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America (미국)상품은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햄버거를 선두로 특정 외국 시장에 알려진다고 한다.
Made in Italy(이태리)제품의 경우는 끼안티 와인이 코카콜라나 맥도날드 역활을 한다고 하니 끼안티와인의 중요성을 알 것 같다.
옛날 끼안티 와인 병은 아래쪽이 불룩한 배불둑이 아저씨모양이었는데 이부분을 짚으로 만든 피아스코에 담아서 보관했었다.
위와같은 병과 짚의 결합은 끼안티 와인하면 떠올리는 구체적 이미지였는데 요즘은 일반 와인병으로 대체되는 바람에 더 이상 보기 힘들어졌다.
다른 말로하면 기념품 샵에서 관광객의 호기심을 끌고있거나 집 창고 한 구석에서 먼지를 푹 뒤집어쓴채 잊혀져 있다가 우연히
이것을 발견해낸 와인주인이 친구를 초대해 과거추억을 떠올리면서 함께마시는 동반신세가 된것이다. 피아스코에 담긴 끼안티와인
이름은 비슷하지만 동전보다 조금 큰 원 안에 빨간 벼슬을 당당이 세우고 걸어가는 검은 닭 모습이 새견진 라벨을 병목에 달고있는 와인이 있다. 두 와인 다 끼안티로 시작하는데 끼안티만 달랑 써 있는 와인은 짚에 싸여있고 검은 닭 마크를 단 와인은 끼안티다음에 클라시코란 단어로 계속된다.
병목에 걸린 검은 닭 라벨
즉, 비슷한 이름이지만 이탈리아말의 “고전적인 또는 오래 된”을 뜻하는 클라시코classico란 형용사를 붙여
그 단어가 없는 와인과 비교해 뭔가 특별한 무엇이 있어 보이는 와인처럼 여겨진다.
여기서 필자는 두 와인생산 방식이나 테루아 또는 맛과 향기에 따른 차이보다는 이 두 끼안티와인이 “메이드 인 이탈리아”군단의 주력상품이 되기까지 본의아니게 겪어야 했던 몇 가지 사실을 들면서 클라시코란 형용사를 달고 있거나 그렇지 않은 와인에 대한 차이를 설명하려한다.
끼안티는 와인이름이기도 하지만 토스카나의 주도(州都)인 피렌체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시에나란 도시에 도달하는데 이 두 도시 반경안에 있는 지역을 일컫기도한다.
끼안티란 단어의 어원은 정확하지는 않으나 2000년도 더 된 아득한 옛날 이곳의 공식어였던 라틴어와 에트루리아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사냥할 때 나는 소리를 이곳사람들은 라틴어로 클란고르clangor라 했는데 이 의성어가 끼안티로 변했다는 주장과
기원 전 8세기 부터 2세기까지 이곳을 지배했던 에트루리아인들은 클란테clante란 성을 가진 사람이 많았는데 클란테가 끼안티로 불리게 됐었다고 한다. 또 클란테는 에투루리아어로 물을 뜻하기도 했는데 이곳에 포도재배에 필요한 물이 풍부했기 때문이었다.
끼안티와인에 대한 첫 기록은 1398년 것으로 추정되며 이곳에서 끼안티 와인은 화이트와인이였고 서민들이 즐겨마시던 와인이었다고 적혀있다. 30년 뒤에 쓰여진 다른 문서에서는 레드와인으로 적혀있고 다양한 사회계층에서 마셨다고 했다.
1536년 에는 교황 음료담당 직책을 맡고 있었던 싼테 란체리오(Sante Lancerio)가 추천한 끼안티와인을 교황 파올로3세가 마셨다는 기록도 발견된다. 끼안티와인과 형제라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리카솔리Ricasoli, 안티노리Antinori, 프레스코발디Frescobaldi와 같은 귀족가문이 1200년을 전후로 해 끼안티에서 농토를 구입해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끼안티와인은 유년기를 맞고있었다.
싼테 란체리오 리카솔리 와이너리 프레스코발디 와이너리 안티노리 와이너리
두 끼안티가 생산되는 지역은 올리브나무와 포도밭 , 밀 밭, 사이프러스가 반복하면서 만들어내는 목가적인 경치사이에
드문드문 서 있는 중세성들이 처음 밭이 생길 때 부터 있었던 것처럼 친밀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끼안티의 유년기 시절에는 와인과 곡물이 풍부했던 이곳을 서로 차지하려고 끊임없이 전쟁을 벌이던 곳이라 하니
성년기의 완숙미 뒤에 그늘처럼 드리워진 어린시절의 슬품을 보는 것 같았다.
피렌체에 유명한 관광지가 몰려있는 ‘피아짜 델라 시뇨리아 광장’에는 1300년 초에 지어진 팔라쪼 베끼오 궁(Palazzo del Veccho)이 있다. 이 궁 안에는 ‘살로네 데이 칭궤첸토Salone dei Cinquecento’ 라 불리는 유명한 홀이 있는데 16세기 중반 조르죠 바사리Giorgio Vasari 란 화가가 그린 41개의 프레스코화로 장식되어있고 내용은 코시모1세가 참여했던 전쟁을 묘사하고있다.
피아짜 델라 시뇨리아 광장 끼안티 연맹의 검은 닭 문장
그 중에는 노란색과 자주색이 사이좋게 등분하고 있는 바탕을 검은 닭이 당당히 걸어가고 있는데
이 닭은 끼안티 클라시코와인 병목에 걸린 닭과 매우 유사하다.
검은 닭과 와인은 하늘과 땅 처럼 다른데 어떤 이유로 닭이 와인의 상징이 된 것일까?
