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Fay) 가족의 발텔리나 수페리오레 2012 빈티지를 두고 마실까 말까 고민을 했었다. 원래는 10년 정도 숙성실에 놔둔 다음 개봉하려고 했다. 네비올로는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같은 와인을 통해서 숙성력은 증명되었다. 하지만 본산지인 랑게 경계 넘어 타지역산 네비올로가 세월의 흐름에 어떤 식으로 반응할지 궁금해서 약속기한을 채우기 힘들었다.
▶와인 정보
롬바르디아주 북부 발텔리나 계곡. 발 젤라(Valgella) 마을. 해발 450~600m에 걸쳐 있는 Cà Morèi 포도밭, 네비올로 품종 100%, 알코올 13.5도. 5백 리터 오크통에서 12개월 숙성. '까 모레이(Cà Morèi) 밭은 the house of Morelli'집이란 뜻으로 Fay가족의 먼 조상인 만수엣토 모렐리가 거주하던 농가다. 모렐리의 딸 엠마가 Fay가족 청년과 결혼한 후 Fay가족 영지가 되었다.
색깔: 짙은 루비색이 돌며 오렌지빛 섬광이 비친다
개봉 15분 경과 후: 타바코, 가죽, 옻칠, 후추, 피망 향이 피어올랐고 젖은 돌 향기가 끼어들었다.
30분 경과 후: 갑자기 감초 향이 모든 향을 덮었다. 그러다 캐러멜, 커스터드, 리큐르에 절인 자두의 달콤함과 함께 낙엽, 말린 꽃 향이 긴 여운을 남겼다.
타닌은 잔에 닿는 입술 주변만 잠깐 수축시키고 와인 속에 녹아 자취를 감추었다. 네비올로가 주는 강인한 타닌을 기대한다면 약간 실망스러울 수 있겠지만 타닌의 부드러움과 다른 성분과의 결합하는 밸런스를 중요시한다면 매력적인 네비올로다.
타닌이 입안을 수축하거나 타는 듯한 느낌은 네비올로가 자란 토양과 깊은 연관이 있으며 토질 비율에 석회석과 점토 함량이 높으면 대체로 타닌 영향이 두드러진다.
▶발텔리나 계곡의 기후, 토양, 토착품종 정보는 blog.daum.net/baeknanyoung/124?category=4332 포스팅의 중간 부분을 참고하세요.
FAY와이너리 소개
산드로 파이 씨는 식사 때 올릴 테이블 와인을 취미 삼아 만들었다. 1973년, 와인을 평생의 업으로 삼기로 한 산드로 씨는 본인의 성 Fay를 상호로 하는 와이너리를 설립한다.
창업 초반에는 발텔리나 계곡의 여러 밭을 사들였는데 주로 발젤라(Valgella) 마을과 인근에 속해 있었다. 현재는 13헥타르로 늘어났다. 밭은 남향인 산등성이를 따라 조성되어 경사가 급하고 비연속적이다 (이런 밭을 테라쩨라고 함.테라쩨 blog.daum.net/baeknanyoung/119?category=4330 참고). 그런 이유로 발텔리나 농가의 상당수가 5헥타르 이하의 밭을 경작한다.
Fay가족 양조장과 사무실은 산자코모 디 테리오(San Giacomo di Teglio) 마을에 지었지만 발텔리나 수페리오레가 나오는 밭을 견학하려면 가파르고 좁은 길을 타야 하므로 Suv나 소형차(피아트사의 500 모델)에 의지하는 게 효율적이다.
1998년에 산드로의 두 자녀 마르코와 엘레나가 합류했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두 자녀는 부모의 열정을 물려받아 Fay는 발텔리나 수페리오레 와인의 중견 생산자로 거듭났다.
Fay의 포도밭 고도별 와인 품질 구분
포도밭 대부분이 있는 발젤라 토양은 화강암이 기반이며 모래는 70%, 미사토 30% 비율로 이루어졌다. 석회토와 점토는 찾아볼 수 없다.
Fay는 포도밭 고도가 와인 품질을 좌우한다는 경험에 따라 언덕을 상중하로 나누었다.
코스타 바싸 Costa Bassa: 언덕 하층~450m 이하
네비올로 껍질이 얇으며 산도의 느낌은 중하(middle low), 타닌은 비교적 부드럽다. 심플한 로쏘 디 발텔리나 doc급 와인이 나온다.
인터메디아 Intermedia: 450~600m의 중간대
구조감을 갖추었고 복합적인 docg급 발텔리나 수페리오레에 적당하다. Fay의 다양한 크뤼들이 이 고도에 몰려있다. 앞에서 시음한 Cà Morèi 포도밭이 여기에 속한다.
알타 Alta: 600m이상
밤낮 기온차가 크다. 네비올로 껍질이 두껍고 산도는 중상이 넘으며 타닌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네비올로를 건조해 수분을 증발시킨 뒤 풍미를 농축한 스포르자토(sforzato, 발텔리나 방언. 아파시멘토와 동일) 양조법에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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