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바레스코 와인은 생산자 수, 연 생산량, 해당 와인이 생산되는 마을 수 에서 바롤로 와인에 훨씬 미치지 못한다. 그런 점을 고려할 때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희소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바롤로 와인은 11군데의 마을에 소재하는 2,112 헥타르의 포도밭을 점유하고 있는 281 군데 와이너리에서 1천3백9십만 병(2013년 기준)을 생산한다(바롤로,바르바레스코,알바,랑게,돌리아니 와인 컨소시엄 2016년 통계).
반면,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11군데 마을의 751 헥타르의 포도밭에 소재하는 147여 군데 와이너리에서 4백3십만 병(2014년 기준)을 생산한다. 바롤로지역의 3분의 1정도의 크기에서 바롤로 생산자 수의 50% 에 달하는 생산자들이 모여있으니 바르바레스코 마을은 마치 조그만 동네에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바글바글 모여있는 것 같다.
랑게의 수도 알바(Alba)를 사이에 두고 동서에 위치할 정도로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지역은 가깝지만 두 지역을 직통으로 잇는 도로가 나있지 않기 때문에 알바를 꼭 거쳐야만 갈 수 있다.
'카시나 모라시노(Cascina Morassino)'는 천 년 전에 지어진 바르바레스코 요새 탑이 손 잡힐 듯 보이는 곳에 있다. 건물 주변은 바르바레스코 와인의 주원료인 네비올로 포도가 재배되는 오벨로(Ovello) 포도밭으로 둘러싸여 있다. 오벨로 포도밭은 총 78,5 헥타르인데, 그중 2,35헥타르는 카시나 모라시노 와이너리가 소유하고 있다.
오벨로란 이름은 2006년 바르바레스코 와인 지역의 경계선 개편과 지명의 정비화로 새로 붙여진 이름이며 그 전에는 "카시나 모라시노"로 알려졌다. 카시나 모라시노는 2007년에 "로베르토 비앙코(Roberto Bianco)"씨가 이곳을 구입하고 현재처럼 개조하기 전, 옛 주인이 소유했던 농장과 거기에 속했던 포도밭 명을 합친 이름이다.
2006년 지명이 개편될 때 관계자들은 개인 소유 농장이름이 공식화되는 걸 꺼려했기 때문에 카시노 모라시노는 공식 '포도밭(MEGA) 등록부'에 흡수되지 못했다. 어쨋든 옛날 이름은 현 소유주 로베르토 비앙코씨가 그대로 이어받았으며 그의 바르바레스코 와인 이름에도 남아 있다.
올해(2017년)의 포도농사는 어떠하였느냐는 질문에 올 봄에 오벨로 포도밭 아래쪽에 심어진 네비올로와 바르베라 포도가 서리를 맞아 거의 동사했다고 비앙코씨는 대답했다. 운 좋게도 바르베라 몇 그루는 서리가 비껴가 무사히 수확을 할 수 있었다. 보통 바르베라를 발효하고 나면 바리크(225리터)오크통 8개 정도의 양이 나오는데 올 해는 서리피해 때문에 3통 정도의 양밖에 건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 바르베라는 '카시나 모라시노'가 생산한 바르베라 중 가장 기억해 남을 와인이 될 거라고 비앙코씨는 확신 했다. 바르베라가 성숙하는 7~8월에 기온이 높고 일조량이 충분해서 농축된 과실향, 불휘발분, 알코올 농도가 전례 없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평년 기온일 경우 바르베라의 알코올 농도는13~13.5도인데 올해는 16도로 검출되었고 이 정도면 알코올 농도만 볼 때 아마로네나 주정강화 와인 수준이다.
비앙코씨는 이렇게 개성이 강한 바르베라는 바리크(225 리터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맛과 향의 다양함, 구조감이 단단하기 때문에 작은 용량의 바리크에 숙성해도 오크향에 눌리지 않고 자체 향을 보존할 수 있는 근력이 받쳐준다. 또한, 오크에서 오는 향과 잘 융합해서 독특한 부케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비앙코 씨의 지하 셀러에는 225리터, 500리터, 25헥토 리터(2500리터)등 세 종류의 오크통이 있다. 25 헥토리터 짜리는 슬라보니아산 오크통이고 나머지는 프랑스산이다. 비앙코 씨는 오크통을 선택할 때 매우 신중한데 해마다 기후에 따라 포도가 나타내는 특성을 기준으로 숙성할 오크통의 크기를 결정한다.
돌체토 달바(Dolcetto d'Alba) 2015: 돌체토 와인의 생명은 산뜻한 산미와 그 맛에 실려오는 산딸기와 싱그런 붉은색 꽃 향기다. 그러므로 오크통에서 돌체토를 숙성하면 포도의 장점이 훼손되기 때문에 스테인리스 용기 숙성이 원칙이다. 돌체토를 잘 다룰 줄 아는 생산자는 돌체토의 진수를 잘 뽑아내어 와인병에 그대로 보전하는 방법을 안다.
