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째 우리 주변을 떠나지 않는 코비드 19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와인이 있다. 일명 퇴마사 와인. 이탈리아 원어로 하면 스까차디아볼리 Scacciadiavoli. Scaccia-->추방, Diavoli-->악마. 이름만 들어도 코비드 19 악마가 달아날 것 같아 통쾌하다.
호러 영화에나 나올법한 단어는 사실인즉 와이너리 명칭이다. 하고많은 이름중에 왜 퇴마사일까? 문제의 와이너리 건물은 1884년 지어졌는데 멀지 않은 곳에 퇴마사 이웃이 살았다고 한다. 퇴마사는 퇴마의식을 벌이기 전에 사그란티노 와인을 마시곤 했다.
이유야 어쨌든 퇴마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건물주인이 이런 괴상한 이름을 붙였다니 주인도 괴짜인 건 마찬가지다.
<스까차디아볼리 와이너리 소개>
사그란티노 와인 산지로 알려진 몬테팔코에 소재한다. 1884년 움브리아주를 다스리던 우고 본콤파니 루도비시 (Ugo Boncompagni Ludovisi) 왕가의 왕자는 와인 마니아였는데 어느 날 몸소 만든 와인을 식탁에 올리기로 결심한다.
왕자는 계획을 착수하기 전에 그당시 첨단 양조장과 양조기술에 대한 자료를 수집, 분석한다. 조사 끝에 내린 결론은 중력 방식(Gravity Flow) 양조장이다. 한마디로 하면 물이 위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는 자연섭리다.
건물을 양조순서에 따라 배치하는 건데 요약하면 이렇다.
지상 --> 수확한 포도는 불순물이나 가지를 제거하고 압착기를 놔둔다. 바닥에는 구멍이 나있고 밑에 호스가 달려있다.
지하 1층 --> 구멍에 압착한 주스를 흘러 보내면 지하 1층에 있는 알코올 발효 탱크에 떨어진다.
지하 2층--> 탱크에서 알코올 발효를 마친 와인은 같은 방식으로 아래층의 오크 숙성실로 보내진다.
중력 방식을 적용하면 와인이 무스트레스 하에 아로마를 보존하면서 숙성까지 마칠 수 있게 된다. 요즘 현대식 시설을 갖췄다는 와이너리를 보면 대부분 중력 방식 설계로 되어있다. 그렇다면 136년 전에 이미 이 방식을 채택한 왕자는 선견지명이 뛰어났음을 알 수 있다.
1954년 아밀카레 팜부펫티 (Amilcare Pambuffetti)가 와이너리를 인수한다. 당시 새 주인은 71세 였는데 청소년일 때 이곳에 고용된 적이 있어서 와이너리 돌아가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1977년 그가 세상을 떠났고 현재는 아들 세대와 손주 세대가 함께 와이너리를 운영하고 있다.
총 밭면적은 130헥타르에 달하며 그중 40헥타르가 와인용 포도밭이다. 사그란티노, 그레케토, 트레비아노 스포레티노 등 몬테팔코 지역 토착품종에 주력하고 있다. 연 생산능력은 25만 병이다. 와이너리 주변 밭은 팜부펫티 소유지이며 해발 4백 미터 밭에는 사그란티노가 재배된다.
스까차디아볼리의 대표 와인을 두 종류 시음했는데 시음 노트는 아래와 같다.
Scacciadiavoli Spumante Brut 2010 사르란티노( 85%), 샤르도네(15%)를 10년간 병 숙성한 전통방식 스푸만테다. 단단한 구조가 받쳐주는 산미가 싱그럽다. 구운 빵, 버터, 바닐라, 호두, 복숭아의 복합적인 향과 샤르도네의 매끄러움이 입안을 감싼다.
Montefalco Sagrantino 2016 빈티지. 알코올 15도. 사그란티노는 석회석과 점토 토양으로 이루어진 해발 4백 미터에서 왔다. 발효한 와인을 대형 오크통과 바리크에 나누어 숙성한 뒤 병 숙성을 12개월 추가했다. 달콤한 라즈베리, 블랙베리, 자두향과 허브향이 풋풋하다. 산미는 강렬하고 침이 쫙 고인다. 팽팽한 타닌이 긴장감을 선사하며 보디감이 굵직하게 입안을 채운다. 입안에 다양한 맛이 느껴지며 여운이 오래 남는다.
※ 앞으로 사그란티노 생산자들을 시리즈로 올릴 예정입니다. 사그란티노 품종과 몬테팔코 지역을 소개한 포스팅을 먼저 읽으시면 사그란티노 와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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