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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고야 잘가!

와인별곡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8. 3. 29.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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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마음을 단번에 빼앗아 버릴 만큼 화려한

포장을 뽐내고 있는 부활절 계란은 현란하다 못해

다분히 촌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부활절(4월 1일, 일요일)을 며칠 앞둔 요즈음,

부활절 계란이 반을 차지하고 있는

마트 진열대 사이에서 어른들이 손주나 자녀의 선물을

고르기 위해 이리저리 계란을 만지고 흔들어 보는 장면은

흔한 풍경이다.


겉모습은 계란이지만 안에는 장난감이 들어있어

어린이들은 부활절 계란 선물을 받으려고 부활절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인기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활절은 본래(그리스도의 부활)의 의미는 사라지고

어린이들의 명절로 변했다.


내가 마트에 간 건 초코릿을 사기위한 것으로, 일주일전에 친구의 개(이름: 진고)가 세상을 뜬 후

상심에 빠져있는 친구를 위로하고 얼굴도 볼 겸

초코렛을 사들고 친구 집을 방문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부활절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어가고 있어 모두 들떠있지만

반려견을 잃은 슬픔이 아직도 생생한 친구한테는 이런 축제 전야 분위기가 야속할 것만 같았다.


진고가 몸이 좋지 않다는 걸 한 달 보름 전에 친구를 통해 알았다.

사료을 먹지 않고 물 만 삼켜도 토해내기 때문에

링거주사를 꽂고 지낸다고 했다.


동물병원에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콩팥, 위장,폐 안에서 다수의 검은 자국이 발견되었고

이런 흔적의 발생 원인은 불분명하다고 수의사가 말했다.

다만, 진고의 나이가 14살 6개월이라 노후에서 오는

질병이 원인일거라고 추정될 뿐이었다.


진고가 사료 먹기를 중단하는 날부터 숨을 거둔 날까지

친구 부부는 진고를 극진히 보살폈다.

진고는 하룻밤에 네다섯 번 구토했다.

진고의 건강상태가 나빠 걸을 수 없었지만

친구의 남편은 진고를 품에 안고

하루에 두 번씩 산책했다.


먹은 게 없으니 당연히 대소변이 나올 리 없지만 진고가 산책의 즐거움을

잊지 않도록 하루에 두번씩 밖에 데리고 나갔다고 한다.


어느 날 친구 부부는 자신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진고의 건강상태에 진척이 없고 진고가 점점더 힘들어한다는 걸

알고 중대한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진고가 힘들게 잡고 있는 세상과의 끈을 끊는 걸 도와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고 한다.

진고를 사랑한다는 핑계로 힘들게

하루하루 연명시키는건 자신들의 이기심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일주일 전 수의사한테 데리고 같다.


평상시라면 진고는 수의사한테  짖어대고 도망가려고 버둥거렸을텐데

그날은 수의사 품에 조용히 안겨있었다고 했다.


고통 없이 숨이 끊기는 주사액이 자신의 정맥에

흘러드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진고의 반쯤 뜬 눈은 수의사와

친구 부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고 한다.


 친구 부부는 진고의 사체를 집의 정원 한 모퉁이에 묻었다.

지난겨울에 입었던 몇 가지 옷과 담요는 그의 차가운 몸과 함께 땅에 묻혔다.


친구 부부가 진고의 마지막 날들과 함께했던 사연은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한다.


몇 년 전 부터 이탈리아에서 유기견 문제가 종종

불거져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문제의 핵심은 어린아이가 있는 가족으로

강아지가 커서 성인견이 되면 다루기 힘들다는 이유와 그보다는

더 이기적인 이유로 개를 버린다.


휴가 갈 때 개를 받아주는 호텔을 찾기 쉽지 않다거나

그런 호텔을 발견했더라도 비용부담이 커서 깊은 산속에다

몰래 버리는 후안무치한 사람들이 많다.


 내 친구는 진고가 강아지일때 유기견 센터에서 입양에서 키웠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진고는 누군가

우측 앞다리를 만지만 으르렁거리며 공격적으로 변했다.


아마도 버림받기 전에

예전 주인으로 부터 구타를 당했던 트라우마가 돌발적으로

 표출되는 것으로 추측되었다.


내 친구가족은 진고가 그 나쁜 기억으로 부터 벗어나길 바라면서 정성스럽게 키웠고

그덕에 진고는 별 탈 없이 잘 자랐다.


친구부부는 진고를 사랑했지만 엄격했으며 유별스럽지 않았다. 시중 마트에 파는 개 사료를 먹였고

사람들이 먹는 음식은 절대로 주지 않았는데 개 한테는 사료면 충분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대신 아침, 저녁으로 산책을 자주 시켰다.


한 달 전, 진고가 식음을 전폐했고 검사결과가 좋지 않자 친구부부는 돌보던 외손주들을

딸 부부한테 돌려보냈다. 밤낮으로 고통에 시달리는 진고를 간호하기 위해서였다.

또한, 급한게 아니면 외부모임도 자제했다.


친구 부부가 진고의 마지막 날들과 함께 했던 날들은 내가 만일 친구의 입장이었다면

과연 친구처럼 처신했을까 하는 의문을 일게 했다.


지구상에 살아있는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는 게 당연한데, 나의 식구와 일상생활을 뒤로하고 개 간호에

나의 모든 시간과 애정을 집중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 같은 거다.


유기견 센터에서 처음 보고 입양을 결정할 때부터

한결같은 마음과 정성으로 늙고 허약한 개의 마지막 순간까지 

주인의 도리와 의무를 지킨 친구부부에게 존경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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