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독일과 이탈리아가 와인으로 하나가 되다-힐버그 파스퀘로 와이너리

와이너리 방문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1. 5. 13. 19:05

본문

미켈레 파스퀘로가 그가 만든 와인을 보면서 미소를 짖고 있다

최근에 극소규모 와이너리에 다녀왔다. 6헥타르의 포도밭 면적에 연생산량이 2만 병 수준인 힐버그-파스퀘로(Hilberg-Pasquero)다. 1 헥타르면 3천 평 남짓한 밭에서 고작 한 해에 3천3백 명이 나온다는 얘기로, 일명 부띠크 와이너리라 할 수 있다.

 

재배 품종도 네비올로, 바르베라, 브라케토가 전부다. 네비올로 달바 2종류, 바르베라 달바 2종, 랑게 로쏘(바르베라와 네비올로 블랜딩 와인), 그리고 브라케토와 바르베라를 블랜딩한  바레이(Varej)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돌체토 와인도 생산했었으나 주인장 부부가 원하는 수준의 품질에 미치지 못하자 단종했다.

와이너리 주변 포도밭 파노라마

힐버그 파스퀘가 와인을 만들기 시작한 때는 1908년이나 그건 자급자족 수준이었고, 원산지명칭 보호에 등록하고 공식적으로 와이너리를 개업한지는 불과 30년 전이다. 와이너리 이름은 독일 여성 Annette Hilberg, 파스퀘로는 이탈리아 남자 Michele Pasquero에서 본땄다. 와인업계에서 일하다 만난 두 연인의 사랑이 낳은 와이너리다.

와이너리 건물

와이너리 건물과 밭은 프리오카 달바(Priocca d'Alba) 마을에 있다. 로에로 지방에 속하며 네비올로와 아르네이스 화이트 와인으로 알려진 곳이다. 다른 곳보다 모래 함량이 높아서 신선하며 또렷한 아로마와 숙성이 빠른 타닌으로 유명한 로에로 와인이 특산품이다.

 

그러나 프리오카 마을, 특히 힐버그-파스퀘로 소유의 밭들은 입자가 미세한 점토와 석회석 함량이 높은데 이는 바롤로, 바르바레스코 와인이 나오는 랑게 쪽 토양과 비슷했다. 그래서 부부는 처음부터 화이트 와인은 포기하고 네비올로와 바르베라 와인에 올인했다.

숙성실 내부. 힐버그 파스퀘로는 프랑스산 바리크에서 레드와인을 숙성한다

힐버그-파스퀘로는 피에몬테주에서는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포도밭 관리에 도입한 첫 생산자 중 하나다. 이들의 바이오다이내믹은 정통에서 약간 벗어난 퓨전 스타일이다. 일명 BioErgoDynamic이라 하는데 다음의 뜻을 포함하고 있다.

 

Bio--> 자연과 자연을 존중하는 태도

Ergo--> Ergo는 인간을 뜻하는 그리스어. 인간의 기여와 그가 한 일을 존중하는 마음

Dynamic--> 식물과 동물이 상호작용해서 발산하는 에너지

 

부부가 정통스타일을 벗어나 나름의 길을 걷게 된 데는 이들의 개인적인 양조 및 밭 관리의 경험에서 온다. 예전에는 원칙을 철저히 따르고 조금이라도 바이오다이내믹에 벗어나면 와인 농사는 망치는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동료 와인생산자나 특히, 주변의 밭들이 똑같은 농법으로 경작되지 않으면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없음을 터득하게 된다. 또한 비가 많이 오거나 해충이 덮치거나 하면 그저 속수무책으로  상황이 저절로 끝나기만 바랬다.

 

요즘은 적정선을 넘는 비가 오거나 해충이 올 것 같으면 식물성 제초제를 뿌린다. 생산 포기나 중단으로 고객을 실망시키는 것보다 어느정도 자연과 타협하는 유연한 자세를 갖게 되었다. 아무리 유기농, 바이오다이내믹으로 밭을 가꾸고 작황이 좋다고 하더라도 포도밭과 그 품종의 상호관계, 적당한 숙성용기와 크기를 고르는 안목이 없거나 경험이 미숙하다면 그저 평범한 와인밖에 나올 수 없다는 게 그들의 생각이다.

왼쪽부터, Varei, Barbera d'Alba Superiore, Nebbiolo d'Alba, Nebbiolo d'Alba sul Monte

바레이(Vareij) 와인은 브라케토 75%, 바르베라 25% 블랜딩했다. 수확한 두 품종을 각각 알코올 발효와 숙성을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안에서 한 다음 블랜딩 했다. 브라케토는 브라케토 다퀴 와인과 동일한 품종인데 클론이 다르다. 브라케토 다퀴가 스위트한 저알코올 음료라면 바레이는 알코올이 13.5도에 드라이한 맛이 나며 바르베라를 섞어서 산미와 아로마를 보강했다. 

 

브라케토 와인은 보통 수확한 해로 부터 1~2년 내에 마시나 바르베라의 산도가 증강되어 보관력이 5년으로 늘었다. 딸기, 라즈베리, 장미향이 화려하고 뒷맛이 깔끔하다. 두 종류의 네비올로는 힐버그-파스퀘로의 아이콘 와인으로 매우 섬세한 맛과 아로마가 풍성하다.

 

나는 2015와 2014 빈티지를 시음했는데 네비올로의 포도의 아로마(장미, 비올로, 딸기, 민트, 체리, 스파이시)가 살아있었다. 방금 딴 과일이 내는 아삭 거리는 고순도의 아로마가 매혹적이었다. 보통 네비올로 달바 와인이 6년 정도 숙성했으면 타바코, 가죽, 흙 등의 좀 더 진하며 묵직한 3차 부케가 스며 나온다.

 

구조가 촘촘하고 입을 조일 듯 말듯 하다가 긴장감이 입안을 점령한다. 특히, 섬세하면서도 밀도감 있는 맛은 와인 장인만이 구현해 낼 수 있는 경지였다. 알코올 14도의 느낌이 차분하며 개별 풍미가 튀지 않으면서 교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제야  Ergo란 표현이 좀 이해가 되었다. 그들의 다년간의 숙성 경험, 오크와 타닌의 조화로운 결합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이룰 수 없는 참맛의 경지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