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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올로 품종 정리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0. 12. 16.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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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올로  foto credit langhevini.it

몇 년 전에 와인 아카데미 회원들과 바롤로 와이너리 투어를 한 적이 있었다. 어떤 회원이 '네비올로 와인은 와인 애호가들의 종점이다. 호기심에서 시작한 와인은 5 대륙 와인을 골고루 체험한 뒤 네비올로에 귀결한다'라 했고 모두들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다른 말로 하면 와인 산전수전 다 겪고 나면 네비올로 와인의 진가를 알게 된다는 뜻은 아닐까! 초보자한테는 인색하지만 어느 정도 와인에 훈련된 달인의 입안에서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내는 까다로운 와인이다.

 

네비올로 와인은 다양한 아로마 스펙트럼을 품고 있지만 풀어놓는 방식은 섬세하고 강도는 은은하다. 색상은 레드와인임을 확인하는 정도로 옅은 붉은색을 띤다. 그러나 외모와는 정반대로 타닌은 떫고 입술은 입 안으로 빨아들일 기세로 쎄다. 아무리 봐도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쉬라를 네비올로로 바꿀 이유가 없어 보인다.

 

네비올로 타닌은 날카로우며 입안 구석구석을 쓰다듬고 조여주고 타액을 흡수한다. 속도는 느리고 파장은 길다. 이 와중에 타닌 질감은 보디감으로 충만하고 구조의 촘촘함에서 오는 밀도감이 느껴진다.

 

어느 정도 와인을 마셔 본 덕후들이 네비올로 종착역에 내리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은은함과 튀지 않는 네비올로의 소박함에 있다. 우리의 감각기관은 자극과 충동에 끌리며 어느 정도 적응되어 있다. 묵직하고 오크 향이 강하게 우러난 와인은 미각을 사로 잡지만 또한 쉽게 질리고 만다. 김치에 비교한다면 네비올로는 담백한 백김치나 동치미 같다고나 할까..

 

네비올로 주요 생산지를 보여주는 비디오. 보라색 사각형 안에 있는 지역이 해당된다.

          

네비올로 와인은 피에몬테주, 롬바르디아, 발레다오스타 주에서 생산되고 있다. 최대 산지인 피에몬테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1303년 볼로냐 출신 저명한 영농 학자 Pier De' Crescenzi가 저술한 책 (Liber Ruralium Commodorum, 농사 혜택에 관하여)에서 Nibiol(네비올로 고어)은 우수하다고 하면서 아스티 주변을 생산지로 꼽을 정도로 피에몬테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바롤로 와인의 역사(part 1, part 2) blog.daum.net/baeknanyoung/347 포스팅을 참고하시면 자세한 정보를 얻으실 수 있어요).

 

현재 네비올로 와인은 지역이 협소하고 생산량은 적지만 docg등급에는 6 종, doc등급에는 25종을 올려놓았다. 단일 품종으로는 최고의 등급 보유율을 자랑한다. 주 별 docg등급을 보면  피에몬테  5개,  롬바르디아 1개가 있다. doc등급은  20개 와인이 피에몬테에 몰려있어 피에몬테는 본산지임을 과시한다.

 

네비올로는 이탈리아내에서는 5500헥타르 면적의 밭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75%는 피에몬테에 치중되어 있다. 재미있는 건 사르데냐 섬에서도 50헥타르에 이르며 네비올로를 돌체토라 부른다. 유럽에서는네비올로 존재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 호주, 북남미 대륙에 550헥타르의 밭이 있다.

 

네비올로 품종을 7개의 질문과 답변형식으로 알아보겠다.

 

1. 네비올로 품종의 어원

→ 네비올로의 본고장 랑게지역에서는 늦가을에 익는다. 이때 랑게 언덕은 안개가 잔뜩 끼어있다. 안개의 뜻인 네비아(nebbia)가 네비올로로 굳었다는 설

→ 열매는 과분이 과피를 덮고 있는데 마치 안개가 낀 것처럼 보임

→ 노빌레(nobile) 에서 왔다는 설. 노빌레는 귀족을 말하며 와인 풍미와 연관 지었음

 

2. 원산지에 관하여

DNA 추적조사에 따르면 조상은 피에몬테와 롬바르디아주 북쪽에 버티고 있는 알프스산에서 온 것으로 추정된다

 

3. 네비올로 방언이 여럿이라는데

 

네비올로는 동일한 DNA를 공유하는 식구를 묶은 일반명사다. 여기에 이탈리아 지역 풍습이 끼어들어 고장마다 방언이 생겨났다. 다 수에 이르나 대표적인 것을 추려내면 4종류로 모아진다.

 

랑게: 네비올로

발레 다오스타 주와 카레마: 피코테네르 또는 피코텐드로 (picotener, picotendro), 뜻: 포도송이가 작고 부드럽다

롬바르디아: 끼아벤나스카(chiavennasca), 뜻: 와인 만들기에 적당한 포도

북 피에몬테: 스판나(spanna), 뜻: 한 뼘. 약 20cm

 

4. 네비올로 종류

현재 네비올로 생산지마다 환경에 적응한 생체형(biotype 또는 sub-variety라 함) 네비올로가 있다. 대표적인 생체형은  4종류이며 앞의 3번에서 언급한 품종과 일치한다.

 

˙ 랑게: 람피아(lampia), 미케트(michet), 로세(rosè). 예전에는 로세 품종을 주로 심었는데 점차 람피아와 미케트로 대체되고 있는 추세다. 람피아는 열매는 적게 열지만 품질이 뛰어나다.

