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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궤테레 여행 후기(1)

와인&음식 축제이야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6. 1. 7.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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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신정 연휴를 계획할때 '어떤장소를 갈까' 보다는 "어떻게 보내는가"가 더 중요한것 같습니다. 매년 소파에서 뒹굴거리는 휴식위주의 휴가계획을 세웠지만 올 해는 몸 휴식보다 정신휴식을 염두한 휴가를 보내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단, 이렇게 결정하고 나니 칭궤테레(Cinqueterre)가  눈앞에 떠올랐고 그 곳은 여름마다 가는곳이니 이번에는 피하자고 타일러봤습니다.


그러나 웬지모르게 그곳을 가야겠다는 욕망이 가슴 저 밑으로 부터 솟구쳐 오르는 것이였습니다. 그럴때 "바다는 꼭 여름에만 가는건 아니잖아. 겨울에 가면 사람도 적고 한가해서 칭궤테레를 샅샅이 볼 수 있을거야" 란  핑계거리를 찾았고  드디어 "가지마"라는 반발심과 타협을 했습니다.


예전에는 보통 하루만 머물렀고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두서없이 이 마을 저 마을을 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첫번째 테라(terra), 혹은 마지막 테라에서만 빈둥거렸고 중간에 있는 테라에서는 인증사진 찍는데  몇 분간 혹은 포카차빵 씹어 식도에 넘기는데 필요한 순간만큼만  멈추었습니다.  


이번에는 첫번째 테라에서 다섯번째 테라까지 순차적으로 종주를 해야겠다고 단단히 결심했습니다. 칭궤테레( Cinqueterre= Cinque:다섯개+ terre: 마을)는 다섯군데의 마을이라는 뜻인 것 아시죠? 칭궤테레는 리구리아(Liguria)주 동쪽에 위치하는데요 리구리아는 해안선을 따라 동서방향으로 나있습니다.그 모양이  지도상에서  보면 마치 부메랑과 비슷한데 그 중심에 주도인 제노바가 위치합니다. 주도인 제노바에서 동쪽으로 50km정도 더가면 칭궤테레 입니다.





사각형 안의 적색 부분: 이탈리아 반도에서 리구리아 위치/ 아래쪽은 리구리아 확대 지도 (사진출처:Wikimedia Commons)



다섯 개의 마을이란 뜻에는 동의하나 순서를 따지는데는 많은 이견이 있습니다. 주도인 제네바에서 동쪽으로 내려온다면 첫 번째로 만나는 테라는 Monterosso 이고 Vernazza-->Corniglia-->Manarola의 순으로 가다가 다섯번째 테라인 Rio Maggiore 에 도달합니다. 반대로 라 스페찌아(La Spezia)에서 서쪽으로 올라가면 첫번째 테라는 Rio Maggiore이고 다섯번째 테라는 Monterosso 입니다. 중간에 있는 세 군데의 테라는 앞 뒤 순서가 정해지면 이것에 따라 순서가 달라집니다. 이런 지리상 순서는 외부인들이 편의상 정한것이고  Rio Maggiore 주민한테 물어보면 자기네 마을이 첫번째라 하고 Monterosso 주민은 자기네가 사는 곳이 첫번째 테라라고 주장합니다.


첫번째 테라를 어디로 정하건간에 총 12 km나 되는 다섯마을을 종주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기차를 타는 겁니다. 하지만 기차는 기차역까지만 실어다주고 역에서 각 테라의 중심가를 가려면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합니다. 어짜피 걸음 걷는걸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산책로를 따라서 다섯마을을 가보기로 했습니다. 칭궤테레는 모두 22개의 산책길이 있는데  산책로가 나있는 절벽의 경사도와  도로 사정에 따라 난이도가 다릅니다.


해안을 따라 나있어 낭만적인 산책길로 알려진 아주로(azzuro)코스는 가장 평이하고,  절벽이 높아질수록 거기에 난 산책길도 덩달아 험해집니다. 가장 험하다고 알려진 Altavia 산책길은 거의 해발 600의 절벽 능선을 따라 나있으며  시간도 오래걸리며 등산 전문가 난이도에 이릅니다.


저는 칭궤테레 절벽을 경작지로 바꾼 인간승리의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고 리구리아 사파이어 빛 바다를 배경으로 옹기종기 모여있는 다섯마을을 자세히 내려다 볼 수 있는 Via dei Santuari를 택하기로 했습니다. 산책로 안내지도에는 총 15km이며 8시간 정도 소요되는 중급난이도 산책길이라고 표시되있더군요. 성소 산책길 (Via dei Santuari)은 각 마을의 가장 성스러운 곳에 지어진 성당을 연결한 코스인데 보통 마을의 가장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제가 선택한 첫번째 테라는 리오마조레(Rio Maggiore)였는데  라 스페찌아(La Spezia)에서 오다보니 다른 테라보다 근접성이 좋았기 때문입니다(라 스페찌아 고속도로 출구에서 약 40분 정도면 도달). 리오마조레 시내에 있는 한 Bed&Breakfast를 숙소로 잡았는데 5세기 정도 오래된 된 건물이 믿어지지 않을만큼 깔끔하고 정갈했습니다.


