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는 언덕이 많습니다. 폭풍의 언덕, 황금의 언덕, 몽마르트 언덕이 있는데요. 모스카토 언덕도 있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향기로운데요. 말 그대로 언덕이 모스카토 포도나무로 덮여있습니다. 모스카토 언덕에서 나오는 와인으로 한국인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모스카토 다스티가 있습니다.
모스카토 언덕은 북이탈리아 피에몬테주 남부에 위치하고 있는데요. 넓이는 1만 헥타르이며 그안에는 52군데 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1헥타르는 축구장 한 개 넓이와 같은데요 축구장 1만 개를 합하면 모스카토 언덕이 됩니다.
모스카토 언덕에서 나오는 와인중 아스티(Asti)라는 스파클링 와인이 있습니다. 생산량이 모스카토 다스티를 훨씬 초과하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스파클링 와인 중 하나일 정도로 비중있습니다. 앞으로 아스티 스푸만테 포스팅을 올릴 예정이며 이번 포스팅은 모스카토 다스티만 다룹니다.
모스카토 다스티(Moscato d'Asti)는 아스티에서 (D'Asti)에서 생산된 모스카토 와인이란 뜻을 가졌습니다. 살짝 혀를 쏘는 기포가 매력적인 약발포성 스위트 와인입니다. 이런 약발포성 와인을 이탈리어로 프리짠테라고 하며 발랄한, 활달한 의미를 갖는 비바체(vivace)라고도 합니다. 한국에서는 디저트 와인으로 마시며 떡볶이나 매운 음식과 함께 합니다.
모스카토 본산지인 피에몬테주에서도 디저트 와인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모스카토 다스티는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생활 속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같은 중후하고 타닌이 높은 와인을 마신 뒤에 모스카토 다스티를 마십니다. 타닌에 꺼끌 해진 혀를 모스카토가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어 편안해집니다.
오후 티타임에도 모스카토 다스티가 등장하는데요. 특히 더운 여름에 차를 시키는대신 청량한 모스카토로 더위를 식힙니다. 농부들이 밭에서 힘들게 일 한 다음 새참을 먹을 때 치즈와 살라미 소시지와 이 와인을 마십니다. 입안을 식혀주고 입안에 남는 기름기를 기포가 말끔히 정리해줍니다.
모스카토 다스티를 좀 더 알아보려고 모스카토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산토 스테파노 벨보(Santo Stefano Belbo) 마을에 갔습니다. 산토 스테파노 벨보는 모스카토 다스티를 오래전부터 생산해오고 있으며 명성 있는 모스카토 생산자들이 소재하고 있습니다. 즉, 모스카토 다스티 클라시코 지역이라 보시면 됩니다.
이 마을에 있는 보시오 패밀리 에스테이츠(Bosio Family Estates)에 갔는데 이탈리아에서는 흔치 않게 영어로 와이너리명을 지어 독특한 감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허나 이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는 보시오 가족은 산토 스테파노 벨보 본토박이입니다.
요즘 마트에서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투루나 룬가(Turna Lunga Moscato d'Asti) 모스카토 와인이 있죠? 바로 여기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와인명인 투루나 룬가는 밭이름이며 보시오 가족이 가장 아끼는 밭이라고 하네요. 약 10헥타르의 정도 크기입니다. 투루나 룬가는 피에몬테 방언이고 포도를 심어놓은 포도나무 줄이 길다는 뜻입니다.보통 포도밭에는 인부나 농기계가 통과할 수 있게 밭 중간에 길이 나있지만 이 밭은 그런 길을 내지 않았다고 하네요.
그래서 투루나 룬가 밭은 기계로 밭 경작이 불가능하고 오직 사람만이 들어가 일할 수 있습니다. 포도열 사이에 길이 없어서 열을 잘못 선택하면 멀리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하죠.
