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으로 이탈리아는 와인 생산량이나 소비량으로 봤을 때 프랑스와 쌍벽을 이루고 있다. 자연 음료인 물, 우유(양유, 염소유, 마유 포함)가 오염되었거나 비위생적인 이유로 안심하고 마실 수 없을 때 와인은 안전하며 위생적인 대안 음료였다.
와인은 절제해서 마시면 건강에 좋았고 적당한 열량도 공급했다. 농본 사회였던 이탈리아는 심한 밭 노동 후 와인 한 잔으로 육체의 고단함을 달래는 오랜 전통이 있었다. 거의 생명수와 같았던 와인은 고기, 밀, 올리브 오일과 함께 이탈리아인들의 주식이었으며 한 시대의 정치가나 영주의 능력은 이 음식들을 시장에 안정적(저렴한 가격)이며 지속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었다.
와인 소비 선진국인 이탈리아에서도 병에 담긴 와인(750ml 병)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나 등장했다. 이전에는 집집마다 다미자노라 불리는 호리병처럼 생긴 다 수의 대형 유리 항아리를 창고에 보관하고 있었다. 이곳에 와인을 가득히 채워놓고 식사 때마다 조금씩 따라 마셨다. 와인이 물 대용이었던 시절, 와인을 물처럼 마셨을 테니 지금처럼 병에 담긴 와인이었다면 얼마나 감질났을까!!
설립한 지 1백 년이 넘는 와이너리에 가면 자기네는 20세기 초에 이미 병 와인을 판매했노라고 자랑하는 것을 듣는다. 이는, 병입 한 와인은 그 당시 럭셔리로 통한 와인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되며 다미자노 보다 운반이 간편해서 멀리 있는 도시나 해외로 수출할 수 있는 여력을 갖추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대부분 동네 와인으로 그쳤던 와인이 먼 곳으로 팔려나가려면 품질도 수준급이었을 거라고 추측할 수 있다.
체끼(Cecchi)와이너리는 이탈리아 와인의 격동기인 19세기 말에 태어났다. 현재, 이탈리아 와인산업의 주역이자 이탈리아 와인의 지명도를 높인 와인 패밀리 중 하나다. 체끼 와이너리는 가족의 성인 체끼를 따서 지었으며 현재는 여섯개의 계열 와이너리를 거느린 와인 그룹으로 성장했다.
와이너리의 시작은 1893년 루이지 체끼(Luigi Cecchi)로 부터 온다. 루이지는 와인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었는데 그당시 이탈리아에서는 흔치 않은 이색직업이었다. 전문직업으로 인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루이지는 미래를 내다볼 줄 아는 선견지명과 앞으로 와인양조업이 총망 받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루이지는 고향인 끼안티 지역(토스카나주 중부)에 첫 양조장과 포도밭을 마련했고 산조베제 와인 양조에 전력투구 했다. 1935년 체끼 패밀리의 요람이라 할 수 있는 카스텔리나 인 끼안티 마을(끼안티 클라시코 와인 지역중에 하나)에 양조시설을 마련하고 포도밭을 사들였다.
체끼 패밀리는 끼안티 와인을 기반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50개국 수출이란 실적을 거둔다.1970년에는 이탈리아의 저명한 건축가인 리까르도 로시한테 의뢰해 친환경 소재로 와이너리 건물을 짓게한다. 70년대는 환경보호나 지속가능성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 체끼 패밀리가 시도한 건축물은 혁신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이 건물은 본사로 사용되고 있으며 숙성실, 시음실, 전시실이 마련돼있다.
1962년 루이지 체끼는 본사 근교에 빌라 체르나(Villa Cerna)농장과 여기에 딸린 포도밭 120 헥타르의 밭을 인수한다. 또한 인근에(Casellina in Chianti) 빌라 로사(Villa Rosa)농장과 126헥타르의 밭을 인수한다.
끼안티 와인으로 커다란 성공을 거둔 체끼 패밀리는 토스카나의 다른 와인 지역으로 눈을 돌린다. 1980년에는 산 지미냐노 지역의 카스텔로 몬타우토(Castello Montaùto) 농장과 포도밭 48헥타르를 인수하여 베르나차 와인 생산에도 뛰어든다.
1996년에는 마렘라(Maremma, 토스카나 서해안 지역) 지역에 1백 헥타르의 포도밭을 인수해 발 델레 로제(Val delle Rose) 와이너리를 세운다. 현재 이곳에서는 모렐리노 디 스칸사노(Morellino di Scansano) 레드와인과 베르멘티노 디 마렘마(Vermentino di Maremma) 화이트 와인 양조가 이루어진다.
2,000년에는 토스카나 주 경계 넘어 진출한다. 그때는 4세대인 체사레와 안드레아 형제가 체끼 그룹 경영을 맡아 하고 있었다. 이들의 관심을 토스카나 밖으로 돌리게 만든 와인은 사그란티노다. 사그란티노 와인의 유일하면서도 최대 산지인 움브리아주 몬테팔코 지역이다.(몬테팔코 사그란티노 와인이 궁금하시면 '타닌의 끝판 왕, 사그란티노 와인을 정리했어요'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blog.daum.net/baeknanyoung/338)
체끼 형제는 새로운 도전에 앞서 다년간 몬테팔코 지역을 다니면서 품종에 적합한 토양을 물색했다. 사그란티노 품종이 워낙 까다롭다 보니 토양을 찾는데 기간이 오래 걸렸고 그러다 보니 포도밭이 세군데 마을(Monterone, San Marco, Alzatura)로 떨어지게 되었다. 원래 체끼 패밀리 소유 밭은 한 지역(또는 마을)에 몰려있는데 사그란티노 지역의 밭은 의외적으로 분산되었다.
와이너리 이름은 Alzatura 마을 명칭을 빌려 테누타 알자투라(Tenuta Alzatura)라 지었다. 30헥타르의 밭 면적 중 18헥타르만이 포도나무(사그란티노와 산조베제)가 식재돼있다. 매년 3만 5천 병 정도 생산된다.
Montefalco Sagrantino DOCG 2013, 알코올 14도
세 군데 마을에 속해있는 해발 350미터 높이의 언덕에서 수확한 사그란티노로 만들었다. 알코올 발효와 침용을 15일 거쳤다. 16개월간 프랑스 바리크에서 숙성했다. 숙성이 끝난 뒤 시멘트 용기에서 잠시 안정 기간을 갖은 후 병숙성 (8개월)을 거쳤다.
블랙베리, 체리, 스파이시, 클로브 향이 강렬하다. 이어 가죽, 초콜릿, 토바코 향이 뒤따라 온다. 떫은맛은 살짝 나지만 타닌의 전체적인 느낌은 매끈하다. 맛의 집중력과 힘이 돋보이며 보디감이 높으며 구조가 탄탄하다.
※ 색칠한 단어는 체끼 패밀리가 소유한 와이너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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