칭궤테레에서는 걷는걸 귀찮아하거나 두려워하면 않됩니다. 마을 중심지가 마을의 가장높은곳에 위치하고 외부와 통하는 관문인 부두는 거리가 꽤 떨어진 해안가에 있기때문입니다.


호텔내부에는 대부분 승강기가 없는데 제가 머물렀던 곳은 3층이라 여행가방 두 개를 들고 올라가는데 정말 진땀이 났습니다. 계단참이 좁고 가팔라서 실제론 3층이지만 체감상 4층으로 느껴졌습니다. 창문을 열어도 바로 앞 집의 안 방이 다 보였고 앞 집 베란다와  줄을 연결해 빨래를 널어놓은 집이 꽤되었습니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습기때문에 실내는 의외로 차고 눅눅했지만 냄새도 않나고 청결한 편이였습니다.








칭궤테레는 북쪽의 절벽해안과 남쪽의 해안사이를 따라 나있는 틈새에 들어선 마을이기 때문에 유효공간을 최대한 활용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보입니다. 골목도 좁고 그 좌우에 세워진 건물은  아슬아슬할 정도로 폭이좁고 높습니다. 골목길을 걷다보면 한 낮인데도 어둡기도하고  빨래무게로 밑으로 늘어져있는 빨래줄 때문에 마치 남의집 안뜰로 침입한 느낌이 듭니다. 집들은 대부분 정문이 두 개 있는데 한 곳은 일반 출입문이고  나머지 문은 집식구들만 아는 비밀문이랍니다.  이 비밀문은  집뒤쪽에 있는 산으로 향해 있는데  비상시(사라센 해적 침입)도망을 치던 문으로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동화속에나 나 올 듯한 파스텔톤의 집이 숨기고 있는 아픈 추억을 보는 듯 합니다.



두번째 테라는 마나로라(Manarola) 입니다. 칭궤테라로 관광객을 유혹하는 사진의 대부분은 이곳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이 앵글은 세번쩨 테라로 가는 해안길에서 잡은 것입니다.



마나로라의 상주인구는 약 340명인데 관광성수기인 여름이되면 10배 정도 늘어난다고 합니다. 이곳에 여름별장을 둔 독일,미국인들이 돌아오기 때문입니다.성탄절이 가까운 12월 중순은 비수기라  바(bar,커피숍)는 마나로라 주민 몇 명이 테이블을 차지한 체 알아들을 수 없는 방언으로 한가롭게 말을 섞고있습니다. 여름에는 관광객들에게 신선한 해물을 공급하기 위해 바다길을 왕복하던 고깃배는 마을에 정박되있내요. 동네 강아지들은 묶어논 뱃 주위의 냄새를 맡으면서 분주하게 돌아다니고 있구요. 1년 중 주민숫자가 관광객 수를 앞지른 겨울의 마나로나는 한가로운 어촌입니다.




성탄절즈음 마나로라는 테라스에 세워논 야외 프레제페(성탄절 장식)로 알려졌습니다.마구간에서 갓 태어난 아기 예수와 마리아가 동방박사에 둘러싸여 있는 장면을 각종 소재로 만든 동상들인데 성탄절 전후 이탈리아의 가정이나 성당에 흔하게 장식되있습니다 . 마나로라의 것은 나무로 깎아만든 조각 표면을 페인트로 칠했고 거의 실물 크기에 가깝습니다. 저녁에는 조명이 비추어져 성스런 분위기를 자아낸다고 하는데 저는 아깝게도 그 장면은 놓쳤습니다. 



드디어 세번째 테라 "코르니리아Corniglia"에 도착했습니다. 리오마조레에서 출발해서 마지막 테라인 '몬테로쏘' 를 가기까지 거쳐야 하는 마을중 세번째 입니다. 칭궤테레중 유일하게 해안가에서 뒤로 물러나있는 절벽위에 지어졌습니다. 고독하게 유유자적 서있는 모습이 헤르미타주(은둔자) 같습니다. 갑자기 에르미타주 시라 와인이 생각나네요 . 고고해 보이긴 하지만 해안에서 이곳에 가는 게 쉽지 않다 보니 해상무역이 활발하지 못해  칭궤테레 마을중 가장 경제적 여유가 없어 보입니다.





13세기 이전만 해도 사라센해적이 자주 침입해 칭궤테레 마을들은 모두 해안에서 멀리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후에 제네바 공화국의 영토가 되었고 그 때문에 해안치안이 확보되면서 사람들은 해안쪽에 내려와 마을을 짓고 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코르니리아 주민들은 지금 거주지에 그대로 남아있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두번째 테라(마나로라)쪽에서 이곳을 가려면 382개의 계단을  꼭 거쳐야 합니다. 칭궤테레중 가장 외진 곳 그래서 시간의 흐름이 멈춘곳 입니다.





네번째~다섯번째 테라 여행이야기 --> 칭궤테레 여행 후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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