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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메(Ghemme)와인의 기수 - 칸타루포(Cantalupo)와이너리 방문기

와이너리 방문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5. 3. 25. 1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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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메(Ghemme)와인의 기수-칸타루포(Cantalupo)와이너리 방문 후기를 나눕니다.    

                                              

     

   왼쪽 원: 피에몬테 위치      오른쪽 원: 피에몬테에서 겜메위치


지난 봄의 꽃샘추위와 한 여름의 폭염으로 부터 살아남은 포도를 훈장처럼 달고있는 포도나무를

지켜보는 포도재배자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9월의 변덕스러운 날씨가 시샘을 부려 한바탕의

폭우를 쏟아낸다면 그해 일년농사의 결과가 포도밭에서 한순간 재배자의 눈에서 쓸려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이런 조바심은 9월 초순에 시작되는 모스카토 품종의 수확부터 바르베라, 돌체또, 아르네이스,

코르테제 품종  그리고 10월 말에 추수한 네비올로의 탐스런 포도송이를 실은 트럭이 양조장을 향해

출발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나를 실은 차는 토리노(이탈리아 최북서쪽에 위치한 피에몬테주의 주도)를 방금빠져나와  A4 고속도로에

접어들었다. 북동쪽으로 100km남짓 가면 목적지인 노바라군의 작은 도시 겜메(Ghemme)에 도착하게

된다. 스크린에 비춰지는 영화처럼 차 창을 스치는 풍경은 그 뒤에 물러나 있는 알프스산과

멋진 듀엣을 이르고 있었다. 9월 중순이지만 성급한 눈이 이미 알프스 정상을 점령하고 있었다.


4천미터가 넘는 날카로운 준봉들 사이로 차가 움직이는 방향에 따라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지는 한 봉우리가 

보였다. 처음에는 다른 봉과 다름없는 것처럼 보였는데 몇 번의 숨바꼭질 후에 부드러운 실루엣을 구별해낼 수 있었다.

목적지 와이너리에 도착했을때 그 봉은 몬테로사(Monte Rosa)라 불리며  겜메를 비롯한 그 주변의 와인생산에

커다란 영향을 준 거인같은 존재임을 알게되었다.

                              

위↑ 몬테로사 산(Monte Rosa,해발 4637m): 몽블랑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알프스 산 (사진:wikimedia commons User Josf)


그레조(Greggio)톨게이트를 빠져나와 겜메마을까지는 세시아(Sesia)강을 따라가면 된다. 세시아 물길은 마을을

만나면 자신의 길을 바꾸어 사람들에게 길을 내준다. 이 길을 따라  옹기종기 형성된 파라(Fara), 시짜노(Sizzano)를

지나니 겜메마을에 순식간에 도착했다. "Antichi Vigneti di Cantalupo" 라 쓰여진 푯말을 따라 들어간 와이너리 경내는

단촐한 건물하나만이 지키고 있었다. 그 건물뒤에 포도나무열로 덮혀있는 낮은 언덕이 없었다면 아마 일반 농가쯤으로

여겼을지도 모른다.

                             

위↑: 칸타루포(Antichi Vigneti di Cantalupo) 와이너리


방문일이 토요일 오후라 내부는 조용했다. 인기척을 들은 사장님이 와인냄새와 함께 등장했다.역사가 꽤 오래되었고 각종

국제와인 품평회에서 상을 수상한 경력이 있는 와이너리의 경영주를 만난다는 부담때문에 나는 긴장한 상태였다.

                      

'로베르토 아룰루노'라 자신을 소개한 사장님이 자신의 조상이 오백년전 다음과 같이 겜메에 자리잡게 된 경위를 설명하는 순간부터

나의 긴장감은 친근감으로 변했다. "겜메마을 토지문서에는 1550년 아를루노(Arluno)성을 가진사람이 와서 땅를 구입했다 고

씌여 있어요" " 내가 밟고 있는 이곳이  그 조상이 구입한 곳의 일부분이며 후에 자손들이 땅을 사들여 개간해서 지금은 

100여 헥타르로 늘려놨답니다."


불확실때문에 오는 불안은 불확실 대상을 직접 대면했을때 사라진다는 경험을 재차 확인했다. 이후 로베르토 사장님과 같이한 시간은

마치 돌아가신 외할아버와 함께 하는 친근하며 포근한 와이너리 산책이였다. 460여년 전 조상이 구입했던곳은 필자가 경내에

막 들어왔을때 마주친 건물 뒤에 있는 언덕이다. 이 언덕은 해발 300미터 정도이며 현재는 그 밑을 파서 양조장과 저장실을 들여놨다.


땅 밑이라 그런지 내부의 여러시설들은 실루엣만 드러나 또렷이 보이지 않았고  공기는 차가운 습기를 뿜어대는 대형마켓의 야채 진열대를 

지나칠때 피부에 와 닿은 서늘함이 서려있었다.모두다 와인을 위한 최적의 조건이라는걸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땅 밑은 최적의 보관조건은 보장하지만 장소가 협소했기 때문에 사장님은 바닥을 계단식으로 설계해 공간을 확보했다.

