조장으로 보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예전에는 발리오 세라(Vaglio Serra, 바르베라 달바) 마을에 밭이 있었는데 차로 30분 거리라 수확 작업과 처리과정을 통제하기 어려워 다른 이에게 넘겼다.

 

부르노 로까 가족이 거리에 집착하는 데는 와인 생산라인의 완벽한 통제력이 있어야 와인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에 있다. 이 통제력은 오직 와이너리 사정에 밝고 신임할 수 있는 가족과 직원에게만 효력이 미친다는 오랜 신념 때문이다.

청결한 숙성실 내부. 부르노 로까의 오크통은 전부 프랑스산이다

와이너리를 견학하는 동안 청결한 환경에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한마디로 밥 풀 떨어지면 주어 먹어도 될 정도였다. 영업 끝난 식당 주방을 말끔히 청소하고 소독할 때처럼 먹을 것을 다루는 곳은 청결이 우선이다. 와인이 숙성하는 오크 용기 관리도 철저하다. 매번 랙킹 할 때마다 뜨거운 물로 스팀 소독을 한다. 보통 와인 숙성이 끝나면 하는 일반 와이너리 관행과는 다르다.

 

※랙킹 Racking: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바닥에 쌓여있는 앙금과 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 와인 숙성할 때 한 통에서 다른 통으로 옮기면서 찌꺼기를 제거하는 작업

 

부르노 로까 가족 이야기

 

부르노 로까의 모체인 라바야 포도밭

1834년 로까 가족은 바르바레스코 마을에 정착했으며 1958년에 바르바레스코 생산자의 길로 들어선다. 현재 와이너리의 오너 부르노 로까의 부모가 라바야(Rabajà)에 밭을 구입하고 양조장과 건물을 짓는다. 이 건물은 후에 와인 생산의 중추 역할을 맡게 되며 본사로 자리 잡는다.

 

라바야는 오래전부터 명당 포도밭으로 알려졌으며 여기서 나온 바르바레스코는 다른 곳 보다 가격이 몇 배나 비쌌다. 1967년 로까 가족의 첫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선보이는데 와인 라벨에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그저 "Vigneti in localitàRabajà Sud-Ovest"(라바야 마을 남서쪽 포도밭)을 표시했다.

 

1978년 부르노 로까가 와이너리를 물려받으면서 급격히 성장한다. 와이너리 명칭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고 바르바레스코 생산에 올인한다. 1990년대에는 3세대인 부르노의 아들(프란체스코)과 딸(루이자)이 경영에 합류한다.

 

부르노 로까의 또 다른 독특한 점은 부르노의 외아들인  프란체스코를 제외하고는 가족 누구도 양조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없다. 프란체스코는 알바 양조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곧바로 가업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외부 양조가나 영농가의 컨설팅을 의뢰하지 않고 가족 대대로 전수받은 양조 비법과 신념이 깃든  비법으로 와인을 만든다.

 

부르노 로까의 상징-피우마(piuma) 깃 털

1981년 브루노 로까는 잔니 갈로(Gianni Gallo)를 찾아가 라벨 디자인을 의뢰한다. 잔니 갈로는 비에티(Vietti), G.D 바이라(G.D Vajra), 마르지아노 아보나(Marziano Abbona) 와이너리의 라벨을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다. 부르노는 무겁고 거친 바르바레스코는 피하고 깃털 같이 가벼운 바르바레스코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화가에게 말했다.

 

이후, 화가는 브루노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넸다. 흑백 칼라로 그린 깃털 펜과 밑에는 '깃털처럼 가볍지만 글씨처럼 중요한"이란 문자가 써져 있었다. 이후 브루노 로까는 이 그림과 글을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삼았고 라벨 장식에 넣기로 했다.

 

포도밭 살펴보기

15헥타르의 밭은 바르바레스코 마을과 네이베 마을에 모여있다. 모두 크뤼급 밭이며 부르노 로까의 시그니처 바르바레스코가 나오고 있다. 밭과 거기서 나오는 와인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이회토. 토양에 석회석 비율이 높다

라바야(Rabajà) 와이너리 본사와 양조장 및 숙성 건물이 위치하고 있다. 1958년도에 구입했고 부르노 로까를 프리미엄 바르바레스코 생산자로 부상시킨 밭으로 가족의 모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가꾸어진 네비올로는 바르바레스코 라바야, 바르바레스코 라바야 리제르바가 나온다. 토양은 석회석이 풍부한 이회토가 주를 이룬다.

꾸라(Currà) 2001년 인수했다. 바르바레스코 꾸라, 바르바레스코 꾸라 리제르바가 있다. 꾸라 밭은 라바야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으며 네이베 마을에 속한다. 꾸라 Currà 는 피에몬테 방언이며 "돌보다"의 뜻을 갖는다. 예전에 네이베 성당에 속한 교구가 밭을 관리했었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성분은 석회석과 점토가 섞인 산타가타 이회토( Sant'Agata Marl)다.

