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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으로 일군 Pelissero 와이너리

와이너리 방문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6. 7. 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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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리세로 와이너리 스캐치: 2011년 이곳을 방문한 김영걸 화가님의 작품


페리세로 와이너리를 처음 방문한것은 2011년이였다.그때 소유주인 조르죠(Giorgio)가 직접 와이너리 안내를 맡았는데 그는 안내뿐아니라 양조및 영업도 담당하고 있었다. 그의 영어는 유창하지는 않지만 간간히 농담을 섞어 구사했기 때문에 유쾌한 사람으로 기억되었다.그로부터 5년 후 다시 그의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조르죠가 또 내 가이드가 되었다.미간의 주름은 패였지만 주름 아래 검은 눈동자에서 흘러나오는 카리스마 때문인지 연륜의 넉넉함으로 비춰졌다.


페리세로 와이너리에 가면 신난다. 내가 원하는 대로 와인을 시음 할 수 있기때문이다. 랑게지역에 위치하기도 하지만 조르죠의 호기심과 실험정신이 낳은 랑게의 갖가지 와인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페리세로에서 생산하는 와인은 총 16종류인데 모두 8종류의  토착품종으로 만들어진다.


랑게에서 와인을 생산하는 자라면 꼭 구비하고 있어야 하는 일명 '레드품종 3총사'로 만든 바르베라,네비올로,돌체토 와인들이다. 랑게가 예로부터 레드와인의 아성이기 때문에 그 비중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파보리타(favorita)화이트와인과 레드와인의 묵직함에 눌린 혀를 편안하게 이완시켜주는 모스카토 와인도 여기에 포함된다. 2009년에는 이웃이 팔려고 내놓은 2헥타르의 포도밭을 조르죠가 구입했고 이중 0.5헥타르에는 리슬링을 심었는데 2015년 첫 수확한 포도로 만든 와인이 스텐레스용기에서 숙성되고 있다.


조르죠는 랑게의 전통에 따라 이곳 토종품종을 재배하지만 와인 숙성에는 현대적인 방식을 취한다. 몇  종류의 와인(Dolcetto Munfrina, Langhe Freisa, Langhe Riesling)을 제외하고 프랑스산 바리크(225리터, 바르바레스코 와인만 해당)에만 숙성만 하거나 바리크와 50 헥터리터(50hl) 오크통에 따로 숙성한뒤 블랜딩한다.



60년전 할아버지가 시작한 가업을 이어받아 현재 38헥타르 면적의 포도밭으로 확장시켜놨고 여기서 연 25만 병을 생산하는 중견 와이너리로 성장했지만 조르죠가 꼭 지키는 철칙이 있다. 바로 포도밭 옛 이름 고수...2000년 부터 이곳 랑게지역 특히, 페리세로 와이너리가 소재하는 바르바레스코 와인생산 지역은 MEGA(크뤼급 밭)로 지정되었다. MEGA는 언덕에 위치한 포도밭의 높고 낮음, 성분등의 지리조건에 따라 언덕을 세분화한 뒤 포도밭이름을 붙였다.


MEGA는 새 포도밭 이름은 물론 옛이름을 흡수하기도 했지만 새로 지어진것도 없지 않아 있다. 경위야 어떻든 이 포도밭이름은 이탈리아 와인등급법(DOC:원산지명칭 통제)에 등록되었고 여기에 등록된 포도밭을 가진 소유자는 자신이 만든 와인의 라벨에 MEGA밭 이름을 표시할 수 있다. 바롤로 와인 생산지역의 MEGA포도밭은 181개, 바르바레스코 와인 생산지역은 60여개 된다.


MEGA 제도 실시 후에 바롤로,바르바레스코 와인이 토양 별로 세분화되자 소비자는 마시고 있는 와인의 출처를 분명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조르죠의 와인들이 MEGA 포도밭에서 생산되었지만 와인 라벨에는 전혀 명시되있지 않은것에 궁금증을 갖던 나에게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바롤로나 바르바레스코 생산자들이 옛 이름을 저버리고 새 MEGA이름을 사용하는게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데 나는 그런 유행에는 관심없다. MEGA 이전에 식구나 이웃들이 부르던 이름이 더 정답고 친근감 있다".


