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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종의 바르바레스코 와인으로 MGA 이해하기 (1회)

블로그 운영자가 쓴 와인칼럼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3. 6. 20.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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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바레스코 와인의 등장은 바롤로와 단절에서 왔다. 1894년, 알바 양조학교 교장을 맡고 있던 도미지오 카밧짜(Domizio Cavazza)는 바르바레스코 성을 구입해서 양조장으로 개조한다. 그해 카밧짜는 9명의 네비올로 생산자들을 설득해 '바르바레스코 와이너리 조합 (Cantina Sociale di Barbaresco)을 설립한다. 그는 자신이 원하던 방식대로 만들어진 와인을 첫 생산지의 지명을 빌려와 바르바레스코라 부른다. 비로소 바롤로의 인기에 휩쓸려 바롤로 와인으로 뭉뚱그려 취급되던 옛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독립하게 된다. 도미지오 카밧짜의 목적은 명확했다. 타닌이 입안에 닿을 때 수축감이 원만하고 첫 느낌에 꽃과 과일 향이 화사하며 우아한 네비올로 와인이다.

 

카밧짜가 추구하던 와인 스타일은 바르바레스코 와인 생산규정에 그대로 흡수되어 바르바레스코의 양조 매뉴얼로 자리 잡았다. 남성적이며 근육질인 바롤로 와인에 비해 기품과 섬세함이 받쳐 주는 바르바레스코의 우아함은 숙성기간에 달려있다. 바롤로는 3년 2개월 숙성, 바르바레스코는 2년 2개월로 기간이 줄어든다. 그중, 타닌의 질감과 결을 결정하는 오크 숙성 기간은 바롤로는 최소 18개월, 바르바레스코는 최소 9개월로 규정해 놨다.

 

조합 설립 후 19년 되던 해 까밧자가 고인이 되면서 이제 막 솟아난 바르바레스코의 싹은 잠시 시들해진다. 1958년 조합의 후신인 '바르바레스코 생산자 Produttori Del Barbaresco' 연합이 뒤를 잇는다. 마렌고 플로리노 신부의 지휘 하에 19명의 회원으로 재기한 협회는 회원수가 54명으로 늘었으며 연 생산량은 55만 병에 이른다. 협회 본사는 바르바레스코 마을 정상에 서 있는 탑 바로 밑의 현대풍 건물이다.

 

1960년대에 바르바레스코는 획기적인 품질개선을 맞게 된다. 1961년 가업인 와인 생산을 물려받은 안젤로 가야는 바르바레스코 지역 외에서 재배된 포도 구매를 중단하고 가족 소유 밭에서 재배한 포도로만 와인을 만들기로 한다. 또한, 체로토 가족과 부르노 자코사는 한 군데 포도밭에서 온 네비올로만을 원료로 한 바르바레스코를 선보여 싱글빈야드의 효시가 되었다. 1966년에는 바롤로,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끼안티와 함께 Doc 등급을 획득한 첫 이탈리아 레드와인이란 기염을 토한다.

 

2007년에는 바르바레스코 지역의 포도밭 세분화 프로젝트의 결실인 MGA 제도가 이탈리아 국회에서 통과된다. 4군데 마을의 포도밭을 66군데로 세분하는 것이 골자인 MGA는 포도 출처의 명징성과 포도밭의 가치를 끌어 올렸다. 크뤼 밭이나 싱글 빈야드의 이탈리아식 표현인 MGA ( Menzioni Geografiche Aggiuntive)는 포도밭 명칭을 기존의 지명이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명을 붙이는 걸 원칙으로 한다. 프랑스어인 크뤼 밭은 토양의 우수서을 강조하지만 MGA는 지명에 불과하다는 게 MGA 제안자들의 입장이다.