˙ 발레 다오스타와 카레마: 피코텐드로 또는 피코테네르

˙ 롬바르디아: 끼아벤나스카

˙ 북 피에몬테: 스판나

 

5. 네비올로가 선호하는 토양

네비올로는 심어진 곳이 랑게처럼 언덕이거나 발레 다오스타, 롬바르디아 경우 처럼 알프스 산인 경우도 있다. 그러므로 지역마다 풍토가 다르며 풍토에 적응한 생체형이 다수인 관계로 어느 토양이 좋다 나쁘다 함부로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 허나, 지역 특성을 체에 거르면 몇 개의 공통점으로 좁혀질 수 있다.

 

평지 거나 바람이 너무 많이 부는 언덕, 산 정상은 피한다. 포도밭은 되도록 남, 남동, 남서를 바라보며 고도는 150~500 미터가 적당하다. 칼륨,마그네슘,칼슘,아연, 철이 섞여있는 척박한 토양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

 

※ 네비올로 대표 산지 별로 토양 정리

˙랑게(바롤로, 바르바레스코, 로에로 지역): 점토, 미사, 석회석, 모래가 골고루 섞여있는 레퀴오와 산타가타 이회토(바롤로 와인-테루아 포스팅 참고 blog.daum.net/baeknanyoung/350)

˙북 피에몬테: 마그마가 식어 굳어진 반암, 충적토, 붉은 모래 토양

˙발레 다오스타 주와 카레마: 산 경사면 3백~6백 미터 대에 설치한 페르골라 구조물에 키운다. 50만 년 전 간빙기 때 몽블랑 알프스를 덮고 있던 얼음이 계곡 쪽으로 하강하다가 낮은 곳에 퇴적해 놓은 암석과 모래 토양

 

6. 네비올로 성장 사이클

네비올로는 만생종이다. 특별한 기상이변이 없는 한 10월 중순이면 완숙에 이른다. 여름 날씨가 덥고 건조하면 10월 초순에 완숙해 수확철이 앞당겨진다. 네비올로의 성장 사이클은 다음과 같다.

 

˙포도 싹이 돋는 시기: 4월 초

˙개화하는 시기: 6월 초

˙착색되는 시기( 청색에서 붉은색으로 변하는 시기): 8월 중순

 

와인 생산자들은 네비올로를 까다로운 품종이라고 입을 모은다. 고품질의 포도를 수확하려면 선행조건이 많다는 얘기다. 토양, 기후, 언덕 경사와 일조 관계, 포도밭 관리 등 자연과 인간의 총체적 협업이 낳는다.

 

한편으로는 까다로움 뒤에는 재배자들의 오랜 습관과  전통관념에 얽매어 있지 않나 싶다. 다른 품종과 섞지 않고 포도 자체의 순수성을 중시하는 태도다. 네비올로의 순수함은 다른 포도와 섞여짐으로써 흐려진다는 인식이 농사를 힘겹게 만들지 않나 싶다.

 

블랜딩의 정수인 보르도 와인은 어떤 해에 카베르네 소비뇽의 질이 떨어지거나 작황이 나쁘면 품종 비율을 달리해서 보완할 수 있다. 하지만 네비올로는 포도밭에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품종이 대신할 수 없다. 네비올로 농사는 천운에 달려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6. 네비올로 색과 향기

어릴 때는 선명한 루비색이 돈다. 시간이 흐르면서 색은 엷어지고 오렌지 껍질의 따뜻한 색조를 띤다. 와이너리에서 오크 숙성과 병 숙성이 끝나면 장미, 제비, 라즈베리, 민트, 체리 향 등 포도 아로마를 낸다. 숙성이 진행될수록 흙, 낙엽, 타바코, 감초, 가죽 향, 트러플 등 복합적인 부케로 변한다. 허나 포도 아로마에서 원숙한 부케로 바뀌는 시기는 나무의 수령, 토양성분, 토성, 자란 해의 기온 등 여러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

 

7. 네비올로의 유연성

우리는 네비올로는 드라이 와인으로 알고 있다. 드라이한 맛은 1860년대 이후에 등장했으며 보르도 스타일을 따른 거다. 그 이전까지는 단맛이 나며 분홍빛 와인에 거품이 올라오는 요즘 시쳇말로 로제 스파클링에 가까웠다.

 

1787년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이 토리노 여행 중 네비올로 와인을 맛보았는데 샴페인 마시는 줄 알았다고 했다.

 

북 피에몬테는 네비올로(스판나)를 압착한 과일주스와 껍질을 잠시 저온에서 놔둔다. 주스에서 살몬색이나 분홍빛이 돌기기 시작하면 얼른 주스만 뽑아내어 발효탱크로 옮겨 로제 와인을 만든다.

 

최근에는 네비올로는 전통방식 스푸만테 영역을 넘보고 있다. 다름 아닌 네비오네(nebbione)란 프로젝트가 탄생시킨 스푸만테다. 피에몬테주 네비올로 생산자들(대부분 바롤로 생산자들)이 회원인 이 프로젝트는 바롤로와 프리미엄 와인을 만들려고 키우는 네비올로의 밑둥이를 잘라서 만든다. 병숙성기간만 40~45개월이라고. 

 

발텔리나 계곡은  아파시멘토 기법으로 말린 네비올로(끼아벤나스카)로 와인을 만드는 전통이 있다. 일명, 스포르자토(sforzato)네비올로라 하는데 포도의 개성이 두드러지며 드라이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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