12~13세기 끼안티지방은 이곳의 패권을 차지하려고 그 당시 최강국이였던 피렌체 공화국과 시에나 공화국이 끝없이 전쟁을 벌이던 곳이다. 이런 소모적인 전쟁에 지친 두 공화국은 다음과 같은 화해책을 제시하게 된다.
각 공화국은 수 탉을 정해서 키우다가 약속한 날에 키우던 닭이 울 면 각 나라를 대표하는 기사가 말 경주를 시작하는데
이 두 기사가 만나는 지점을 두 나라의 경계선으로 정하기로 한다. 이에 피렌체측은 검은 닭을 선택했고 먹이도 제대로 주지않아 빼빼 마르게 되었고 반면 시에나측은 닭에게 먹을것도 많이주고 잘 보살펴서 통통하게 키웠다.
드디어 말 경주 날이 왔고 항상 배고품에 시달린 빼빼마른 피렌체측의 검은 닭은 그날도 아침일찍부터 배가고파 먼동이 트기 전에 울었고 피렌체 기사는 그 덕분에 일찍 출발해서 상당한 거리를 달려 적국인 시에나가 가깝게 보이는 폰테루토리(Fonterutoli) 마을에 거의 도착하게된다. 이곳에서 피렌체기사는 반대쪽에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적국 기사와 마주치게 된다.
시에나 측은 잘 먹여 살이올라 게으르게 된 수 탉이 늦게 우는 바람에 기사가 늦게 출발해 낭패를 당한 것이다.
이 대결이후에 1202년과 1208년에 두 공화국 간의 평화협정을 체결하게 되고 피렌체 공화국 기사가 새벽공기를 마시며 열심히 달렸던 그레베(Greve), 라다(Radda), 가이오레(Gaiole), 카스텔리나(Castellina)마을과 그 넘어 시에나가 지척인
폰테루톨리Fonterutoli마을 까지 남쪽 국경선을 확장시키게 되었다.
그 후 피렌체 공화국은 점령한 남쪽 새 영토를 효과적으로 다스리기 위해 기존의 ‘끼안티 연맹( Lega del Chianti)’을 새로 개편하고 규정도 강화해서 이곳의 행정,군사업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도록 했다. 더불어 이곳에서 재배되는 산죠베제 품종으로 만드는 와인도 규정안에서 제대로 만들어 질 수 있는 기반도 다진다.
또한, 피렌체의 승리에 중요역활을 한 검은 닭의 공로를 잊지않아 연맹문장에 새겨 넣기로 한다.
끼안티 와인 역사상 중요한 시기는 1716년인데
피렌체의 그 당시 군주 ‘코시모 드 메디치 3세’ 가 제정한 세계최초 와인관련
규정이 나 온 해이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서는 끼안티와인을 생산할 수 있는 지역과 그럴 수 없는 지역과의 경계선을 정했고 생산된 와인의 운송과 판매에 관한 규정도 만들어 상거래 부정행위를 방지하도록 했다. 약 200년 뒤에 코시모 드 메디치 대공의 규정은 끼안티와인 보호협회가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끼안티와인 보호를 위한 코시모대공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끼안티 수요가 이탈리아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급증해지자 토스카나 전역에서 우후죽순으로 생산되어 옛 규정으로는 제대로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다.
또한, 1872년 벳티노 리까소리(Bettino Ricasoli) 남작은 완벽한 와인을 만들기 위해 30년 동안 연구에 전념한 결과
“끼안티 와인 블랜딩 황금비율”을 완성한다.이 리까소리의 황금비율을 따라 만든 와인도 끼안티 와인이라 주장하는 생산자가 늘어나게되어 끼안티 와인으로 불릴 수 있는 조건이 '정해져 있는 지역'이라는 지리적 조건보다 '와인 만드는 양조방식'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벳띠노 리까소리 남작
이에 1924년 5월 14일 33 명의 와인생산자들이 '라다 인 끼안티(Radda in Chianti)'마을에 모여
“끼안티 와인 보호와 원산지 표시 협회 Consorzio per la difesa del vino chianti e della sua marca d’origine”를 결성한다.
이것은 이탈리아 최초의 포도재배와 와인 협회이며 회원모두 만장일치로 “검은 닭”을 협회마크로 채택한다.
이 협회는 끼안티 정체성의 애매모호함을 해결하기 위해 이탈리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해 1932년 7월 끼안티를 생산할 수 있는
구체적인 지명과 생산지역 그리고 허용된 와인이름을 법으로 정하게 한다.
끼안티 클라시코 지도
이때 정한 끼안티 와인명과 생산지역은 약간의 수정과 보완을 거쳐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데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콜리 아레티니(Colli Aretini),콜리 피오렌티니(Colli Fiorentini), 콜리 세네시(Colli Senesi),
콜리네 피사네(Colline Pisane), 몬탈바노(Montalbano), 루피나(Rufina)등이다.
이것은 새로 부상한 끼안티 생산지역을 인정한 점과 끼안티 와인 탄생과 깊은 관계가 있는
4군데의 원조마을(끼안티 클라시코)을 따로 구분해 인정했다는 점이 눈에띈다.
1984년 위의 7개 지역에서 생산되는 끼안티 모두 DOCG로 승급되었고 1996년에는 새 식구인
끼안티 몬테스페르토리Montespertoli 가 가세하면서 모두 8개의 끼안티로된 대식구가 되었다.
그러나 몇 달 후에는 끼안티 클라시코만 따로 떨어져 나와 독립한 ‘끼안티 클라시코DOCG’로 자기만의 규정과 보호협회를 만들었다.
2005년도에는 끼안티 클라시코 자체에 작은 변화가 있었는데 그 동안 협회 회원만 사용할 수 있었던 ‘검은 닭” 표시를
끼안티 클라시코를 생산할 수 있는 모든 생산자에게 이 표시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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