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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물의 형태(The Shape of Water)와 통하는 심해의 와인

와인과 얽힌 짧은 이야기들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8. 3. 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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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물, 물 영화 장면의 절반이상은 물로 젖어 있다. 매일 저녁 출근 전에 물이 가득한 욕조에 몸을 담그는 여주인공, 물과 접촉하지 않으면 단 몇 분 밖에 살 수 없는 인체를 닮은 양서류,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 폭우 속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 등... 영화 The Shape of Water(물의 형태, 2018년 2월 개봉) 은 담겨지는 용기에 따라 물의 형태가 변하는 것처럼 물과 운명적으로 삶이 엮인 주인공들의 다양한 삶을 보여준다.


때는 1962년, 영화의 여주인공 엘리사는 고아 출신이며 언어장애자로 볼티머의 허름한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그녀는 미국 우주 연구소의 청소부로 일하는데 어느날 상관의 부탁으로 연구소내의 외부인 접근금지 구역의 청소를 맡는다. 피와 고문의 흔적이 낭자한 이곳에서 엘리사는 괴생명체를 만난다.


이 괴생명체는 스트릭랜드(연구소 소장)가 아마존 밀림에 갔다가 발견한 것으로 아마존 부족은 이 생명체를 신처럼 숭배한다. 스트릭랜드는 이 생명체를 납치해서 연구소로 데려온후 신체의 비밀을 알아내려고 갖가지 실험을 하며 생체해부 계획을 세운다. 엘리사는 거대한 수조에 갇혀 지내는 생명체를 보면서 동변상련을 느낀다. 농아로서 외부인과 소통이 단절된 그녀와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혹한 스트릭랜드에 의해 연구소에 갖혀 피실험체로 이용당하는 괴생명체는 곧 사랑에 빠진다.


엘리사는 옆짚에 사는 가난한 화가의 도움을 얻어 생명체를 연구소에서 빼내어 자기 아파트로 데려온다. 생명체와 한 집에 살게 된 기쁨은 잠시, 양서류인 생명체는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생명이 천천히 소진되고 있었다. 연인을 살리는 방법은 오직 하나, 바다에 풀어주는 것. 엘리사는 그녀의 집 근처에 있는 부두의 운하가 열릴 때 해수면 수위가 높아지는 걸 알게되었고 그 날을 기다리면서 생명체와 헤어지는 아픔을 속으로 삭인다.


그동안 생물체의 행방을 추적하던 스트릭랜드는 엘리사 아파트에 생명체가 숨어 있는걸 알게 되고 이들을 찾으러 온다. 엘리사의 동료가 이 사실을 알려주었고 그들은 간발의 차이로 아파트를 탈출해 부두에 도착한다.이들이 헤어지려는 순간 이곳에 도착한 스트릭랜드는 두 연인에게 총을 발사하는데 엘리사는 곧 숨을 거두지만 생명체는 상처를 치유하는 초능력을 발휘해 다시 살아나며 엘리사의 시신을 안고 바다로 몸을 던진다.


내가 이 영화를 보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며 즉흥적 이였다. 영화관에 걸려있는 포스터는 거역할 수 없는 힘으로 나를 영화관으로 끌어 당겼다. 포스터의 이미지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으로 바다에 뛰어든 생명체가 엘리사의 상처를 치료하고 그녀의 목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자 상처는 아가미로 변하고 그녀는 물고기처럼 호흡하게 된다. 코발트 블루빛 해수를 뚫고 들어온 빛의 거품이 떨어지는 배경으로 두 존재가 포옹하는 장면은 어떤 외부의 힘도 이들을 갈라놓을 수 없는 확고함이 담겨있다.



영화의 포스터는 '심연의 스푸만테(Spumante degli Abissi)'를 떠올린다. 이탈리아 리구리아 서해안의 수심이 60m인 물속에서 숙성되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숙성장소가 해저인 것에 대해 본 스파클링 와인의 창안자인 루가노 비손(Lugano Bisson)씨는 해저는 수온이 일정하고 물살이 느리며 햇빛이 들지않아 육지의 지하셀러 처럼 이상적 숙성조건을 갖추었다고 했다. 또한, 와인이 숙성되는 곳은 해저 60m 지점으로 압력이 6바(bar)로 병 내부의 와인 압력과 같다.




2년간 해저에서 머물었던 스파클링 와인을 바다에서 끌어올릴때는 마치 고대시대에 침수된 난파선을 건져 올리는 걸 방물케 한다. 차곡차곡 쌓여진 와인 틈 사이로 해수가 빠져 나갈때 불가사리와 소라가 붙어 있는 병의 형체가 드러난다. 병에 붙은 바다 생물은 떼어 내지 않고 병 체로 말린 다음  투명 코팅을 입힌 후 시중에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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