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토양의 나이가 3억 년 인 곳의 와인

피에몬테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8. 4. 5. 11:25

본문

토양은 와인의 맛과 향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토양에 입자가 미세하고 고운 석회암과 점토(★포스팅 아래 인용문 참고하세요)의 함량이 높으면 여기에서 자라는 적포도는 검붉은 색 과일, 꽃, 허브 향기가 도드라지는 와인을 낳기 쉽다. 한편으로 와인은 타닌이 강건하며 산미가 높고 뒷맛이 오래가는 묵직한 맛을 낸다.


하지만 토양에 모래가 어느 정도 섞여 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앞에서 언급한 땅(석회암과 점토 토양)에서 재배된 포도로 양조한 와인에 비해 향기가 숨김없이 직선적이며 생산 후 몇 년 이내에 마시기 적당하다. 좀 더 신선한 과일, 꽃향기를 발산하며 타닌은 혀를 살짝 조일만큼 부드럽고 미디엄 보디감의 무거움이 느껴진다.


그렇다면 화산활동이 활발한 활화산이나 과거에 화산 분출하던 곳에서 생산되는 와인은 어떨까? 화산지형이 복잡한 과정을 오랫동안 거친 후 분출된 마그마가 굳어서 이루어진 만큼, 광물의 개성이 와인에서 스며 나오며 일반 토양에서 온 와인에서는 볼 수 없는 독특함을 담고 있다.


북피에몬테(North Piemonte, 이탈리아 북서에 있는 주(state),밀라노에서 서쪽으로 50km 떨어진 곳에 위치, 시칠리아섬 다음으로 면적이 크다) 와인은 화산지형 와인의 거울이다. 이곳은 3억 년 전에 초화산(슈퍼볼카노)이 폭발했던 현장으로 화산이 폭발했을 때 마그마가 500km3(2조 톤)분출되었고 화산재와 먼지는 하늘을 덮어 기후변화를 일으킬 정도로 그 규모는 대단했다.


그 후 2억 7천 만 년의 세월이 흐른 뒤, 비슷한 장소에서 또 다른 지구의 대격변이 일어난다. 남아메리카와 한 몸이었던 아프리카대륙이 떨어져 나와 현재의 유럽대륙 방향으로 지속해서 이동하는데 그러다 어는 순간 지금의 이탈리아반도와 충돌한다. 두 대륙이 충돌하는 경계는 충돌압력에 의해 들어 올려지게 되고 이렇게 솟아오른 융기지점이 알프스산맥이 된다. 알프스산맥이 솟아오를 때 북피에몬테, 정확한 위치는 발세시아 계곡(Valsesia)으로 그동안 땅 속에 감추고 있던 속살을 드러낸다.


3억 년 전에 초화산 폭발때 분출되지 못하고 땅속 25km에 굳어진 채 남아있던 마그마 암석이 노출된 것이다. 마치 버터 컬러(Butter Curler)로 버터 표면을 밀었을 때 버터가 안으로 휘말리는 것처럼 땅 밑이 훤히 세상에 드러난다. 발세시아 계곡이 겪었던 독특한 출생사는 2009년에야 세상에 알려졌다.


두 명의 지리학자가 30년간 발세시아 계곡을 삿삿히 훑은 연구의 결실이다. 그간 활화산에 접근하는게 불가능해 마그마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했는데 이들의 발견으로 활화산 밑의 마그마의 실체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발세시아 계곡 화산암은 예전부터 포도재배에 적당해 우수한 와인 생산지로 알려졌다. 일명, 북피에몬테 와인으로 통칭되는 이 지역은 북에서 남을 가로지르는 세시아강 좌우 양쪽에 유럽왕실의 귀족과 성직자들을 탄복시키던 와인생산지가 둥그렇게 자리 잡고 있다.


세시아강 서쪽에는 레쏘나(Lessona), 브라마테라(Bramaterra), 가티나라(Gattinara) 마을이 소재하며 이 마을에서는 마을명과 동명인 와인들이 생산된다. 세시아강 동쪽에는 보카(Boca), 겜메(Ghemme), 시짜노(Sizzano), 파라(Fara)마을이 있으며 마을명과 동일한 와인의 본산지다.



북피에몬테 와인은 네비올로 적포도를 주로 사용하지만 최대 50% 이내에 베스폴리나, 우바라라, 크로아티나 품종을 혼합할 수 있다. 와인중 DOCG등급을 갖는 와인(가티나라와 겜메)은 순수하게 네비올로만 사용되며, 그 외의 와인은 DOC등급으로 바로 위에 언급한 세종류의 적포도를 블렌딩 할 수 있다.


식사 때 가벼운 음식과 마실 수 있는 부담 없는 데일리 와인의 경우는 스테인리스 스틸 용기에서 잠시 숙성한 후 곧 시장에 출시된다. 반면, 묵직한 소스와 곁들인 고기 요리는 슬라보니아산 오크통(보테)에서 숙성한 와인이 바람직하다.


화산암은 과연 북피에몬테 와인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까. 한마디로 주 품종으로 만든 네비올로의 원래 맛과 향에 복합적인 개성을 덧붙인다. 체리, 붉은 과일, 제비꽃, 장미꽃, 감초 등의 네비올로 포도의 자연향과 젖은 흙, 금속향, 버섯 등 땅에 접한 생물체의 냄새가 조화롭게 섞여 있다. 산미와 타닌은 마시기 좋을 정도로 부드러우며 입안을 꽉 채우는 풍부함과 긴 여운이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석회암: 부드러우며 다공성 백색토로서 알칼리성 퇴적토이기 때문에 포도의 산도를 높여 준다. 또 뿌리가 쉽게 뻗도록 만들어 배수를 좋게 해주며 동시에 보수력도 갖추고 있다.


점토(Clay): 입자가 가는 충적토로서 유연하고 가소성을 가지고 있으며 보수력이 좋다. 그렇지만 비교적 물성이 차고 산성이며 배수가 나쁘며 점토가 많으면 뿌리가 질식하지만, 소량 섞여 있으면 이점이 많다. (김준철 저 양조학에서 인용)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