제가 이곳에 간 날은 6월 18일 오후 2시경인데요. 초여름 햇빛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지만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 체감온도는 서늘합니다. 이런 기온이 모스카토가 자라고 익는데 최적입니다. 토양은 회색빛이 돌고 석회석과 모래가 적당이 섞여 있습니다.
<다음은 투루나 룬가밭에서 수확한 모스카토가 모스카토 다스티 와인이 될 때까지 양조과정을 요약한 내용입니다>
사실, 생산과정을 제대로 보려면 수확철에 와야 하는데요. 수확철은 3개월 후라 투루나 룬가 양조과정은 볼 수 없었어요. 허나 다른 모스카토 다스티를 병입 하는 중이라 그 공정은 견학할 수 있었습니다.
모스카토는 1년에 한 번 수확하지만 한 해에 여러 차례 양조합니다. 이유는 수확한 포도를 착즙 한 주스를 냉장고에 얼려 놓은 다음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쓰기 때문입니다.
(1) 수확한 모스카토는 재경기에 쏟아붓는다. 줄기, 가지와 포도송이를 분리한다
(2) 포도송이는 압착기로 보내지고 이 안에 있는 실리콘 주머니가 수축하면서 압착된 주스가 기계 밖으로 흘러나온다.
압착된 주스는 곧장 압력탱크로 보내져서 양조과정에 들어가고 남는 주스는 냉장고로 운반되어 섭씨 0도로 보관된다.
아래 사진은 보시오 와이너리가 보유하고 있는 냉장고다.
방금 압착한 신선한 주스는 곧장 압력탱크로 운반된다. 주스에 효모를 넣은 후 탱크 내부 온도를 섭씨 18~20도로 맞추면 발효가 시작된다. 얼린 주스는 발효전에 압력탱크로 옮긴 뒤 먼저 해동을 하고 발효한다.
발효가 시작된 후 알코올 농도가 4.5~5.5도에 이르면 탱크내부 온도를 영하 3도로 떨어트려 알코올 발효를 중지한다. 보통 이 기간은 15~20일 걸린다.
발효를 끝낸 모스카토 와인은 여과를 반복하면서 불순물을 걸러낸다. 와인에 소량의 불순물이 남으면 와인 색깔이 혼탁해지고 병입 후 효모가 다시 활동을 개시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여과를 마치면 병입을 하고 코르크 마개를 끼우면 모스카토 다스티가 완성된다.
<보시오 와이너리>
1967년에 발터 보시오가 창립했으며 모스카토 와인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둡니다. 이후 모스카토뿐만 아니라 가비, 아르네이스, 바르베라 다스티 와인으로 영역을 넓힙니다.
발터 사장은 개인적으로 트러플 사냥을 즐기는데 이 취미는 6살 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학교가 끝나면 곧장 개를 몰고 트러플 사냥하러 나가서 밤늦게나 돌아와 부모님한테 걱정을 많이 끼쳤다고 하네요. 발터와 트러플 사냥개와 사이는 돈독했는데, 최근에 세상을 떠난 레다(Leda)와는 매우 사이가 각별했습니다. 레다를 향한 사랑은 트러플 헌터 레다(Truffle Hunter Leda) 와인으로 태어납니다.
발터의 아들 루카(Luca)가 양조학을 마치고 가업에 합류하면서 보시오 와이너리는 큰 전환기를 맞습니다. 바로 모스카토 생산자에서 바롤로 생산자로 거듭나는데요.
2015년 베르두노(바롤로 와인이 생산되는 11군데 마을 중 하나)에 소제하는 벨 꼴레(Bel Colle)와이너리를 인수합니다. 벨꼴레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등 중후한 레드와인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보통 바롤로 와이너리가 모스카토 와이너리를 인수하는데요. 반대의 경우라 화재에 올랐다고 하네요.
▶인스타그램 동영상 채널 IGTV를 방문하시면 블로그 내용을 동영상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인스타그램 계정은 baek_nanyoung)
▶ 바롤로 와이너리 투어 안내 http://blog.daum.net/baeknanyoung/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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