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희소의 가치, 발레 다오스타 와인

발레다 오스타 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0. 12. 3. 03:15

본문

발레 다오스타(Valle d'Aosta) 북이탈리아에 소재하는 주로 남쪽은 북 피에몬테 주와 접경을 이루고 있다. 이탈리아 20개 주에서 면적으로는 가장 작지만 덩치에 비해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알프스 고봉 준령이 둘러싸고 있다. 알프스 산맥 중 최고봉인 몽블랑(4810m)은 발레 다오스타 주 경내 어디에 있더라도 손해 잡힐 듯 가깝다.

 

발레 다오스타는 몽블랑에서 발원한 도라 발테아 강이 주 영토를 북서에서 남동 방향으로 관통하는데 그 물길  좌우에 깎아지른 언덕과 산이 장관을 이룬다. 이 풍경은 지난 50만 년 동안 발레 다오스타를 휩쓸고 간 빙하기와 간빙기와 관련이 깊다. 간빙기가 올 때마다 알프스를 덮고 있던 엄청난 양의 빙하가 발레 다오스타로 쏟아져 내려왔다. 빙하는 조각칼처럼 지나가는 곳마다 계곡을 파고 산과 언덕의 능선을 깎아내렸다.

 

발레 다오스타는 산악 기후가 명징해 포도밭 편향이 심하다. 햇빛이 잘 드는 산비탈 양지에 포도밭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계곡이다 보니 양지가 바른 포도밭은  9백 미터, 어떤 곳은 1천 미터까지 올라간다. 현재 주 전체 포도밭 면적은 520 헥타르며 60%는 산에 35%는 언덕에 분포되어 있다.

 

발레 다오스타에 포도재배의 역사는 로마인의 출현과 시작된다. 예전에는  와인 소비는 대부분 자급자족 형태였으나 샴바베의 모스카토 와인은 기록에 남을 만큼 알려졌다. 지금도 와인 대부분은 발레 다오스타를 찾는 관광객이 소비하며 주 경계 밖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들다.

 

발레 다오스타 와인은  원산지 보호를 받는 Valle d'Aosta 가 있으며 DOC등급에 지정돼있다. 공용어가 이탈리아어와 프랑스어로 돼있어 와인 라벨에는 2개 국어로 정보를 표시하고 있다. Valle d'Aosta는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는 Vallè d'Aoste로 표기된다.

 

Valle d'Aosta(Vallè d'Aoste) Doc 은 세부적으로  8개의 지역으로 나뉜다. 각 지역마다 잘 알려진 토착품종과 와인이 있으면 지역명칭 다음에 붙인다.

 

발레 다오스타는 이탈리아 최북단, 알프스의 관문이라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섬처럼 고립돼있다. 이것은 품종 관점에서 본다면  고유의 토착품종 보존에 큰 메리트가 된다.

 

화이트 토착품종은  프리에 블랑(prie' blanc), 모스카토 비앙코를 들 수 있다. 레드 품종은 다 수 가 있는데 쁘띠 루즈(petit rouge), 코르나랭(cornalin), 프레메타(premetta), 프맹(fumin), 마요레(mayolet)을 둘 수 있다. 그 외에도 피에몬테주와 이웃하고 있어 네비올로, 바르베라, 돌체토, 프레이사도 소량이지만 재배되고 있다.

 

1960년대 중반 주정부에서 포도밭과 품종 개선 정책을 펼쳤고 이때 발레 다오스타 기후와 토양에 맞는 국제 품종을 들여왔다. 이때 도입된 품종으로 쁘띠 아르빈, 가메, 피노 누아, 게브르츠트라미너, 뮐러 트루가우, 샤르도네, 피노 그리조가 있고 빠르게 주전체로 확산되었다.

 

몇 개의 품종(네비올로, 모스카토 비앙코...)을 제외하고 앞의 품종들은 주 전체에서 골고루 재배된다.

발레다오스타주 적색부분. photo credit Wikipedi        

7개의 세부지역은 아래와 같으며 도라 알테아 강 수원지인 북서에서 주 경계가 끝나는 남동순으로 표시하겠다. 지명은 대부분 불어로 표기한다.

발레다오스타 7군데 세부지역, 도라 발테아 강의 좌우에 형성되었다

 

(1) Blanc de Morgex et della Selle--> 가장 추운 곳으로 극한의 날씨에도 견딜 수 있는 프리에 블랑, 쁘띠뜨 아르빈 품종이 잘 자란다. 프리에 블랑은 스푸만테에도 적합하다.

(2) Enfer d'Arvier --> 쁘띠 루즈 와인

(3) Torrette --> 쁘띠 루즈 와인, 발레다 오스타주에서 가장 와인 생산이 활발하며 포도밭이 몰려있다.

(4) Nus-Rosso, Malvoisie, Malvoisie Passito --> 피노 그리조(불어 피노 그리), 파시토 와인이 잘 알려졌음

(5) Chambave-->Rosso, Moscato, Moscato Passito --> 샴바베 모스카토  와인은 14세기 기록에 나와 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다.

