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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밀리형 와이너리, 뱁빼 마리노 방문기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0. 11. 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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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노 식구. 맨 오른쪽이 뱁빼 마리노

작년에 한국에 갔다가 시음회에 간 적이 있다. 여기서 한 이탈리아 와인 생산자를 알게 되었다. 마우리지오 라 불리는 친구인데 시간 내서 한 번 자기 와이너리를 방문해달라고 했다. 코비드-19 다 뭐다 해서  계속 미루다가 드디어 10월 중순에 방문 약속을 정했다.

 

이 친구가 소유하는 와이너리는 북이탈리아 피에몬테주 산토 스테파노(Santo Stefano) 마을에 위치한다. 친구의 아버지인  뱁빼 마리노(Beppe Marino)씨가 1972년에 설립했고 자신의 성명을 따 와이너리를 뱁빼 마리노 라 지었다. 어머니 로살바, 마우리지오 부부가 와인 관련 전체 업무를 돌보는 패밀리형 와이너리다.

뱁빼 와이너리 소유의 피에트레 포도밭. 10월 중순의 모습. 단풍이 들어 형형색깔을 발하고 있다.

약속한 날은 10월 15일. 8월 중순 모스카토 부터 시작해서  바르베라 수확을 마지막으로 두 달에 걸친 수확이 막 끝난 직후였다. 와이너리 경내로 들어가자 막 압착한 포도 주스 향과 알코올 발효 향이 코를 찔렀다.

 

와이너리가 소재하는 산토 스테파노 마을을 잠시 소개하겠다. 이곳은 적어도 7백여 년 전부터  모스카토 와인 산지로 명성이 나 있었다.

 

산토 스테파노는 우리나라 행정단위로 하면 '리' 에 해당하는 작은 마을이지만 교통 요충지다. 이탈리아 2대 와인 산지 인 랑게 지역과 몬테라토 지역을 좌우에 두고 있다. 양 지역에서 생산된 와인은 지방도로를 타고 산토 스테파노로 내려온 후 고속도로를 타고 타지방과 해외로 이송된다.

 

교통의 잇점은 포도 품종의 다양성을 낳았다. 레드 품종의 집산지인 랑게로부터 바르베라, 프레이사, 돌체토를 받아들였고 몬페라토로부터는 향기가 뛰어난  모스카토, 코르테제 품종이 전달되었다. 또한, 레드 품종이지만 아로마가 뛰어난 브라케토 품종으로 달콤한 브라케토 다퀴 와인이 나오고 있다.

 

와이너리 건물은 원래 수녀원이었는데  뱁빼 마리노 씨가 소유하게 된 데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다.

 

수녀들은 수녀원에 딸린 포도밭에서 가꾼 모스카토를 직접 양조했었다. 뱁빼 마리노 씨는 수녀들을 도와 포도밭과 양조 일을 거들고 있었다. 수녀원의 모스카토 와인은 미사주로 올랐으며  인기가 좋아 인근 성당에서 많이 사갔다.

 

그러다 수녀 지망생이 차츰 줄어들자 수녀원은 문을 닫게 되었다. 밭 일과 양조일을 전담하던 그에게 수녀원 소유권이 맡겨졌다.

 

뱁빼 마리노는 화이트 와인 4종류, 레드와인 6종류, 스파클링 와인 3종을 생산한다. 화이트 품종은 샤르도네, 코르테제, 모스카토, 레드 품종은 바르베라, 프레이사, 돌체토, 브라케토 등을 재배한다.

 

시음하는 동안 좋은 느낌을 주었던 와인은 바르베라 다스티와 니짜 와인, 모스카토 다스티 였으며 시음 소감은 아래와 같다.

 

바르베라 다스티 Pietre

Barbera D'Asti Pietre2019

바르베라 품종 100%, Pietre는 자갈 또는 돌맹이란 뜻으로 밭에 돌멩이가 많이 발견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모스토(주스)의 알코올 발효는 7~10일이 소요된다. 후에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숙성을 3 개월 했다.

 

선명한 루비색이 돌며 체리, 장미향이 상큼하게 올라온다. 시판된지 1년밖에 안 되는 와인이라 알코올 발효 향을 진하게 풍긴다. 산미가 예리하며 적당한 떫은맛이 나는 타닌과 어울려 마시기 좋다.

 

Barbera D'Asti Superiore Momparone 2017

Momparone는 포도밭 이름. Momparone는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의 크뤼밭으로 잘 알려졌다. 앞의 와인보다 생산량이 적고 발효와 오크 숙성기간을 늘려 복합미와 힘이 느껴진다. 알코올 발효는 15일이 걸렸으며  바리크 오크통(225리터 크기)에서 12개월 숙성한 뒤 병입해서  6개월을 더 놔두었다.

 

전체적 짙은 보라빛이 섞인 붉은색이 돈다. 말린 꽃, 초콜릿, 후추, 달콤한 캐러멜 향이 화사하다. 입안이 묵직하고 복합적인 맛은 단단한 인상을 남긴다. 약간의 떫은맛이 나지만 타닌 결은 전반적으로 매끄럽다. 산도는 원만하고 타닌은 잘 익어 마시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뱁빼 마리노의 대표와인. 삼나무, 바닐라, 초코릿 계열의 부드러운 향과 타바코, 트러플의 고급향이 조화를 이룬다

Nizza Riserva Guattro Filari 2016

 

Nizza는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 중 와이너리가 가장 자신있게 내놓은 품질 끝판 왕 와인이다. 크뤼 밭인 Momparone에서 가장 북쪽에 심어진 바르베라가 선택되었다. 선택된 이유는 미네랄 성분이 많고 기후가 서늘해 바르베라 산미가 상큼하다.

 

열흘간의 알코올 발효기간에 매일 2~3번씩 주스와 껍질을 섞어주며 간헐적으로 산소와  접촉을 시켰다. 새 바리크 용기에서 18개월 숙성한 후 스테인리스에서  잠시 안정시킨 후 병입 했다.

 

검붉은 색 사이로 오렌지 빛이 스며 나온다. 잔 벽을 흘러내리는 와인 눈물에서 알코올 기운이 느껴진다. 오크향, 바닐라, 초콜릿 향이 맴돌다가 가죽, 타바코, 트러플 향이 퍼진다. 산도는 경쾌하며  보디감이 입안에 묵직하게 전달된다. 타닌이 강건하며 결이 부드럽다. 다채로운 맛은 튀지 않고 조화를 이룬다.

 

뱁빼 와이너리는 유기농으로 전향중이며 모스카토 다스티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첫번째 와인이다

Moscato d'Asti Santo Stefano Bio 2019

 

옅은 노란색이 돈다. 잔디, 서양배, 자몽, 아카시아, 골든 사과 향이 산뜻하게 올라온다. 보통 모스카토 다스티는 단맛이 강한데 이 모스카토는 단맛이 순하고 산미가 높아서 계속 마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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