나의 질문은 계속되었다. " 페리세로의 포도밭이 바사린(Basarin), 트레 스텔레(Tre Stelle),마르카리니(Marcarini)의 MEGA 이름으로 등록된 곳에 위치하는데 이 세 지명으로 부른다면 사람들이 더 기억하기 쉬울텐데요?" "MEGA를 붙이면 마치 바르바레스코가 보르도의 5대 샤토와인으로 된것마냥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 그건 소비자에게 부담만 전가시킨다. 페리세로 와인은 MEGA란 표시없이도 와인자체가 품질이다."



MEGA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옛날이름을 고수하면서 만든 그의 뚝심있는 와인을 시음했다. 빈티지순이나 와인타입하고는 상관없이 포도밭 별로 생산되는 와인과 그들의 시음 소감을 적어봤다


Vanotu 포도밭: 바르바레스코 MEGA 지명은 트레스텔레(Tre Stelle),바사린( Basarin),마르카리니(Marcarini)에 속하며 포도밭 높이는 해발 300~350m이다. Vanotu는 젊은 남자(Giovanni)의 뜻을 가진 피에몬테 방언이며 조르죠의 할아버니 이름이기도 하다. Vanotu는 페리세로의 간판격 와인인 두 종류의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docg Vanotu Riserva, Barbaresco docg Vanotu)를 만드는 네비올로가 재배되는 곳이다.


Barbaresco docg Vanotu 2013 : 20~22개월 바리크 숙성하며 그 중 80%는 새 바리크통만 사용 했다. 이후 병에서 9개월간 숙성및 안정을 했다. 네비올로 100% 에 알콜농도 14%. 짙은 석류색이 나며 자두,체리의 검붉은색 과일향과 말린 꽃 향기, 민트, 바닐라향과 자갈냄새가 섬세하게 올라온다. 처음 마셨을때 타닌과 산미가 강하게 느껴졌지만 목으로 넘어갈때는 부드러웠다. 짭짤한 염분은 타닌과 좋은 조화를 이룬다. 14도인 알콜의 뜨거움이 높은 산미때문에 덜 느껴진다.



Tulin 포도밭: 트레이소(Treiso)와 네비리에( Neviglie )마을이 접하는 골에 위치하며 총 12헥타의 면적이다. 트레이소의 포도밭은 남향, 네비리에는 남동 방향이며 해발 250~400m에 걸쳐있다. 대부분 네비올로가 심어졌지만 네비올로에 적당치 않는 밭 모서리에는 바르베라와 돌체토가 재배된다.


트레이소쪽의 포도밭은 "산 스테파네토(San Stefanetto)"로 불리며 여기서 재배되는 네비올로는 바르바레스코 Tulin 으로, 네비리에서 재배되는 네비올로는 바르베라와 블랜딩해 Langhe Rosso Long Now'를 만든다. 피에몬테주민들은 옛부터 둥그런 모양의 주석용기를  Tulin으로 불렀는데 촛대나 가축사료를 나눠줄때 사용하던 그릇이였다.


Barbaresco docg Tulin 2013 : 알콜농도 14%, 네비올로 100%, 15일간 침용후 스텐레스 용기에서 침전물(포도껍질,잔가지등)을 가라앉힌다. 침전물이 제거된 포도주스는 오크통숙성실로 옮겨지는데 50%는 바리크통, 나머지 50%는 50헥토리터짜리 오크통에 담아 18~20개월 숙성한다. 숙성뒤에는 조르죠의 다년간의 경험에 따라 블랜딩 된다. 체리, 검붉은색 과일의 달콤한 향기와 핑크빛 장미꽃, 초코렛,타바코향이 은은하게 풍긴다. 미디엄 보디에 강건하지만 혀에 부드럽게 와닿은 타닌과 산미의 싱싱함이 바르베레스코의 화려함을 발산한다.


