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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세코 신드롬은 로제가 이어간다

블로그 운영자가 쓴 와인칼럼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3. 5. 1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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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코 델 메를로 와이너리의 첫 프로세코 로제와인. 오너인 팔라딘 가족의 모토인 와인, 그린, 포도, 생명을 뜻하는 4V 프로젝트가 담긴 친환경 프로세코>

2020년 10월 28일 자 유럽연합 신문(Official Journal of the European Union)은 프로세코 로제(Prosecco Rosè DOC)의 공식 승인을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공식 OK를 고대하던 생산자들은 이날부로 압력탱크 가동을 시작했고 셀러에서 대기 중이던 첫 발주 물량이 글로벌 유통망을 타게 되었다. 그동안 프란차 코르타, 알타 랑가, 트렌토 알토아디제 등 이탈리아 3대 거대 스푸만테는 경쟁적으로 로제 타입을 출시해 왔다. 그러나 프로세코는 색깔에 무관심하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일게 할 정도로 로제 트렌드에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

 

프로세코 로제 공식 론칭 발표회 자리에서, 프로세코 DOC 와인 컨소시엄의 루카 자비(Luca Giavi) 디렉터는 로제 프로세코의 원년 물량은 2천만 병 선이라 했다. 이 수량은 27군데 와이너리가 생산한 합계이며 내년에는 80여 개의 회원 와이너리가 동참할 거라 전망했다.

 

이제 막 세상 빛을 보게 된 프로세코는 2019년에 수확한 글레라와 피노누아의 결합이다. 프로세코는 신선함이 생명인데 수확일과 출시일에 일 년의 공백이 있는 이유는 공식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 때문이었다. 올해 8월 11일 자 이탈리아 공보(Gazzetta Ufficiale Italiana)는 프로세코 로제 도입 신설 조항이 개설되었음을 공식화했다.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생산자들은 작년에 준비해 놨던 기본 와인(큐베)을 압력탱크에 넣어 2차 발효 압력탱크 전원 스위치를 눌렀고 유럽연합의 최종 발표가 나오길 기다려 왔던 터다.

 

그렇다면 기존의 프로세코와 다른 점은 무얼까? 먼저 변하지 않은 것부터 알아보자. 일단, 프로세코는 Prosecco Doc 등급만 해당된다. Docg 등급에 지정돼 있는 두 개의 프로세코(프로세코 수페리오레 코넬리아노 발도비아데네, 아솔로)는 제외된다. 생산지역(베네토,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리아)도 그대로다. 주품종인 글레라의 비율도 최소 85%로 변동이 없다. 알코올 농도(최소 11%), 압력(최소 3 bar), 산도(최소 5.0 g/ iter), 고형성분(최소 14g/ liter)도 변함없으며 잔당으로 구분한 맛도 여전하다(칼럼 최하단에 리터당 잔당수치로 구분한 프로세코 참고).

 

로제 도입 후 크게 달라진 것은 피노누아의 역할이 부각된 점이다. 주품종인 글레라와 블랜딩 되던 여덟 개에 달하던 보조 품종을 털어내고 피노 누아만 남겼다. 로제 스푸만테의 생명인 코랄 빛을 얻기 위함인데 와인전체 비중에서 피노누아 비율을 최소 10%, 최대 15%까지 늘렸다. 단시간 재빠르게 침용한 피노 누아는 와인 구조를 결속시키고 꽃 향기를 더한다. 또한, 글레라 포도 아로마를 촉진시켜 달콤한 과실향이 한결 선명해졌다.

 

라벨에 포도수확 연도 표시 의무화를 강화했다. 일명 밀레지마토(Millesimato)라 하는데 흔히 밀레짐으로 통한다. 라벨에 표시된 빈티지와 포도 수확 해가 일치해야 한다. 제 2찬 탱크 발효 기간을 기존 프로세코의 30일에서 60일로 늘렸다. 이런 연장 기술을 샤마 룬가( Charmat Lunga)라 하는데 압력탱크 내부에서 발생한 탄산가스가 포화된 상태에서 효모와 프로세코의 접촉 기간을 늘렸다. 고급 화이트나 레드와인 양조에 많이 사용되는 기술이다.

 

샤마 룬가의 성공 여부는 만노 단백질(Mannoprotein)이란 효모 세포 벽에 존재하는 물질의 효과를 얻는데 달려있다. 보통 알코올 발효를 일으킬 때 넣는 사카로미세스 세라비시에 효모의 세포 벽에서 발견된다. 알코올 발효가 끝나면 이 세포벽에 단단히 묶여 있던 만노 단백질의 결합이 느슨해지면서 와인에 녹아든다. 와인이 만노프로테인과 오래 접촉하면 색소 보존력과 거품 유지력이 증가하고 복합적인 풍미와 구조감이 향상된다고 알려져 있다.

 

                                                             보스코 델 메를로 Bosco Del Merlot 와이너리

 

1962년 발렌티노 팔라딘이 설립했으며 현재는 삼 남내의 자녀가 경영을 맡아하고 있다. 양조장 및 포도밭은 프리울리 베네치아 줄링 주와 인접한 베네토주 극동에 위치한다. 접경지역이란 지역 요소를 반영한 프로세코 및 토착품종 와인에 주력하고 있다. 1백여 헥타르의 포도밭은 4V 프로젝트로 관리된다. 4V란 Vino, Verde, Vite, Vita의 약자로 와인, 녹색, 포도, 생명을 뜻하며 팔라딘 가족의 양조 철학이기도 하다. 토양은 신체나 마찬가지며 토양이 건강해야 그곳에 먹이 사슬 구조를 엮어가는 생물집단도 건강하다는 토신(土身) 일체설이다.

 

<새우, 주끼니, 샤프론 리조토. 프로세코 브뤼 맛은 각 재료의 맛을 살려주고 새우와 샤프론 여운을 연장한다>

프로세코 DOC 브뤼 로제 Prosecco Doc Brut Rosé

글레라 85%, 피노 누아 15% 비율로 블랜딩 했으며 알코올 도수는 11.5%다. 포도 아로마를 보존하기 위해 수확시기를 달리했다. 실리콘 튜브로 살포시 압착한 과일즙을 알코올 발효시켜 기본 와인을 얻었다. 기본 와인은 다시 샤마 룬가 프로그램으로 맞추어진 압력탱크로 옮겨져 60일 간 머문다. 이 기간에 탱크 내부에 장착된 바토나주 스틱의 회전기능이 작동하며 효모와 프로세코의 접촉을 자주 일으키면서 이스트 풍미를 우려냈다.

 

텡이스팅 노트- 투명한 코랄빛이 영롱하다. 버블 줄기는 가늘면서 지속적으로 올라온다. 버블은 톡 쏘는 자극보다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사그라든다. 장미, 등나무 꽃, 이스트, 구운 빵 향기가 은은하다. 산딸기, 라즈베리, 이탈리안 배, 복숭아의 달콤한 향이 주변에 퍼진다. 첫맛은 달콤하지만 순식간에 걷히면서 짭짤한 맛이 등장한다. 짭짤한 맛은 산도를 살려주며 개운한 느낌을 준다. 단맛과 짠맛의 밸런스가 돋보이며 적당한 묵직함이 입안에 퍼진다.

 

▶리터당 잔당 수치(g/liter)로 구분한 프로세코 맛

브뤼 나투르- 0~3 g

엑스트라 브뤼- 0~6g

브뤼- 최대 12g

엑스트라 드라이 -12~17 g

드라이- 17~32 g

드미 섹 - 32~50 g

 

※본 포스팅은  2020년 12월 4일, WineOk 와인매거진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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