계단은 총 삼 층으로 되있는데 가장 높은 계단에는 대형 보테, 그 아래층은 500리터 톤노(tonneau) 오크통, 가장 낮은곳은 250리터

바리크가 진열되있다.

  

                         

포도품종과 이것이 재배되었던 토양의 특성, 양조가가 원하는 와인의 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나무통 크기에서 숙성을 거친 와인은

병에 담겨진 후 철 창문으로 굳건히 닫혀진 몇 개의 방으로 옮겨진다.가벼운 데일리 와인과 로제 와인은 양조실에 있는 대형 스텐레스

용기에 보관되있다가 주문서가 도착하면 곧바로 출하되기때문에 철문이 닫혀진 방은 좀더 숙성되었거나 숙성되야할 와인에 양보된다.

필자가 셔터를 연방터트리며 사진을 찍은 와인들은 모두 겜메docg등급 와인으로 주문서 도착을

기다리고 있기 보다는 여기서 역사로 남길 원하는듯 먼지를 푹뒤집어쓴 체 누워 있었다.

                             

 위↑: 칸타루포 와이너리의 보물창고: 겜메와인 숙성실


뽀얗게 먼지를 쓴 겜메와인을 가리키면서 로베르토 사장님은 다음과 같은 해박한 지식을 토해내었다.

" 기원전 9세기경 겜메에는 아가미오스(Agamios)라 불리는 그리스사람이 살았었는데 이때문에 아가미오스라

부르다가 후에 아가모(Agamo), 결국 겜메(Ghemme)로 부르게 되었죠" "겜메에서 생산되는 와인이 얼마나 유명했던지 신성로마제국의

프리드리히 1세와 영국왕 헨리6세가 겜메와인에 대해서 언급 할 정도였죠. 16세기경에는 겜메를 다스리던 아르보리에 주교가

유럽을 호령하던 스페인의 카를로 5세에게 겜메와인을 선물할 정도로 유명했죠."    


겜메와인이 유명인의 사랑을 받았던 사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19세기 중엽 이탈리아 통일을 이끈 일등 공신  사보이 왕국의

"카밀로 벤소 카브루" 수상은 겜메와인을 맛본 후 다음과 같이 칭송했다." 겜메와인은 부르고뉴 와인과

경쟁할 만큼 우수하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와인의 풍부함과 우아함을 유지하는데 신경쓰고 노력만 하면 된다."


위의 인물들이 칭송을 아끼지 않던 겜메 와인의 정체는 무엇일까?  단연, 네비올로 품종이다. 이곳에서는 스판나(spanna)라고

부르며  겜메와인은 이품종을 75% 이상 포함하고 있다. 오래 숙성시킬 겜메는 순수하게 네비올로로만 양조하지만 색깔을 보충하고

과일향을 높이기 위해 베스폴리나(vespolina)와 우바라라(uva rara)같은  레드품종을 25%내에서  블랜딩한다.

                           

로베르토 사장님은 이 세 종류의 레드품종을  마술 지팡이처럼 휘드른다. 세 종류의 품종을 살짝 누른 쥬스와  껍질을 하룻밤 침용시켜

장미빛이 도는 싱그런 과일향과 향신료향이 솟아오르는 로제와인을 만든다. 네비올로를 살짝 압착한 주스를 발효시킨후

여기에 일정량의 효모와 설탕을  혼합한 와인을 병속에 오래 놔두어 크로와상, 버터 빵, 견과류 냄새가 진하게 올라오는

스푸만테도 뚝딱 만들어낸다.

                           

 위↑: 네비올로 품종으로 스푸만테,로제, 드라이 와인을 만든다.


네비올로 품종만 사용해서는 투명한 루비색에서 짙은 오렌지 껍질색 까지 나는 4종류의  겜메와인 시리즈를 만든다.

겜메와인은 포도밭이 라벨에 표시되는 여부에 따라 다시 두 종류로 나뉜다. 라벨에 "Ghemme" 만 달랑 적혀있는것과

Signore di Bayard  Ghemme가 표시된 것은 해발고도가 다른 다양한 포도밭에서 재배된 네비올로를 혼합해서 만든다.

반면, Ghemme 이전에 'Collis Breclemae' 나 'Collis Carellae'가 씌여있는 것은 포도밭이름이며

해당 밭에서만 자란 네비올로로 양조된 칸타루포 와이너리의 자존심이다.    