부르노 로까가 소유하는 밭위치와 명칭이 표시되있다. 흑색 원 안: 바르바레스코 마을. 적색 원 안:네이베 마을

라바야가 속한 바르바레스코 마을과 꾸라 밭이 속한 네이베를 지도에서 보면 흥미롭다. 바르바레스코는 네이베에 비해 밭 수가  많으나 개별 포도밭의 면적은 좁다. 이유는 바르바레스코 포도밭의 주인은 농부가 대부분이었고 농부는 자식 머리수 대로 포도밭을 자손한테 물려주었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베는 교구가 관리했었고 포도밭을 나눌 필요가 없었다.

 

San Cristoforo, Marcorino, Fausoni 포도밭. 네이베에 속한 크뤼들이다. 서로 다른 테루아의 특징을 지닌 네비올로를 블랜딩 한 조화로운 바르바레스코가 나온다.

 

최신 양조 장비들

제경기 외부. BUTCHER사가 제작했다

제경기: 산드로네, 도메니코 클레리코, 브루노 로까 와이너리에만 설치된 주문제작 제경기다. 일반 제경기(포도 자루에서 포도알 제거하는 기계)는 작동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개방식이다. 이 제경기는 상부에는 덮개가 달려있는 개폐식이고 내부에는 작은 구멍이 퍼져있는 실리더가 중앙에 달려있다.

제경기 내부. 실린더가 좌우로 움직일 때 포도알이 구멍 밖으로 빠져나온다

실린더 안에 포도송이가 들어가면  실린더가 좌우로 진동하면서 포도알이 구멍을 통해 밖으로 나온다. 마치 손으로 포도를 털어 내는 방식이다. 이 제경기는 액화탄산가스와 연결돼있어 실린더가 작동할 때 저온의 탄산가스를 자동 분사한다. 산소를 제거하고 이산화탄소로 채워 포도 산화를 막고 내부 온도를 차갑게 유지하기 때문에 아로마 손실을 막을 수 있다.

 

수위 조절 가능한 알코올 발효 탱크

부르노 로까의 전체 밭은 포도가 완숙하는 시기와 토양에 따라서 세분화했다. 세분화된 포도밭은 수확은 물론, 알코올 발효, 숙성을 따로 한다.

매번 수확한 포도는 양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수확한 양에 맞추어 사이즈 별로 탱크를 구비해야 하나. 장소가 부족했다. 그래서 수위조절 가능한 탱크를 구매했는데  일반 탱크는 다 채워야 하지만 이 탱크는 위쪽에 덮개가 없어서  양을 조절할 수 있다. 구획별로 수확, 파쇄, 압착한 포도가 채워지면 밀폐력이 뛰어난 이동식 덮개가 하강하다가 포도즙이 차 있는 곳에서 멈춘다. 덮개가 닫히기 전에 이산화탄소를 뿌려서 포도즙에 녹아있는 산소를 제거한다.

 

펌핑 오버할 때는 덮개를 들어 올린 뒤 포도즙을 회전을 시키며 끝나면 앞과 똑같은 과정으로 밀폐한다. 부르노 로까의 생산량은 7만 병 수준으로 많지 않지만 발효 탱크를 8개나 설치해 놔서 밭 세분화이 원칙이 잘 지켜지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Barbaresco Currà Riserva 2014. 네비올로가 재배된 꾸라 밭을 백라벨(우)에 표시했다

바르바레스코 꾸라 리제르바 Barbaresco Currà Riserva 2014

 대형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4~36개월 숙성했다. 투명한 루비색이 돌며 오렌지빛의 따뜻한 열기가 비친다. 딸기 머맬레이드, 비올라, 민트, 재스민 향이 조화롭게 난다. 흙냄새가 살짝 곁들여져 복합미를 준다. 풀바디에 타닌 맛은 적당하며 생동감 있는 산미와 멋진 조화를 이룬다. 청결한 오크통 관리에서 오는  깨끗하고 순수함이 와인 전체에서 느껴진다.

Barbaresco Rabajà Riserva 2014. 마찬가지로 라바야 밭이 백라벨에 표시돼있다.

바르바레스코 라바야 리제르바 Barbaresco Rabajà Riserva 2014

네비올로 수령이 70년이며 프랑스산 오크통에서 25~36개월 숙성했다. 진한 루비색이 돌며 오렌지빛이 비친다. 달콤한 체리, 라즈베리 향이 은은하다. 철, 말린 꽃, 감초, 노간주(주니퍼 베리) 향이 감미롭게 올라온다. 산미가 생동감 있고 구조는 촘촘하며 상당히 단정한 느낌을 준다. 타닌 결이 매끄럽고 섬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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