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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게로 1박 2일 피서가다..

와인별곡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7. 8. 17.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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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cina Sot(카시나 솟) 와이너리 오너


Cà Neuva(카 네우바) 와이너리 오너




8월 초에 들어서면서 집 주위 주차장이 넉넉해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이탈리아인들의 여름휴가 시즌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밤7시 이후엔 주차 할 곳을 찾으려고 동네 몇 바퀴씩 도는게 예사였는데 요즘 몇 일 동안은 집 정문에서 가깝고 주차하기에 편리한 장소가 금방 눈에 띈다.


이탈리아의 여름 휴가의 절정은 8월 15일을 포함한 전후 주(week)다. 8월 15일은 '페라고스토(Ferragosto)'라 해서 '성모승천축일'로 알려진 카톨릭교 휴일이다. 8월 15일이 다가올 즈음이면 이미 휴가철이 시작된후 한참지났기 때문에 관광도시(로마,피렌체,베네치아..)를 제외하고 다 수의 도시는 텅비게 마련이고, 8월 15일 당일은 유령도시처럼 기괴한 느낌이 돈다.


몇 일전 까지만 해도 나는 시간부족과 경제적 이유로 여름휴가를 가는 것,아니 여름휴가를 보낼 날들을 따로 빼놓는것은 아깝다고 생각했었다. 적어도 이런 생각은 8월 10일 전후 이탈리아 복 날 더위가 내 살갖을 벌겋게 그을릴때까지 그랬다.


그 이후로는 충동을 일으킨 조홧속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랑게로 피서여행"을 결정했다.평상시에 마음에 두고 있던 와이너리의 연락처를 검색하고 예약 이메일도 쓰고 전화도 걸었다.이메일은 당연히 묵묵무답, 전화한 와이너리의 두 군데중 한 군데 꼴로 "15일을 포함한 이전과 이후 날은 무조건 휴무"라는 앵무새 대답만 왔다.


어떤 사장님은 직원들이 모두 휴가갔기 때문에 일 할 사람이 없어서 휴무하니깐 9월 달에 다시 전화해보라고 친절하게 대책방안도 알려준다. 와~~이사람들, 모두 휴가 가버린 사이에 포도밭에 우박이라도 내리면 어쩌려고 그러지....


나의 휴가 구세주는 페이스북에 실린 이벤트 광고에서 왔다. "Cantine  Aperte a Ferragosto" 실눈을 뜨고 큰소리로 세 번 읽었다. "승모승천축일 와이너리 개장" 이벤트. 즉, 8월 13일 부터 15일까지 랑게에 소재하는 몇 군데의 와이너리는 휴가를 반납하고 셀러 문을 활짝 개방한다는 것이다.


이 행사는'랑게 관광 컨소시움'에서 주최하는 계절 이벤트로 바다와 산 외에 "와이너리"가 여름피서지의 대안임을 알리기 위해 개최한다.


본 이벤트에 참여하는 와이너리는 인지도가 높은 중규모 이상은 없었고 소규모의 와이너리만 대여섯군데 참여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바롤로와 돌리아니(돌체토 와인) 지역의 생산자들로 규모는 5~15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며 연 1만~3만 병 생산하는 마이크로급이다.


20~30년 전만 해도 소유한 포도밭에서 재배된 포도를 다른 와인생산자에 납품하다가 현재 오너에 이르러서 본인의 이름을 앞세워 와인사업을 시작한 신참들이다.


이들이 와인업계에 입문하게된 동기와 사연은 이들이 만든 와인의 개성만큼 다양한데, 랑게와인이 세계적으로 알려지자 와인생산에 뛰어든 후발주자도 있었고 할아버지나 아버지가 물려준 밭에서 농사짓다가 랑게가 포도밭 일색으로 변하자 본의아니게 와인생산자가 된 경우도 있었다.


연유야 어쨋든 이들은 랑게의 토착레드 품종과 미세기후에 대한 전문가적인 내공을 쌓았으며 랑게의 내노라하는 국제급 와인생산자들과는 동일한 위치에 있는 포도밭을 소유한 와인동료들이다.


돌체토나 바르베라 품종이 완숙에 이르러 수확일이 코 앞에 다가오고 있고  네비올로가 한창 익어갈 즈음에  와이너리가 완전 휴무한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와인은 계속 변하는 유기체라 항상 보살펴야 하는 아기와 같다는게 내가 제시하는 근거다.다만 직원들이 휴가갔고 이때를 이용해 오너나 식구들은 타인한테 방해받지않고 8월 말이나 9월 초에 있을 수 있는 적포도 수확을 차분히 대비하는 중이라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것이다.


내가 이틀동안 본이벤트를 참여하면서 느낀것은 이날 개방한 와이너리들은 와인관광객으로 가득찼고 이들은 와인 시음후 와인을 몇 케이스씩 구입했다는 사실이다. 와이너리뿐만 아니라 바롤로 12군데 마을의 와인샵은 손님들로 꽉찼고 레스토랑은 식사때마다 빈테이블을 찾기어려웠다.


랑게의 매력은 항상 수요와 공급이 있다는 것이다. 한 여름에 피아트자동차 회사원들처럼 휴가를 가는 고참 생산자가 있다면 다른 한쪽에는 와인에 목마른 사람들을 샘터처럼 기다리는 신참 생산자들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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