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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롤로 와인, 역사(part 1)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0. 12. 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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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롤로 와인은 명성에 비해 탄생한 지 2백 년 남짓하다. 짧은 와인 역사에 비해 주원료가 되는 네비올로 품종은 피에몬테주에서 2천 년 넘게 재배되고 있는 장수 품종이다.

 

네비올로의 첫 기록은 기원전 1세기로 거슬러 올라가며 로마시대 농업학자인 Lucius Giunius Columella가 저술한 De Re Rustica에서 볼 수 있다. 1606년 사보이 왕실 보석 공예가이자 품종 전문가인 G.B. 크로체가 펴낸 품종학 백과사전에는 네비올로를 "포도의 여왕 Regina Delle Uva"으로 묘사했다.

 

바롤로란 이름으로 불리기 전에는 칸누비 네비올로 와인으로 알려졌었다. 칸누비는 최상의 포도밭으로 알려졌으며 지금도 칸누비 밭 지명이 붙은 바롤로  와인은 고가로 팔려나가고 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칸누비 와인은 1751년 빈티지로 Vino dei Cannubi(칸누비 와인)가 씌여진 라벨을 부착하고 있다.

 

1700년 대 후반, 네비올로 와인을 처음 맛 본 영국인들은 그 맛을 '보르도 와인 '에 비교했다. 토마스 제퍼슨 대통령은 1787년 토리노에 여행왔다가 마신 네비올로 와인을 이렇게 기억했다. "달콤하며 실크 같기가 마데이라 와인 같고, 입안을 수축하는 힘은 보르도 와인 같고, 활달하기는 샴페인 같다".

 

앞의 기록을 본다면 네비올로 와인은 왕족과 귀족이 즐겨마시는 특권계층 와인이었음을 추측 할 수 있다. 흔히, 네비올로(nebbiolo)의 어원은 안개(nebbia)를 뜻하는 이탈리아어에서 왔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귀족을 뜻하는 '노빌레(nobile)' 어원 설도 있는데, 네비올로가 특권층 와인의 지위를 누렸음을 가만할 때 이 설은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바롤로 와인의 여명기는 대략 1830년 대로 볼 수 있다. 1860년대에 이르면 바롤로 와인은 현재와 같은 맛과 풍미를 구체적으로 갖게 된다. 이 기간에 피에몬테 왕실과 귀족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특히, 세 명의 귀족이 기울인 노력과 헌신은 돋보적이었는데 카밀로 벤소 카브르 백작, 프란체스코 파올로 스타리에노 장군, 팔레티 후작 부부 를 들 수 있다.

 

이들은 포도재배학과 양조 지식을 갖추고 있었으며 네비올로 품종과 양조법 개선에 시급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또한, 그들은 피에몬테 영토를 지배하던 사르데냐 왕국 정치에도 깊숙이 관여하고 있는 실세이기도 했다.

 

이들은 서로 잘 알고 있었으며 다른 장소에서 바롤로 와인 탄생에 기여했다. 그린자네, 폴렌조, 바롤로  마을이 실험장이었는데, 이를 바롤로 트라이앵글이라고 한다. 폴렌조를 제외하고 두 마을은 현재 11군데의 바롤로 와인 마을에 속한다.

바롤로의 트라이앵글. 북이탈리아 피에몬테주에 있다. 보라색 삼각형 꼭지에 놓여있는 도시에서 활발하게 네비올로 품종과 양조 실험이 이루어졌다
카밀로 벤소 카브르 백작 foto credit Wikipedia

(1) 카밀로 벤소 카브르(Camilo Benso Cavour) 백작

빗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왕을 보필해 초대 이탈리아 왕국을 세우는데 공을 세운 명재상이다. 젊었을 때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포도학과 양조학을 수학했으며 이때 고국(피에몬테주, 사르데냐 왕국 영토)의  포도재배와 양조방식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카브르 백작은 그린자네 마을에 영지가 있었는데 이곳을 실험실로 변모시켰다. 양조학을 전공한 프란체스코 스타리에노 장군과 프랑스 양조가이자 네고시앙인 루이 오다(Louis Oudart)에게 협조를 구한다. 이 실험의 핵심은 달달하고 약발포성인 네비올로 와인을 무발포성에 드라이한 맛, 거기다 숙성력도 갖춘 보르도 스타일로 변화시키는데 맞추어져 있었다. 

 

(2) 프란체스코 스타리에노(Francesco Paolo Staglieno) 장군

카브르 백작과 협력하기전에 장군은 양조학 지식과 경험을 쏟아부어 "피에몬테 와인 양조에 적합한 양조법과 보존법 기술 Istruzione intorno al miglior modo di fare e conservare i vini in Piemont" 서적을 펴낸다. 카브루와 10년간 일하면서 그는 네비올로 와인 개선에 책 이론을 충실히 반영했다.

 

같은 기간에 그는 까를로 알베르토  사르데냐 왕이 소유하는 4군데의 왕실 포도밭과 성에서 네비올로 품질 개선과 새로운 풍미를 얻는데 노력을 기울인다.