                              

                           

Ghemme (12.5%, 2007년 산) :와인 중심은 진한 루비색이 나며 잔 주위로 갈수록 색 농도가 흐려진다. 송진,후추,감초의

향신료향이 코를 자극하며 말린 장미,제비꽃,붉은색 껍질 과일같은

네비올로의 특징적 향기도 올라온다. 타닌이 날카롭지만  높은 산미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느껴진다. 코로 맡은 일부 향기는 입에서 재차 맛이 날 정도로 분명하며 짭짤한 맛과 잘 어울린다.


Signore di Bayard, Ghemme(13.5%,2006년 산): 네비올로 와인이라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진한 붉은색이 돈다.

말린 꽃 향기, 도드라지는 향신료, 붉은색 껍질 과일향이 와인을 담고 있던 숙성 나무통 향과

같이 피어오른다. 날카로운 산미는 타닌의 벨벳감촉을 또렷히 느껴진다. 다양한 풍미와                                                                                                               약간의  짠 맛이 이루는 조화가 산미와 타닌의 그것에 버금간다.

Signore di Bayard는 바야드 기사란 뜻으로 16세기 겜메근교에서 

있었던 한 전투에서 장렬히 전사한 전설의 인물이다.


Collis Carellae Ghemme(13.5%, 2008년 산) 카렐라(Carella) : 포도밭에서 재배된 네비올로로만 만들었다. 포도밭 이름이 씌여진

겜메를 시음할수록 알콜 농도가 높아지며 와인색깔에도 그 알콜의 열기가 스며나온다. 위의 두 종류 겜메처럼

붉은 과일, 말린 꽃 냄새가 특징이며 젖은 돌, 젖은 나뭇잎, 버섯등 땅에 밀착되있는 식물체의 냄새도

피어난다. 타닌의 부드러움은 우아한 경지에 이르고 겜메와인의 특징인 산미로 인해 돋보인다.

                                             

Collis Breclemae Ghemme(13,5%, 2007년 산): 남쪽과 남동쪽을 향한  브레크레마 포도밭에서 재배된 네비올로 100%로 만들었으며

본 와이너리의 주력와인이다. 몇 시간 졸인듯한 달콤한 과일향기, 말린 검붉은 꽃 다발을 냄새 맞을때와 같은

강렬한 향기는 천천히 녹슨 쇠, 동물냄새로 바뀐다. 향기의 강도와 비례하는 타닌의 부드러움은 놀랍지만 산미는 혀를

팽팽하게 긴장시킨다.한편으로는 엔초비를 먹은 듯한 뒷 맛이 혀에 오랫동안 남는다.

                                                           


세번째와 네번째 와인의 포도밭이름이 특이해 그 이유를 물었더니 고대 로마인들의 공식언어인 라틴어에서 왔기 때문이라 했다.

이 포도밭을 처음 개간한 사람들이 고대 로마인들이며 그들이 붙여준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았을 뿐이라며 역사가 긴 포도밭

주인인걸 자랑스러워 하셨다.

                            

겜메와인이 다른 곳에서 생산된 네비올로 와인과 다른점은 적당한 시기의 숙성만 거치면 입에 거슬리지 않는 타닌과 산미를

경험할 수 있는데 있다 .이 모두  몬테로사 산 때문이라 하면서 사장님은 시음실 창밖에

부드러운 자태를 드리우고 있는 산봉우리를 가리켰다. 여기 오는 길에 줄곧 나와 숨박꼭질 하던 그 산봉우리였다.


몬테로사와 와인 맛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약 50만년전 날씨가 온화해졌고 이때 몬테로사 정상을 덮고 있던 빙하가 평지로 밀려 내려 왔다는 지질사에서 연유한다.이 빙하가 흘러서  

만들어진 길로 몬테로사의  토양과 암석이  평지로 밀려내려왔고 이 물질이 쌓여 해발 200~300미터에 달하는 겜메와 그 주변 언덕을

만들었다. 언덕의 성분을 분석해보면  화강암,운모편암,사문석 으로 몬테로사의 것과 일치하며 이곳에 뿌리를 내리는 네비올로는 풍부한 산도와  

미네랄 유전자를 갖게된다. 여담으로 겜메언덕이 형성된 이유를 잘 아는 이곳 주민들은 겜메를 "몬테로사의 축소판"이라 부른다. 

                       

로베르토 사장님은 비워지는 잔을 계속 채워주시면서 겜메와인은 레스베라트롤 함량이 높아 심장에 좋으니 많이 마시라고 했다.

심장에 좋으니 매일 마시면  장수하는 것은 당연할 것이다. 겜메와인의 효과에 대해 1864년 뉴욕의 한 일간지는 다음과 같이 전한다.

" 겜메 와인은  강장효과 뛰어나기 때문에 이탈리아,프랑스 의사들은  환자에게 매일 마시도록해 회복을 도운다.

또 미국에 수입된 와인 중 가장 소화가 잘 되는 와인이다." 

                    

미국 일간지가 전달하려 했던 인체에 미치는 혜택을  염두해 두지 않더라고  알프스의 정기를 담은 신주를 마시니 신선이 따로 없는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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