전체적으로 검붉은 색이 나지만 와인 잔과 닿는 부분은 짙은 보랏빛이 돌며 산미와 탄닌의 감촉이 가을날 아침의 상큼하며 청명한 공기와 같다.
바르베라 달바(Barbera d'Alba) 2014: 잔에 따른 후 몇 초를 기다리자 농후한 라즈베리, 블랙베리, 자두 향이 주위에 퍼진다. 225리터 바리크에서 녹아든 스모키 향이 살짝 나면서 좀 더 세련된 느낌을 준다. 마시기에 적절한 산미와 원만한 탄닌이 멋진 골격을 이룬다.
랑게 메를로(Langhe Merlot) 2014: 랑게의 네비올로 생산자들 사이에 "메를로를 재배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란 속설이 있는데 네비올로 재배가 어렵다는 의중이 숨어있기도 하지만 네비올로 재배하는데 드는 수고가 메를로 보다 곱절이 든다는 의미도 있다. 그러한 선상에서 볼 때 바르바레스코의 금싸라기 땅에 네비올로가 아닌 메를로를 심기로한 비앙코 씨의 결정은 흔치 않은 경우다.
비앙코씨가 쉽지않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벨로 포도밭 한 켠에 기름진 토양이 있는데 여기에 네비올로나 바르베라를 심어 봤으나 척박한 토양을 좋아 하는 두 품종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고 그래서 메를로로 교체했다.
기름진 토양에서 자란 메를로는 후추,피망, 잔디, 검붉은 과실향이 풍부하므로 바리크(225리터)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풍부하고 깊은 향은 오크향에 압도되지 않으면서도 메를로의 산미가 와인의 유질감을 깔끔하게 가시어 준다. 토양과 궁합이 맞는 품종을 무시한체 전통품종만 고집하지 않는 유연적 태도의 결과인 메를로 와인이 발산하는 원만한 개성을 비앙코씨는 매우 흡족하게 바라본다.
<위↑ 카시나 모라시노의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이탈리아의 주요 와인평가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비앙코 씨는 바르바레스코 와인을 무조건 슬라보니아산 25 헥토리터(2500리터)에 숙성한다. 오벨로 바르바레스코는 새 오크통에서 숙성하고 두 번째 해 부터는 모라시노 바르바레스코를 담아 숙성한다. 모라시노 와인을 3~4번 정도 숙성한 다음 오크통을 다른 생산자에게 판매한다. 보통, 생산자들은 슬라보니아 오크통을 사면 30~40년 사용하는데 이기준으로 보았을때 비앙코 씨의 오크통 사용한도는 매우 제한된 편이다.
바르바레스코 모라시노(Barbaresco Morassino) 2014: 지금 열기에 이르다는 생각이 들지만 바르바레스코의 가냘프면서도 여린 우아함을 즐길 수 있다. 방금 꺾은 장미, 제비꽃, 체리, 숲 속에서 자라는 적색 베리의 매혹적인 향기에 빠지게 된다. 입안을 서서히 좁혀오는 영한 탄닌과 날카로운 산미는 와인이 어리다는 감이 들지만 산뜻한 네비올로 자체 향기와 좋은 조화를 이룬다.
모라시노 바르바레스코는 네비올로 포도 자체의 섬세함을 나타내기 때문에 몇 번 사용한 슬라보니아산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오크향은 강하지 않지만 품종의 섬세함을 도드라지게 하면서도 오크숙성을 좀 더 길게 함으로써 복합적인 개성을 얻기 위함이다.
바르바레스코 오벨로(Barbaresco Ovello) 2014: 아직 어리지만 지금 마셔도 잘생긴 바르바레스코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와이너리의 간판급 와인. 해당 빈티지는 이탈리아의 공신력 있는 와인 평가지 "감베로 로쏘의 트레비키에리(Tre Bicchieri)"와 "비벤다의 콰트로 그라폴리(4 Grappoli)"를 수상했다.
앞의 모라시노 와인에 비해 오렌지 껍질 톤의 뜨거운 루비색을 발산하며, 검붉은 과실의 농후함, 말린 장미, 제비꽃 향이 올라오며 약간의 가죽과 토바코 잎 향 등 복잡한 향기의 그물을 이룬다. 입에 닿는 즉시 타닌은 입안을 조이는 듯하지만 여운이 오래 남는 뒷 맛과 함께 타닌의 촉감은 희미해진다.
오벨로 포도밭에서 재배된 네비올로는 개성이 강하기 때문에 2500리터 용량의 새 오크통에서 숙성하더라도 강한 오크개성을 감당할 수 있으며 더욱이 오크의 효과와 잘 결합해 어린와인이라도 꽤 숙성된 바르바레스코의 원만함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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