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적갈색, 달콤함과 묵직한 알코올이 혀에 착 감기는 마성의 맛. 와인처럼 포도가 원료이지만 일반 와인 풍미와는 거리가 먼 주정강화 와인. 와인 앞에 붙은 주정강화란 수식어가 강한 인상을 준다. 그러면, 왜 강화를 했지? 주정강화를 하면 뭐가 좋은데? 란 의문이 따라온다. 이탈리아의 주정강화의 대부 마르살라와 포르투갈 제1의 포트와인을 비교하면서 궁금증을 해결하자.
1. 배경
주정강화 와인은 영국이 없었다면 존재하지 못했을 정도로 영국과 연관이 깊다. 자타가 공인하는 애주가인 영국인들은 호전적인 민족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식민지를 개척했다. 오죽하면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영국은 프랑스 보르도에서 와인을 수입했었는 프랑스와 백년전쟁을 일으키면서 와인 수입이 중단되었다. 영국 상인들은 새로운 와인 공급지를 찾으려고 지중해 연안을 항해하다가 포르투갈에서 대체 와인을 발견한다. 와인은 구했지만 배로 운반하다 보면 변질될 확률이 높았다.
고심 끝에 와인의 알코올 도수를 높이면 장기간의 배 여행에도 와인이 변질되지 않음을 알아낸다. 이때 사용한 고농도 알코올은 브랜디였고 이렇게 해서 주정강화 와인이 탄생했고 포트 와인은 제1호 주정강화 자리에 오른다.
마르살라 와인도 포트와인과 비슷한 이유와 경로로 탄생했다. 1773년 영국 상인 존 우드하우스는 항해도 중 폭풍을 만나 시칠리아 섬에 피신한다. 그가 정박한 곳은 시칠리아 북서쪽 마르살라 Marsala라 하는 어촌마을이었다. 어느 날 존 우드하우스는 이곳 전통 와인인 페르페투움(perpetuum)을 맛보았다.
그 순간 이 와인을 주정강화하면 포트 와인에 못지않은 성공을 거둘 것 같았다. 브랜디를 부어 만든 마르살라 주정강화 50 pipes(1 pipe=412리터) 병을 고국에 보낸다. 돌다리도 두둘겨 보자는 신중한 태도로 보낸 와인인데 뜻밖에 커다란 성공을 거둔다.
2. 양조방식
포트와인
알코올 발효인 포도즙이 알코올 농도가 6~9%에 이르면 알코올 농도가 75~77%인 브랜디를 붓는다. 포도즙이 브랜디와 섞이는 순간 효모는 활동을 멈추고 죽는다. 이때 미처 발효되지 못한 당분은 잔당으로 남아 와인에서 단맛이 나게 된다.
이후 와인은 오크통으로 옮겨서 오크 숙성을 몇 개월 거친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북포르투갈 두 우루 강 상류에 있는 도우루 밸리에서 이루어진다. 후에 강을 따라 빌라 노바 데 가이아(Villa Nova de Gaia) 마을에 지어진 숙성시설로 옮겨져 블랜딩하고 오크통에서 다시 숙성한다.
숙성을 끝내고 병입까지 마친 와인은 배에 실려 도우루 강 하구에 있는 오포르투(Oporto)에 운반된다. 그리고 선적되어 영국으로 실려갔다. 포트와인은 오포르투에서 선적되었기 때문에 오포르투 와인이라 했는데 영국인들이 주 고객이었던 이유로 포트와인으로 불리게 되었다.
마르살라 와인
잘 익은 청포도를 압착해 알코올 발효를 한다. 알코올 농도가 12%가 되면 와인 온도를 낮추어 기본 와인(base wine) 얻는다. 기본 와인을 용기로 옮기는데 이러면 산소와 섞이게 되어 산화가 된다. 이런과정을 여러번 반복해서 산화취와 독특한 풍미가 발생한다.
다음 순서는 기본와인을 주정강화할 차례다. 이 과정을 콘차(concia)라 하고 주정강화에 쓰이는 알코올을 콘차 액이라 한다. 미스텔라, 모스토 꼬토, 와인 증류주, 에틸알코올이 있다.
미스텔라(mistella): 모스토 꼬토에 증류주나 에틸알코올과 섞은 것
모스토 꼬토(mosto cotto): 당도가 높은 포도를 압착한 포도즙(모스토)을 약한 불에 졸인 것. 기본 와인에 부드러운 맛과 마르살라 특유의 짙은 갈색을 낸다.
주정을 마치면 기본 와인 알코올 도수는 17~22도가 된다.
3. 품종
포트와인
포트와인은 다품종을 블랜딩해 각 품종의 묘미를 조합한 와인이다. 품종수를 90여 개, 1백여 개로 표시해 놔서 혼동을 일으키지만 포트와인 생산자도 자기 밭에서 자라는 품종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다품종 와인이다. 현재 규정에서 허용한 품종은 화이트 6종, 레드는 9종류다.