Langhe Long Now 2013 : 네비리에 포도밭에서 재배된  네비올로 50%와 바르베라 50%의 블랜딩의 조화가 시원스럽다. 와인이름인 Long Now는 캘리포니아 출신 과학자가 고안한 21세기 벽시계를 실현할 수 있게 경제지원한 재단이름이다. 시계는 현재 런던과학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페리세로 와이너리는 이 와인의 판매 수익금의 일부를 재단에 기부한다.


랑게를 대표하는 품종인 바르베라와 네비올로의 결합으로 조르죠가 의도했던 것은 바르베라의 짙은 루비색깔과 산미 그리고 네비올로부터는 타닌과 장기숙성력이다. 네비올로는 10~12일 침용,바르베라는 25일 침용한 후 스텐레스 용기에 놔두어 침전물을 가라앉힌다. 밑에 가라앉는 침전물을 제거후 오크통에서 숙성한다. 오크통에서는 15~18개월, 병에서는 10~12개월 숙성및 안정한 후 시장에 출시된다.


잘익은 검붉은색 과일의 달콤함이 배여있는 농축력, 날카로운 산미와 잘 숙성된 와인에서 느껴지는 타닌이 고급스럽다.


Piani 포도밭:리세로 와이너리 입구에서 2시 방향으로 내려다 보면 언덕정상을 마치 칼로 자른듯한 평편한 땅이 보인다. 평지(Piani)라는 단어 뜻처럼 고르고 평편하다. 높이는 250~350m에 벤토나이트(bentonite) 점토로 되있어 토양입자가 크고 습기 보존력이 높다. 이 토양은 폭우가 내리면 물을 흡수해 토양입자의 부피가 늘어나 땅의 밀착력이 느슨해져 허물어지기 쉽다. 이런 단점을 예방하려고 언덕 정상을 수평으로 다져서 지금처럼 고르게 되었다. 이곳에서 자라는 포도는 적절한 타닌을 가진 상큼하고 젊을때 마시기 좋은 바르베라와인에 적절하다.


바르베라포도를 압착해서 15~20일간 침용후 바리크와 오크통에 나눠서 8~9개월 숙성후 블랜딩한다.


Barbera d'Alba doc Piani 2012: 잉크색과 비교될 정도의 짙은 루비색, 젊은 와인의 과실,꽃 향기가 충만하다. 위의 향기와 함께 와인이 발효할때 나는 발효향이 난다. 짠맛과 산미가 두드러지며 젊은 타닌의 강건함도 느껴진다.


Augenta 포도밭: 페리세로 와이너리 정문 바로 아래에 펼쳐져있는 포도밭으로 이곳에 서있으면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생산되는 지형생김새를 한 눈에 볼 수 있다. 토양은 황토빛과 흐린 푸른색이 섞여있고 입자가 단단해 어떠한 열매솎아내기 없이도 포도생산량은 적다.


포도밭 이름 Augenta는 라틴어 "augere"에서 왔으며 '증가' 또는 '높인다'는 뜻이다. 옛날부터 이곳에 포도를 심으면 와인의 품질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와같은 지명을 갖게됐다는 사연이 있따. 현재의 돌체토는 60년 전 조르죠의 부친이 심은것이며  이젠 장년기에 달한 돌체토이지만  향과 맛이 농축된 포도를 해마다 맺어 포도밭의 기대를 져버리지 않는다.


Augenta에서 자란 돌체토는 싱그런 과일향과 달콤할 정도로 느껴지는 타닌이 매력적이다.


돌체토는 예로부터 피에몬테 농부들이 마셔왔던 와인으로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와인이다. 보통 스텐레스용기에서 단기간 숙성시킨다음 추수한지 1년이내에 마시는 가벼운 와인이다. 조르죠는 위의 고정관념에 그의 특기인 실험정식을 접목했는데  50헥토리터 오크통에 6~7개월 숙성하는 것이다.


Dolcetto d'Alba doc Augenta 2013: 짙은 잉크색,잔을 돌리면 출렁일때 와인에서 진보랏빛이 스며 나온다. 돌체토의 상큼한 과일향이 오크의 코코아,타바코, 달콤한 스파이시향과 섞여 올라온다. 스텐레스 용기에 숙성한 돌체토의 타닌보다는 실키하며 아몬드를 씹은듯한 쌉쌀한 느낌이 혀에 남는다. Augenta 돌체토는 10년 지나면 우수한 네비올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거라고 조르죠가 장담하는 와인이다.



