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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흠모하는 베르멘티노와인

와이너리 방문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7. 8. 21.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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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여름은  페데리치(Federici) 가족한테 잊을 수 없는 여름이 될 것같다. 7월 16일 이 집안의 장남인 안드레아가 결혼식을 올렸고 보름후에는 '베를린 와인 품평회' 주최측에서 페데리치 가족이 생산하는 와인중 Sarticola(사르티코라)가 금상을 수상했다는 낭보를 보내왔다.


나는 안드레아의 결혼식에 초대받거나 금상을 수상한 와인을 만드는데 어떠한 기여를 한 적은 없지만 페데리치 가족의 겹경사를 듣는것만으로도 내 일 처럼 기분이 좋았다. 페데리치가족은 와이너리를 운영하기 때문에 나와는 와인으로 인연을 맺었으며 이곳의 베르멘티노 와인이 맛있다보니 아는 지인이나 와인동호회 회원과 와인아카데미 수강생들과 몇 번 방문했었다.


페데리치 와이너리(Cantine Federici,이후 '페데리치'로 생략함)는 이탈리아 반도 북서쪽에 위치하는 리구리아주에 소재한다. 다섯군데 마을이 연이어 있는 칭궤테레(Cinque Terre)에서 동남방향으로 30분 정도 내려가면 '루니(Luni)'지역에 도달하는데 페데리치는 이곳에 터전을 잡고 있다.


요즘 이탈리아 관광지로 칭궤테레가 각광받고 있는데 이곳에 가서 지중해를 배경으로 샤케트라의 달콤함을 맛 본 후 루니의 페데리치에 들러서 베르벤티노 와인을 시음하는 와인여행 루트를 만끽 할 수 있다. 또한 루니지역은 토스카나주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토스카나로 와인여행을 계속하는 여행자한테는 꼭 지나쳐야할 교통요지이기도 하다(▶칭궤테레 와인에 대하여)


지역이름인 루니(Luni)는  2천 년경 로마인들이 세웠던 도시의 이름이며 한 도시명이 근교지역을 포함한 지명으로 확장된 경우다. 루니는 항구도시였고 근처의 카라라 광산에서 채석된 대리석이 이곳으로 집하된 다음 배에 실려 지중해 연안국으로 수출되었다.이렇게 활발했던 무역덕분에 이도시는 매우 부유했고 로마의 콜로세움 규모에 필적하는 원형경기장과 화려한 모자이크 바닥재로 덮힌 대중탕도 지어졌다.


그러다 오래전부터 항구로 유입되던 강이 꾸준히 모래를 실어 왔고 그 양이 점점 늘어나자 10세기경에는 급기야 항구를 덮어버리게 되어 육지로 변했다.이후 항구도시로서 기능을 잃어버린 루니는 주민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곧 폐허로 변한다.


페데리치 건물은 고대루니 유적지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지어졌는데  2천 년전 기준으로는 바다에 지어진 셈이다.바다의 흔적은 페데리치의 지하숙성실 깊이가 말한다. 지하 숙성실에서 동쪽방향 직선거리로 1km거리에 떨어져 있는 리구리아해의 해수면을 가만한다면 숙성실이 해저와 동일 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다.덕분에 숙성실의 기온과 습도 조절은 저절로 맞춰지지만 바닷물과 습기가 벽을 침식하는지 자주 점검해야 한다.



페데리치는 산조베제 와인을 생산하지만 바다 친화적인 베르벤티노 품종에 심혈을 기울이기 때문에 베르멘티노와인의 전문가란 명성을 얻고 있다. 총 16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며 포도밭은 평지부터 표고 330m에 이르는 언덕에 위치한다. 페데리치는  특히, 포도가 재배된 곳의 높낮이와 블랜딩한 품종의 수를 기준으로 6종류의 베르멘티노 와인을 선보이고 있다.


와이너리건물 주변의 포도밭은 평지이며 모래로 된 땅이지만 점토가 듬성듬성 섞여있다.이곳에서 재배된 베르멘티노와 알바로라(albarola) 청포도로는 아페리티프와 가벼운 전채요리와 잘 맞는 라조디솔레(Raggio di Sole)무리그란디(Muri Grandi)를 만든다. 흰꽃 향기와 복숭아,사과향이 주요 향이며  짭짤한 맛과 혀 끝에 남는 씁쓸한 맛이 멋들어지게 어울리는 가벼운 맛의 와인이다.


와이너리 주변에서 언덕으로 가다보면 해발 50~100m 의 언덕자락에 도달하는데 여기에서는 좀더 다양한 토착청포도가 재배되며 이들을 블랜딩해서 '글라디우스(Gladius)' 와인을 만든다. 글라디우스는 로마시대 검투사를 의미하며 정작 동명이름의 와인에서 느껴지는 섬세함과는 거리감이 있다.루니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포도밭에서 자란 품종을 가리지 않고 혼합해서 와인을 만드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풍습을 받아들여 4개의 품종을 블랜딩해 만들었고 그래서 고대라틴어 이름을 갖게 된 후문이 있는 와인이다.


