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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와인동굴-한국와인의 허브

와인별곡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7. 10. 10.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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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최정욱 소믈리에를 처음 만난 것은 1년 전으로 서울 소재 모 호텔에서 열린 전통주 시음회였다. 얼굴을 직접 본 것이 그렇다는 것이고 실은 '와인을 전공한 소믈리에 출신 최초의 공무원'이란 명성을 듣는 '최정욱'에 대해선 익히 들어왔다.


그가 일하는 광명 와인동굴 직원들 사이에서는 주무관이란 호칭으로 더 친근한 최정욱 소믈리에를 조르다시피 해서 그의 바쁜 일정을 쪼개고 몇 번의 날짜 조정 후 드디어 방문 날짜가 잡혔다.



약속한 날, 최소믈리에는 그의 등 뒤에 검은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입구와 대조되는 흰 와이셔츠 차림으로 약속 장소에 나타났다. 후에 이어진 와인동굴 투어에서 그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세련된 매너로 시종일관했는데, 7급 공무원이며 광명 와인 동굴을 한국 제1위의 국산 와인 전시와 판매 장소로 변모시킨 주역이란 찬사가 자칫 일으킬 수 있는 다소 경직된 이미지를 누그러트리기에 충분했다.

 


광명 와인동굴은 총 12 km 길이에 달하는 광명동굴 중 2km에 달하는 구간을 복원해서 관광지로 개발한 '광명동굴 테마파크'안에 있는 와인 세계다. 총 194m 길이에 달하며 이 공간은 와인 전시 및 판매와 시음 장소, 와인셀러, '마루 드 까브' 와인 레스토랑으로 나뉜다.


광명동굴은 원래 일제시대 때 금, 은, 아연을 채굴하던 광산이었는데 전성기 때는 5백 여명의 광부가 일했다고 한다. 1972년에 폐광되었고 이후 새우젓 창고로 잠시 사용되었다가 2011년에 광명시가 매입해 관광자원으로 변형시켰다. 아픈 역사가 관통하는 곳이지만 이곳이 연중 12~13도를 유지하는 점을 십 분 활용해 국산 와인의 전시 및 판매 허브로 특성화시켜 인기몰이 중이다.


와인 장비와 셀러를 둘러싼 통유리 문이 반사하는 조명 빛 때문에 한때는 폐광이었다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동굴 안은 밝은 분위기가 돌았다. 이곳에는 36개 지자체에 소재하는 59군데의 와이너리에서 보내온 2백 여종류의 와인을 전시및 판매한다. 종류는 2백여 개지만 셀러에 보관된 와인 재고 수는 3천 여 병에 달한다.


3천 개란 숫자는 단지 네 자리 숫자의 조합이 아니라 최정욱 소믈리에의 숨겨진 노력과 추진력의 결과다. 또한, 최소믈리에한테는 초창기의 쉽지만 않았던 사연이 녹아있는 추억의 숫자이기도 하다. 그는 초창기를 다음과 같이 기억했다.


"2015년 3월 제가 와인동굴에 처음 발령받았을 때는 5개 업체의 와인만 덩그러니 진열돼있었어요. 제가 와인 종류를 늘리자고 했을 때 동료들은 괜히 일을 만들어한다고 핀잔을 놓았고 생산자들한테 와인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하면 외면당하기 일수였죠. 계속해서 생산자들을 설득했고 결국, 납품을 꺼려하던 이들은 이제는 자진해서 와인을 보내기에 이르렀죠"




납품 요청이 쇄도하더라도 그는 무조건 와인을 받지는 않는다. 일단 요청이 오면, 생산자를 방문해서 와인을 시음한 후 입고 여부를 결정한다. 그러므로 와인동굴을 차지하고 있는 와인들은 그의 다리품과 엄격한 시험기준을 통과한 한국 최고의 와인임을 알 수 있다.