Munfurina 포도밭:

조르죠의 집념이 스며있는 또하나의 포도밭, Augenta남쪽에 위치한다.바르바레스코 MEGA포도밭으로 등록되있고 Ferrere란 공식이름이 있지만 그는 문푸리나(Munfrina)이름을 고집한다. 문푸리나는"고향이 몽페라토(Monferrato)인 여자"란 뜻으로 부지런히 이 밭을 가꾸던 옛주인이다. 이 밭은 서러 이웃하는 언덕에 위치하며 그 중앙에 작은 시내가 흐른다. 이밭의 특징은 결합력이 낮아 부서지기 쉽고 먼지가 잘 일어나며 그 북쪽에 있는 Augenta밭에 비해 자갈함량이 낮은반면 미사와 모래양이 높다. 섬세한 아로마가 스며나오며 장기숙성보다는 단기 숙성을 끝내고 마셨을때 품종 원래의 아로마가 섬세하게 퍼지는 가볍게 마실 수 있는 와인에 적합하다.


문푸리나 포도밭은 남,남서쪽을  향하며 300~400m 높이에 위치한다. 페리세로 와인중 유일한 화이트 품종인 파보리타,모스카토가 재배되며 돌체토,후레이사도 가꿔진다.


Dolcetto d'Alba Munfrina 2014: 알콜농도13%, 돌체토 품종 고유의 향을 보전하기 위해 침용기간을 4~5일로 제한 했다. 스텐레스 용기에서는 6~7개월 숙성, 병에서 는 1개월 안정한후 시장에 출시된다. 짙은 보라색이 돌며 체리향, 딸기향이 매력적으로 나며 스파이시향이 살짝 풍긴다 .산미와 짭짤한 맛은 식욕을 일으키며 알콜의 단 맛때문에  타닌의  부드럽게 느껴진다.


Langhe Freise 2014: 알콜농도 13.5%, 후레이자는 네비올로와 친척뻘되는 품종이다. 색깔은 네비올로 정도로 투명한 루비색이 돌지만 타닌은 좀 더 거친면이 있다. 피에몬테사람들은 타닌의 거칠함을 보완하기 위해 잔당을 약간 남겨 약발포성으로 마신다. 조르죠는 처음에는 드라이한 타입을 생산하다 최근에는 약발포성으로 전환했다.


Langhe Favorita 2014:알콜 12.5%, 파보리타는 16세기 피에몬테주의 권력을 좌지우지하던 크리스티나 사보이 공작부인이 즐겨 마시던 와인이다. 랑게외 지역에서는 베르멘티노로 알려졌다. 짚색깔이 나며 미네랄,허브향이 고기요리나 치즈가 주는 느끼함을 씻어줄 정도로 산미가 강하다. 바르바레스코용 네비올로가 지배되는 땅에서 자라기 때문에 단순한 맛과 향이 남에도 불구하고 화이트와인 답지 않은 구조감이 느껴진다.


Moscato d'Asti: 알콜 5.5%, 랑게에서 제일 먼저 수확되는 품종.페리세로 소유 포도밭중 레드품종에 적합하지 않은 밭에 모스카토를 재배한다. 모스카토의 생명인 아로마를 병에 담기 위해서는 신속한 수확과 양조과정이 최우선이다. 손 수확한 모스카토를 20kg용 케이스에 담아 양조장으로 운반해서 포도잎,줄기 제거한 다음 저온에서 압착한다. 압착된 주스는 하룻밤정도 기다려 밑에 가라앉는 침전물을 제거한다. 포도주스는 압력용기에 옮겨 알콜농도가 5.5%가 될때까지 발효한다.


녹색빛이 스며나오는 노란색, 바늘끝 크기만한 탄산가스가 힘있게 와인 표면으로 올라온다. 아카시아,사르비아,서양배,미네랄 향기가 매혹적이며 단맛과 함께 나는 산미때문에 단 맛이 적게 느껴져 잔을 자주 입에 갖다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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