(6) Arnad-Montjovet --> 네비올로 와인

(7) Donnas-->네비올로 와인,

★Arnad-Montjove와 Donnas지역은 발레 다오스타의 가장 남쪽에 위치하며 네비올로가 주요 품종이다. 네비올로를 피코텐드로라 부르며 네비올로가 자랄 수 있는 북방한계선이다. 햇빛을 좋아하는 네비올로를 키우기 위해 '페르골라'라는 구조를 만들어 네비올로를 최대한 햇볕에 노출시킨다(페르골라는 blog.daum.net/baeknanyoung/314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 카브 데송즈 코뮌 Cave Des Onze Comunè  와이너리

 

내가 사는 곳은 발레 다오스타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이지만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어느 날 갑자기 기회가 왔다.

 

한 2주 전에 아는 지인이 온라인으로 와인을 구매할 건데 동참하지 않겠냐고 연락이 왔다. 하면서 와인 사진을 보내왔는데 2~3년 전에 한 시음에서 시음한 와인들이었다. 가격도 적당하고 좋은 느낌을 받은 와이너리기에 Ok 했다. 

 

나중에 지인과 얘기를 해보니 이 와인을 알게 된 계기가 비슷했다. 지인은 발레 다오스타에 갔다가 우연히 이 와인들을 맛보았고 와이너리 직원인 할아버지가 열심히 설명을 하고 있더란다. 나도 그 할아버지 열띤 권유로 몇 년 전에 시음했는데 우연치고는 너무 비슷해서 웃음이 피식 나왔다. 옷깃이 스쳐도 인연인데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대에 동일한 사람의 권유로 만난 와인. 궁금해져 발레 다오스타 와인 자료를 찾고 와이너리를 조사하기로 했다.

 

와이너리는 주의 수도인 아오스타에서 멀지 않은 아이마빌(Aymavilles)에 소재하며 1990년에 창립했다. 와이너리는 11군데 마을에 소재하는 포도밭 소유 농가가 참여하는 일종의 영농조합 와이너리다. 설립연도(1990년)는 90군데의 농가가 가꾼 포도로 첫 빈티지를 출시한 해다.

 

2020년 현재, 회원농가는 230군데로 늘어났으며 포도밭 면적은 57 헥타르, 연 43만 병을 생산한다. 와인은 발레 다오스타 고유품종으로  21종 와인을 생산하며 레드와인은 78%, 화이트 와인은 22%를 차지한다. 재미있는 것은 와인의 90%가 지역 내에서 판매된다는 거다. 만일, 발레 다오스타에 가게 된다면 마트나 레스토랑에서 이 와인을 만날 기회가 높다.

 

뮐러 트루가우 와인

Vallè d'Aoste Muller-Thurgau 2019, 알코올 12.5%

 

뮐러 트루가우 100%, 도라 발테아강 우안에 5군데 마을에서 재배된 뮐러 트루가우로 만들었다. 포도밭은 해발 6백~ 9백 미터에 위치한다. 알코올 발효를 마치자마자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3개월 정도 놔둔 다음 병입 했다.

 

전체적인 느낌은 솔직, 정직하고  포도 아로마를 표출하는데 집중한 흔적이 보인다. 파인애플, 사과, 레몬향이 신선하고 복숭아 향이 감미롭다. 들 풀, 잔디 향기가 청아하며 헤이즐넛 향기가 은은하다.

 

향기 종류와 질은 전체적으로 흠잡을 데는 없지만 가격대로 봤을 때 와인이 입 안에 주는 느낌이 향기보다 나았다. 내 경험에 따르면 가성비 좋은 와인은 향기는 뛰어나지만 맛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었다.

 

산도가 상쾌하며 짠맛과 잘 어우러진다. 두 맛의 밸런스는 와인에 적당한 볼륨감과 묵직함을 준다. 헤이즐넛을 맛있게 먹고 난 뒤에 남는 쌉쌀한 맛이 입안에 맴돈다.

 

Vallè d'Aoste Gewurztraminer 2019, 알코올 14%

 

약한 포도를 과숙한 느낌이 든다. 해발 650~800미터 언덕에서 자란 포도를 압착한 다음 잠시 저온에서 침용했다. 알코올 발효를 마친 와인을 효모 앙금 숙성해서 복합적인 풍미를 높였다.

 

황금색이 찬란하며 포도 아로마 하나하나가 선명하며 짙다. 등나무 꽃, 아카시아, 모과, 재스민 티, 허브 향이 황홀함을 일으킨다. 라벤더, 리치 향과 소량의 짭짤한 향기가 이국적인 취향을 준다.

 

산미는 신선하며 짭짤함이 돋보인다. 보디감도 좋고 아몬드를 씹고 난 뒤의 쌉쌀한 맛이 입안을 채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