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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와인품평회에서 와인평가는 이렇게 해요( 국제와인 기구 OIV평가 시트를 기준)

와인별곡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0. 11. 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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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운영자와 알리시아 팀장과 함께. 에모지오니 달 몬도 와인품평회 포스터 앞에서 기념사진

 

제16회 에모지오니 달 몬도(Emozioni dal Mondo: Merlot e Cabernet Insieme) 와인 품평회 메달 집계가 며칠 전에 발표되었다. 총 154여 종의 와인이 치열한 경쟁을 겨룬 끝에 그란 골드 메달에 2종, 골드 메달에 35 종의 와인에 돌아갔다.

 

에모지오니 달 몬도 품평회(이하 에모지오니라 함)는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 품종으로 만든 와인만 참여할 수 있는 경연대회다. 일반 품평회가 품종에 제한을 두지 않는 열린 품평회라 한다면 에모지오니는 앞의 3개 품종으로 출품을 제한하는 닫힌 품평회라 할 수 있다.

 

그런 이유로 품평회 공식 명칭에 품종이름이 등장한다. 즉, 에모지오니 달 몬도 뒤에 Merlot e Cabernet Insieme가 따라와 Emozioni dal Mondo:Merlo e Cabernet Insieme다. 마지막 단어인 Insieme는 이탈리아어로 '함께'란 뜻이다.

 

출품을 신청할 수 있는 와인은 앞의 세 품종을 블랜딩 했거나 아니면 세 품종 중 단일품종으로 만든 와인이 대상이다. 품종 기준만 충족되면 스틸 와인, 스파클링, 스위트 와인 구분 없이 응모할 수 있다.

 

에모지오니는 북이탈리아 롬바르디아주에 소재하는 베르가모에서 개최한다. 베르가모 시는 과거와 공존이 공존하는 고풍스런 도시다.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보통 베르가모 하면 베네치아 공화국이 축성한 성벽이 감싸고 있는 치타 알타(Citta Alta)를 말하며 도시의 상층부에 속한다.

 

성벽에서 내려다 보이는 도시는 치타 바싸(Citta Bassa)라 하며 각종 관공서, 은행과 현대식 주택가가 몰려있다(베르가모소개는 '베르가모를 알려면 여기에 가라'blog.daum.net/baeknanyoung/215?category=4332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베르가모 치타알타 중심가에 있는 콜레오니 성당 Cappella Colleoni 외관

에모지오니 달 몬도 품평회는 지난 10월 15일에서 17일까지 삼 일간 열렸다. 그보다 한 달 전에 주최 측이 예년처럼 올 해도 개최한다고 했을 때 사실 의문이 일었다. 이탈리아 코로나 감염자 수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던 때 소식이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블로그 운영자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왕복 기차표 예매를 미루다가 품평회 전날에 구입했을 정도였으니까.

 

품평회 기간 내내 주최측에서는 단체행사 안전수칙을 철저히 엄수했다. 와인 심사원 정원은 80명이나 사회적 거리를 준수하기 위해 심사원을 반으로 줄였다. 품평회장도 천장이 높은 건물에서 이루어졌으며 이동은 가급적 도보로 대신했다. 품평회 부수 행사 일정 중에 있던 와이너리 방문은 시 외곽이라 어쩔 수 없이 버스를 대절했는데 40명 정원인 버스를 두 대 불러서 공간 당 사람 밀집도를 낮췄다.

 

품평회장 모습

사실, 주최측이나 참여한 사람들도 안전수칙을 엄격하게 지켰지만 심리적으로는 불안했었다. 다행히 품평회가 끝난 후 두 주일이 흘렀지만 품평회에 참여한 인원이 감염되었거나 품평회가 감염 온상지를 낳았다는 비보가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어쨌든 지난 2주 동안 이탈리아 감염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폭증했고 당국에서 수시로 제한 조치 수위를 높이더니 머지않아 록다운 조치가 있을 거란 전망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국제 와인품평회에서 심사원들이 와인을 평가하는 기준과 방법

 

국제 와인 품평회 절차, 심사원 기준, 와인 평가 기준은 국제 와인기구(Organisation Internationale de la Vigne e du Vin, 이후 OIV)가 정해 놨다. 와인 품평회가 권위과 공정성을 인정받으려면 OIV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품평회의 꽃은 와인과 심사원이다. 심사원은 팀(또는 조)에  배정되며 팀 당 6~7명으로 구성되며 품평회 경험이 풍부한 팀장(또는 프레지던트라 함)가 이끈다. 보통 품평회에 출품하는 와인 수에 따라 팀 수가 정해진다. OIV 규정은 팀 당 1일 와인 시음수를 50종 이하로 제한해 놨고  와인을 평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5시간 정도다.

 

심사원들은 시음한 와인을 OIV 마크가 새겨진 와인 평가시트 (Score Sheet, 채점표)로 채점한다. 요즘은 종이 시트에서 태블릿 PC로 교체되는 추세이며 계산이 빨라지면서 평가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팀장이 먼저  와인을 시음해서 관능적으로 이상이 없다고 판단되면 심사원들 잔에 서빙되고 와인 평가는 시작된다.

 

팀장은 개별 팀원이 평가한 시트를 종합해서 가장 높은 점수와 낮은 점수를 제외한다. 그리고 남는 점수의 평균을 계산해서 나온 점수가 와인의 최종 점수다. 여기까지  보통 5분정도 걸린다. 만일, 와인에 문제가 있거나 생소한 품종을 시음할 경우에는 팀원들끼리 토의를 하게 되고 시간이 약간 지체되기도 한다.

 

 

각 팀에서 내린 점수는 최종 점수가 아니다. 각 팀의 점수는 중앙 컴퓨터에 보내지며 다시 최종 메달권을 가려낸다. 보통 출품된 와인 총 개수의 30% 가 메달권에 든다. 즉, 내가 속한 팀이 86점을 주었다고 치자. 86점은 OIV 기준에 따라 금메달이지만 꼭 금메달을 받는 건 아니다. 다른 팀과의 메달 집계를 비교해서 30% 미만의 와인에게만 메달이 돌아간다.

 

OIV가 정해 놓은 메달권 기준은 다음과 같다. 최고 영예인 그란골드 메달은 92점 이상, 금메달은 85점 이상, 은메달은 82점 이상이다.

 

올해 에모지오니 달 몬도 메달 집계는 앞에서도 말한 대로 그란 골드 2개를 배출했으며 둘 다 점수를 93점 이상을 얻었다. 35개 와인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으며 점수대는 90.33~86.67 다.  86.67점 밑으로는 30% 기준에 잘려 메달권에서 벗어났다.

 

그러면 심사원들이 와인을 평가할 때 어떤 잣대를 사용할까. OIV 시트를 보면 된다. 시트는 불어, 영어, 독어, 이탈리아 등  4개국 언어로 표시돼있다. 편의상 영어를 기준으로 삼겠다.

 

평가 카테고리는 크게 Visual(외관 평가), Nose(후각평가), Taste(맛 평가), Harmony/Overall Judgement(조화/전체 느낌)가 있다. 각 카테고리는 다시 10개의 소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소 카테고리는 Excellent, Very Good, Good, Fair, Unsufficient로 나뉘고 소 카테고리마다 점수가 배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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