화이트 품종: 아린뚜, 구베이오, 말바시아, 비오신호 등
레드 품종: 띤따 토리즈, 또우리가 나시오날, 또우리가 프란타, 띤따 바호카, 띤따 까옹
마르살라 와인
화이트 품종: 그릴로(grillo), 카타랏토(cataratto),인소리아(insolia),다마스키토(damaschino)-->오로, 암브라 마르살라
레드 품종: 페리코네, 네로 다볼라, 네렐로 마스칼레제(perricone, nero d'avola, nerello mascalese)-->루비노(Rubino) 마르살라
4. 종류
포트와인
화이트 포트와인(White Port): 앞의 6개의 품종을 블랜딩해 3~5년 숙성했다. 드라이한 맛과 스위트한 맛이 있고 드라이한 맛은 차게 해서 식전 주로 마신다. 알코올 16.5도
루비 포트 와인(Ruby Port): 규정에 등록된 9개의 품종으로 만든 다음 3년 이상 대형 오크통에서 숙성했다. 대중적인 포트와인이며 가격이 저렴하다.
LBV 포트와인(Late Bottled Vintage Port): 품질이 최상인 포도를 4~6년 정도 숙성한 고급 포트와인이다.
타우니 포트와인(Tawny Port): 루비 포트 와인을 소형 오크통에서 장기 숙성시켜 고급 풍미를 내는 와인인다. 오크통 안에서 산소와 접촉하면서 산화가 일어나 적갈색을 띠게 된다. 영어로 적갈색을 뜻하는 타우니가 이름이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원래 포트와인은 빈티지를 표시하지 않지만 타우니 포도는 빈티지를 네 종류가 있다. 10년, 20년, 30년, 40년 단위로 표시된다.
마르살라
색상, 오크 숙성기간, 알코올 도수, 주정강화에 쓰인 콘차 액, 잔당에 따라 나눈다.
<색상>
오로(oro), 암브라(ambra), 루비노(rubino)가 있다. 오로와 암브라는 화이트 품종(그릴로, 카타랏토, 안소니카,다마스키노. 그릴로 함량이 높을수록 품질이 좋음)이 원료인 마르살라며, 루비노는 레드 품종(페리코네, 네로다볼라,네렐로 마스칼레제)이 원료다. 루비노 마르살라는 소량생산이라 시중에서 보기 힘들다. 시중에서 쉽게 만나는 마르살라는 대부분 오로와 암브라 타입이다.
<알코올 도수>
가장 숙성기간이 짧은 마르살라는 피네(Fine)타입으로 17도이고 그 외의 마르살라는 18도 이상이다.
<주정강화에 넣은 콘차 액>
피네(Fine), 수페리오레(Superiore), 베르지네(Vergine)로 구분한다. 순수하다는 뜻을 갖고 있는 베르진네는 콘차 액을 쓰지 않고 에틸알코올이나 브랜드로 주정을 높인다.
반면, 피네와 수페리오레 타입은 콘차 액(모스토 꼬토, 미스텔라를 따로 넣거나 둘 다 혼합한 콘차 액)을 넣었다.
<잔당>
세코(secco)--> 잔당이 1리터당 40그램 이하로 비교적 드라이한 맛이다. 세미 세코(semisecco)는 잔당이 1리터당 40 이상 100그램 이하로 세미 스위트한 맛이다. 돌체(Dolce)는 잔당이 100그램 이상으로 매우 단맛이 난다.
베르지네 마르살라는 에틸알코올과 와인 증류주를 넣었으므로 세코에 속한다. 피네, 수페리오레 마르살라는 Secco, Semisecco, Dolce 맛이 있다.
<오크 숙성기간>
마르살라 피네(Marsala Fine). 알코올 농도는 17도이며 최소 숙성이 1년이다. 향기는 단순하며 스파이시 계열향이 경쾌하게 난다.
마르살라 수페리오레(Marsala Superiore). 알코올 농도는 18도. 대형 보테에서 최소 2년 이상 숙성했다. 시트론, 팔각, 스파이 시등의 향기가 복합적인 향기가 감미롭다.
마르살라 수페리오레 리제르바(Marsala Superiore Riserva) 대형 보테에서 4년 이상 숙성했다.
마르살라 베르지네 또는 마르살라 솔레라스(Marsala Vergine o Soleras): 베르지네 마르살라는 대형 오크에서 최소 5년 머무르면 되나 생산자들은 대부분 10년도 숙성한다. 그 기간 동안 오크에서 타닌과 복합적인 향기가 우러나온다.
코를 톡 쏘는 향기, 스파이시, 감초, 계피, 캐러멜, 꿀 향이 감미롭다. 잔당이 40그램이라 비교적 드라이한 맛이 나기 때문에 식전주나 생선요리와 잘 어울린다.
베르지네 스트라베끼오 또는 베르지네 리제르바(Marsala Vergine Stravecchio o Riserva ) 10년 이상 오크에서 숙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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