<바르바레스코 MGA지도. 네군데 마을과 66군데 포도밭을 보여준다. 색깔과 포도밭 특징과는 무관하다>

 <바르바레스코 와인만 지닌 토양과 기후적인 요소>

 

바르바레스코 지역은 알바(Alba)의 동쪽에 모여있는 바르바레스코(Barbaresco), 트레이소(Treiso), 네이베(Neive), 산록코 세노델비오 (San Rocco Seno d'Elvio) 마을을 포함한다. 4군데 마을에 소재하는 763,19 헥타르 면적의 포도밭에서 자란 네비올로만이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될 자격을 갖는다. 포도밭은 해발 150~450m 구간에 놓여 있으며 네비놀로 재배에 이상적인 조건을 갖춘 곳으로 알려져 있다. 평지와 해발 550m 이상은 제외된다. 서쪽을 차지하는 바르바레스코와 산록코 세노델비오 마을의 고도는 낮으며 동쪽의 트레이소와 네이베로 향하면서 고도가 높아지는 서저동고 형태다. 타나로 강과 인접한 바르바레스코와 네이베 남부 포도밭의 고도는 낮으며, 강에서 멀어질수록(트레이소, 산록코 세노델비오 방향) 높아진다.

 

바르바레스코 지역의 토양성분과 역사는 바롤로 지역과 비슷하지만 대체로 평이하다. 지구가 탄생한 순간부터 역사를 구분해 놓은 지질시대 분류표에서 바르바레스코 토양은 신생대인 마이오세절(2천6백만 년~7백 만년 전)에 속한다. 이때는 알프스 산맥이 해저에서 솟아오르고 이탈리아 반도의 일부가 형체를 드러냈지만 지브롤로 해협의 열림과 닫힘에 따라 지중해는 육지로, 때로는 바다로의 복귀를 반복하고 있었다. 빗물에 휩쓸린 알프스나 아펜니노 토양이 산 밑에 쌓아 논 퇴적물이 단단해지면서 평지가 늘어났다. 한반도는 현재와 비슷한 지형의 골격을 잡아가던 시기이기도 하다.

 

토양의 나이는 타나로 강에 인접한 포도밭 일수록 나이가 어리다. 바르바레스코 마을과 동쪽 경계와 접한 네이베 서쪽은 토르토나절(1천 백만 년~7백만 년 전에 형성된 토양, 산타가타 이회토라고도 함)에 속한다. 하늘빛 도는 석회석 토양이며 땅의 밀도가 촘촘하며 구조감이 탄탄하고 장기숙성력이 뛰어난 바르바레스코는 여기서 나온다. 트레이소와 산록코 세노델비오 전 지역, 네이베 북부와 동부는 트르토나~세라발레절(지질시대가 1천3백만 년~1천 백만 년)에 속하며 앞의 토르토나절보다 2백 만 만 년 앞선다. 회색빛 나며 단단한 이회토 층과 모래층이 샌드위치처럼 반복된다. 섬세하고 우아한 풍미, 바디감은 좋으나 무겁지 않으며 숙성력이 좋은 바르바레스코를 낳는다.

 

기후는 네비올로 성장에 이상적이다. 겨우리은 평균 영상 2도, 봄과 가을은 10도, 여름은 20도로 겨울이 온화하며 여름이 덥고 건조한 사계절이 뚜렷한 대륙성 기후대다. 연 강수량은 800~900mm, 봄, 늦가을, 겨울에 주로 내린다. 북쪽과 서쪽에 알프스산이 천연 병풍처럼 두르고 있어 냉풍과 강풍을 막아주며 여름철 밤에는 미풍이 불어와 포도를 식혀준다.

 

           <랑게의 젖줄, 타나로 강의 역할>

 

타나로(Tanaro) 강은 피에몬테 북서방향으로 흐르다가 바롤로 지역의 서북쪽인 케라스코 부근에서 방향을 동쪽으로 틀어 알바, 바르바레스코, 네이베로 흘러든다. 바롤로 중부와 남단에 몰려있는 주요 바롤로 생산지는 타나로 강으로부터 직선거리로 15km 떨어져 있어 사실상 타나로의 여향은 왜소하다 할 수 있다. 반면 바르바레스코와 네이베는 타나로 강변과 맞닿아 있고 최남단 포도밭이 강에서 직선거리 6km 내에 있어 강의 영향이 골고루 미친다. 강의 존재는 짙은 안개의 원인이 되고 기후를 온화하게 해서 네비올로 수확 개시일을 바롤로 지역보다 일주일 정도 앞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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