 

그가 가장 신경을 쓴 부분은 알코올 발효인데 프랑스로부터 Gervais 발효조를 들여왔다. 당시에는 최첨단 발효조였으며 품질로 알려진 보르도 샤토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발효조 내부는 금속소재, 외부는 오크가 감싸고 있는 원뿔 모양인데 발효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고 발효 중 이산화탄소를 빼낼 수 있는 장치는 물론 산화의 원인인 산소의 접촉을 줄일 수 있었다.

 

그는 네비올로 실험 중 새로운 양조방법을 시도했는데 현재 바롤로 와인을 만드는 과정에도 적용되고 있다. 알코올 발효중 포도 부유물과  와인을 섞어 침용을 촉진하는 펀칭을 시도했고, 청징, 아황산(산화방지, 멸균기능, 갈변 방지)을 첨가했다. 그때는 위의 모든 과정을 스타리에노 양조법이라 했는데 덕분에 지금의 바롤로 개성과 근접한 와인을 얻는 데 성공한다.

 

바롤로 성

 

(3)팔레티 후작 (Marhcesi Falletti) 부부

바롤로는 마을 지명이다. 스타리에노나 카브르가 수십 년의 노력 끝에 만든 와인을 그린자노, 또는 폴렌조 와인이라 하지 않았고 하필 바롤로 지명이 붙었을까!!

 

바롤로 마을에 다다르면 바롤로 고성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다. 고성과 인근의 포도밭은 대대로 팔레티 후작 가문이 소유하고 있었다. 영지에 포도밭이 있었지만 대대로 금융업에 종사하던 후작 가문이 바롤로 와인과 인연을  맺게 된 데는 러브 스토리 역할이 컸다.

 

19세기 초 탄크레디 팔레티 후작은  사르데냐 왕국의  왕명으로  파리 대사로 파견된다. 파리궁정에서  줄리에타 콜베르란 귀족 가문 여성을 알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이들은 곧 혼인을 하고 토리노 저택에서 살게 된다. 후작 부부는 자주 바롤로를 둘러보러 내려갔는데 어느 날 후작부인은 남편의 영지에서 나온 네비올로 와인을 맛보게 된다.

 

프랑스 궁정 생활에 익숙했던 후작부인은  보르도 와인에 조예가 있었다. 네비올로 와인을 맛보자 마자 그녀는 후작 영토에서 나온 와인을 보르도 와인 양조법으로 만들면 충분히 멋진 와인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한다. 그녀는 카브르 백작에게 자기 생각을 털어놓았고 도움을 청한다.

 

마침 그린자네 성에서 양조 실험을 하고 있던 프랑스 출신 양조가 루이 오다를 후작 부부에게 소개한다. 부부와 루이 오다는 바롤로 성 지하에 양조실을 마련해 놓고 부부의  뜻이자 양조가의 바램이기도 했던 보르도 스타일로 변화 시도를 한다.

 

다양한 실험끝에 드디어 새로운 네비올로가 탄생했고 곧 와인은 훌륭하다는 소문이 난다. 이 소문은 까를로 알베르토 왕의 귀에도 들어가게 된다. 후작 부부는 325개의 카라(carra')를  토리노에 있는 왕의 궁전에 보낸다. 카라는 전통 오크통으로 와인 무게를 재는 단위로도 통용되었는데 1 카라에는  6백 리터 와인이 들어간다.

 

일설에 따르면 후작부부가 보낸 와인을 마신 왕이 왕실 포도밭 구매를  서둘렀고 새 스타일의 네비올로 와인의 완성을 재촉했다고 한다. 어쨌든 후작 부부의 와인은 큰 성공을 거두었고 새로 탄생한 와인이 바롤로 성에서 나왔음을  염두해  바롤로란 이름을 주었다.

 

팔레티 후작부부는 유럽 왕족과 귀족들과 친분이 두터웠고  이들에게 바롤로 와인을 아낌없이 선물했다. 만찬에는 꼭 바롤로를 올렸고 부부의 토리노 저택은 바롤로 와인을 알리는 바롤로 살롱의 산실로 자리 잡는다.

 

부부가 운영하던 와인 양조시설은 후에 아보나(Abbona) 가족이 인수한다. 아보나 가족은 후작 부부가 전 소유자였으며 자신들이 그들의 뜻을 이어받았음을 잊지 않았다. 그래서 바롤로 후작이란  뜻을 지닌 Marchesi di Barolo로 와이너리 명칭을 정하고  6세대째 바롤로 패밀리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 마르케시 디 바롤로 와이너리 안내는 포스팅blog.daum.net/baeknanyoung/285?category=4325 을 참고하세요.

 

마르케시 디 바롤로(Marchesi di Barolo)와이너리

<와이너리 입구> 바롤로 와인 탄생 시기와 관련 깊은 와이너리다. 현재 양조 및 숙성시설과 테이스팅 건물이 소재하는 바롤로 본사는 원래 팔레티 후작(Marchesi Falletti)부부가 소유하던 시설이다.

blog.daum.net

★이 포스팅은 바롤로 와인, 역사(part 2)로 이어집니다. blog.daum.net/baeknanyoung/348

★네비올로 품종 정리 blog.daum.net/baeknanyoung/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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