그 다음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아가며 일교차가 큰 100m 이상의 언덕에서 재배된 최상급의 베르멘티노 포도만으로 만든 와인들이다. 가장 높은 곳은 표고 330m에 이르며  페데리치의 잘 알려진 와인들이 이곳에서 나온다. 이와인들은 해마다 이탈리아및 해외 와인품평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어서 효자노릇도 톡톡히 하고 있다.


먼저, 솔라리스(Solaris)는 50~300m 의 높이에 있는 12군데의 포도밭에서 자란 베르멘티노의 블랜딩이다. 모래는 희박하며 자갈과 점토비율이 높은 땅에서 재배된 베르멘티노가 주재료다.



다음은 '오로디제(Oro d'Isee)' 와인으로 가격대비 품질이 뛰어나며 라벨디자인이 눈에 띈다. 페데리치가 소재하는 리구리아지도와 그 해안선을 넘실대는 에메랄드빛 바다가 인상적이다.


오로디제(Oro d'Isee)는 평균 150m 해발에서 자란 베르멘티노로 양조되는데 방금 수확한 포도를 먼저 부드럽게 압착한다음 즙과 껍질을 같이 12~18시간 동안 침출한다. 후에 내부온도가 10~12도인 용기로 옮겨 침전물을 가라앉힌 다음 맑은 포도주스만 걸러낸다. 그다음에는 스텐레스 발효조로 옮겨 16~17도에서 15일간 발효하고 다시 중성소재 용기로 옮겨 50~90일간 '쉬르리(Sur Lie:죽은 효모 위 숙성)'를 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포도수확 연도의 다음해 2월까지 안정시킨 후 병입한다.




영롱한 빛이 반사되는 황금색이 마치 과숙한 포도즙으로 만든 와인만의 특징적 진노랑 빛을 내비치지만 실은 리구리아의 뜨거운 태양이 내린 천연색소다. 미네랄, 사과,흰복숭아,허브,향초 향이 거침없이 솟아나온다. 짭짤한 바다의 맛과 산미가 적당해서 소스맛이 강하는 않은 음식과 함께하면 순식간에 한 병이 동이난다.


와인이름인 '오로디제(Oro D'Isee)'는 "이제(Isee)의 황금"이란 뜻인데 '이제'는 페데리치 식구의 증조부모의 이름으로 결국, 증조부모가 아껴 마시던 귀중한 와인임을 내포한다.이 와인 한 모금으로 이들이 아껴마신 연유를 실감하게 된다.'오로디제'는 올 해 여름부터 한국에 판매되기 시작했으며 일 만 km 떨어진 한국에서도 간접적이지만 리구리아 해의 낭만을 누릴 수 있게되었다.


다음은 이블로그의 첫 줄에 언급했던 '사르티코라(Sarticola)'와인 차례. 사르티코는  와인이름이자 포도밭이름이다.이와인을 블로그 마지막으로 미룬건  코스요리 마지막에 메인요리가 나오는것과 같은 이유다. 300m이상의 높이에 위치한 한 군데의 포도밭(Sarticola)에서 재배된 베르멘티노만 사용했다.이 블로그를 쓰고 있는 순간에도 페데리치 가족은 이 와인이 "셀레지오네 델 신다코"와인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전한다. 먼저 해에 생산된것은 '감베로 로쏘' 와인평가지에서 '트레 비끼에리Tre Bicchieri' 품질마크를 얻은바 있다.



앞의 '오로디제' 와인과 비슷한 양조방식으로 만들지만 침출시간은  48시간으로 연장되며 병 속에서 안정을 오로디제 보다 한 달 더 길게 했다. 사르티코라 의 키워드는 한 마디로 "농축"..리슬링의 강렬한 미네랄 향기가 와인 향의 포문을 열고 흰 들꽃,리구리아 향초, 황도 복숭아, 멜론,레몬 향이 뒤 따라온다. 식욕을 유발하는 산미와 아몬드의 긴 여운이 매력적이며 입에 꽉 차는 구조감과 부드러운 질감이 조화를 이룬다.


★ 안내: 9월 1일 부터 3일 까지 대전에서 개최되는 '대전국제 와인페어'전시회에서 사르티코라 와인을 시음할 수 있다. 이탈리아 와인도시의 연합인 치타델 비노(CITTA DEL VINO)는 이탈리아 각 지역의 17명의 와인생산가 보낸 30여종의 와인을 전시회에 선보인다. 페데리치 가족은 사르티코라를 대전에 보내왔으며 전시기간 동안 대전무역전시관  B31,B32,B33 부스에 오면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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