쁘띠뜨 아르빈(Petite Arvine) 품종은 원산지가 스위스 발레 주(Cantone Valais)다. 주의 서쪽과 국경을 접하는 이탈리아 발레 다오스타 주와 프랑스에도 전파되어 재배되고 있다. 1602년에 작성된 스위스 고문서에서 이 품종을 언급한 것을 보면 이보다 훨씬 오래전에 스위스에서 재배된 것으로 본다.
Arvine 품종에 속하며 송이 크기가 작아서 쁘띠뜨(불어) 수식어를 붙여 쁘띠뜨 아르빈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다. 아르빈은 프랑스어로 '이제 막 도착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품종의 부모가 밝혀지지 않아 고아 품종(orphan variety)으로 분류되고 있다.
쁘띠뜨 아르빈은 발레 다오스타 주에서 유전자 특성을 활짝 피운다. 경사도가 아찔한 언덕과 산 봉우리에서 키우며, 고도가 평균 6백~9백 미터에 달한다. 그래서 발레 다오스타 농부들은 얼음의 품종이라 부르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발레 다오스타 와인과 품종을 소개한 글은 '희소의 가치, 발레 다오스타 와인'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blog.daum.net/baeknanyoung/344)
발레 다오스타 주의 마지막 동네, 몽블랑 산맥의 연봉이 시작되는 산자락에 들어앉은 모르제(Morgex)와 라 셀르 (la Selle) 산촌은 추위를 잘 견디는 화이트 품종이라도 견디기 힘든 척박한 환경이다. 쁘띠뜨 아르빈은 산촌의 극한 날씨에도 잘 자라며, 기온이 좀 더 온화한 곳에서 자랐다면 얻을 수 없는 아로마를 만든다.
수확철이 10월 중순에 시작되는 만생종이나 보통, 좀 더 가지에 놔두면서 햇빛을 쬐고 아로마를 농축시킨다. 포도밭이 언덕이나 산의 상층부에 있으면 일교차가 심하고 태양광선에 더 노출된다. 이러한 자연적 입지조건은 와인의 아로마를 또렷하게 하며 향기는 짙고 긴 여운을 남기게 된다.
발레 다오스타 주의 쁘띠뜨 아르빈은 드라이한 맛이며 숙성은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나 오크 용기에서 한다. 전체적으로 짙은 노란색이 돌며 감귤류, 과일향, 들꽃 향기를 피운다. 짠맛이 도드라지며 쌉쌀한 여운이 남는다. 산도가 경쾌하며 다른 맛과 결합을 잘 이루어 전체적으로 조화롭다.
※ 카브 데송즈 코뮌 Cave Des Onze Comunè 와이너리. 2019 빈티지 (와이너리 소개는 앞부분에서 링크한 글을 참고하세요)
볏짚 색이 돌며 달콤한 복숭아, 자몽, 사과, 파인애플 향이 싱그럽다. 잔에 따른 후 10분이 지나면 풀, 부싯돌, 헤이즐넛 향이 스며 나온다. 각 향기는 실제 물건을 연상시킬 정도로 또렷하고 강하다. 짠맛은 강하지만 소량의 단맛이 짠맛을 완화시킨다. 산미는 경쾌하며 입안에 싱그러운 과일향을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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