광명 와인동굴의 와인은  캠벨 얼리, 머루포도, 거봉으로 만든 포도와인들이 대부분으로 재고의 5분의 3에 달하며 나머지는 오미자, 참다래, 사과, 복분자, 오디, 감, 복숭아를 원재료로 한 와인들이다. 그간 과일로만 먹던 음식들을 와인 잔에 담긴 알코올 음료로 접하게되니 유럽식 와인에 익숙한 사람한테는 생소하다.


그 생소함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한국주세법에 와인이란 카테고리가 없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그간 일반 과일로 만든 과실주와 과일을 발효와 숙성의 과정을 거쳐서 만든 과실와인이 혼용되고 있었다. 최소믈리에는 그런 혼란을 바로잡기 위해 포도와인처럼 양조해서 만든 와인을 "과실와인"으로 부르게 해 과실주와 구분했다. 현재, 광명 와인동굴에 있는 와인은 모두 과실와인이다.과실와인의 이름은 재료가 되는 과일명이 '와인'단어 앞에 오는데 '사과 와인'이 그 예다.


올 해 8월 25일에 광명 동굴은 의미 있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바로 와인동굴 입구에 있는 한국와인연구소로서 한국 와인의 품질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그 첫 시도로 프랑스에서 제작한 오크통(각 오크통의 크기는 50리터)을 12개 구입해서 와인농가에 분배할 예정인데 과실와인의 오크 숙성 적합여부와 관능에 미치는 영향을 타진할 예정이다. 광명 와인동굴이 한국 와인 판매의 허브가 된 것처럼 와인연구소는 한국 와인 품질 향상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소믈리에로서 최정욱의 끼가 한 껏 드러나는 " 최정욱 와인교실"에서 가졌던  와인 시음 후기다. 먼저 최소믈리에는 한국 와인의 주된 특징이 자칫 오해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부분을 염두에 두었는지 다음의 센스 있는 대화로 완충망을 둘렀다." 한국 와인은 대부분 달아요. 옛날부터 포도주를 달게 마셔왔고 그 관습을 충분히 염두해서 와인을 만들기 때문이죠. 그래서, 드라이 와인이라도 약간의 단 맛이 느껴집니다".


<실라리안 감그린: 2011년 산, 와이너리: 청도 감 와인(주),알코올:12도>

일부러 늦게 수확한 청도 반시를 원재료로 만들었다. 진한 황금빛에서 감 고유의 향기와 복합적인 과일향이 난다. 예전에 감와인을 마신적이 있었는데 강한 떫은맛 때문에 감와인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었는데 감그린으로 그런 오해를 말끔히 없앴다. 한국의 단 맛과 어울린 산미의 조합과 늦따기한 포도로 만든 스위트 와인의 특징인 묵직함도 느껴진다. 감그린은 잡채, 불고기, 전, 나물과 마시면 최상의 궁합이지만 얼음을 띄워 언더락으로 마시면 이탈리아 전채요리나 핑거푸드 같은 가벼운 음식과도 어울린다.



<여포의 꿈: 모스카토 폼종, 알코올:12도, 와이너리:여포와인농장>

철도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와인에 대한 사그라들지 않는 오너의 열정이 스며든 와인으로, 마시는 내내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라는 격언을 떠올리게 되는 스위트 와인이다. 한국 토양에서 가꿔진 모스카토에서 이국적인 아로마를 느낄 수 있는 꿈같은 와인이다. 꽃과 배, 사과, 복숭아의 향기가 화사로운 봄 햇살처럼 쏟아진다. 떡과는 찰떡궁합이며 한가위 날 보름달 아래서 송편과 함께 하고픈 낭만을 일으키는 와인이다.



<Grand Coteau Rose: 2010, 캠벨 얼리, 와이너리:그린 영농조합>

로제 와인은 양조된후 몇 달 혹은 늦어도 다음 해에 마시기 때문에 그 맛의 유통기한을 넘긴 로제는 만나기 쉽지 않다. 시음한 로제는 7년 된 것으로 색소가 소량인 품종으로 만든 레드와인이 숙성할 때 발하는 오렌지 빛이 돈다. 순한 탄닌은 와인 초심자에게 적당하며 미세한 동물 냄세와 분별이 쉽지 않은 특정 과일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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