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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 탄생 - 와인이 신분증을 갖다.

와인과 얽힌 짧은 이야기들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5. 2. 20.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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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와인이 신분증을 갖게 되었다.


신분증을 갖게된 와인은 다름아닌 끼안티 클라시코(Chianti Classico) 와인이 세포분열해

낳은 "그란 셀레지오네(Gran Selezione)"다.

그동안 이탈리아 와인규정은 와인별로 기본와인및  리제르바, 수페리오레로 분류해 와인품질의 차별화를 두었다.

2014년 부터는 이 관행을 약간 벗어나 고급화된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에는 '그란 셀레지오네'란  신조어를
붙일 수 있게 했다. 이탈리아 와인계에 유래가 없던 단어로 불리게 되었으니 특별한 신분증을 갖게된셈이다.


1996년 끼안티 와인의 본산지임을 표명하고 다른 끼안티 와인과의 차별성을  두기위해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끼안티 와인 훼밀리에서 따로 분리되었다.

18년 뒤에 대중적인 와인이미지를 구축한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품질로서 승부를 걸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그란 셀레지오네를 낳기에 이르렀다.


(★ 1995년 까지만 해도 끼안티 와인은  8군데의 끼안티 지역에서 생산된  8종류의 와인을 통합한

것이었지만 1년 후에는 끼안티 클라시코만따로  분리되어  현재는 7개의 끼안티와인만 의미한다).


2014년 전까지만해도 끼안티 클라시코는 끼안티 클라시코 빈티지 (생산년도만 표시)와 

끼안티 클라시코 리제르바(Riserva)의 두 종류만 존재했었다. 여기에 '그란 셀레지오네'가

추가되었으니  끼안티 클라시코 (이하 C.C와인) 와인애호가에게는 선택폭이 늘어난 셈이되었다.

이로서 고급화된  C.C 와인을 접할 수 있게 됐다는 장점이

생겼지만  그동안 만족하며 마셔왔던 기존의 C.C 와인이

이제는 평범한 와인이 되버렸다는 생각을 떨쳐버릴수 없다.


                                   위↑: 끼안티 클라시코와인이 생산되는 한 마을의 경치


먼저,그란 셀레지오네는 숫자상으로 선택된 와인임을 알 수 있다.

1년 전만해도 C.C 와인의 고급형이였던 리제르바는

7,200 헥타르에 달하는 최상의 포도밭에서 재배된

적포도만을 수확해서 발효,숙성시킨 C.C 와인의 총 생산량중 20%만을 의미했다.

1년 평균 C.C 와인 생산량이 242,000 헥토리터이므로  리제르바로 선택되는 양은 48,400 헥토리터가 된다.

반면, 그란 셀레지오네는 총 생산량의 10%로 제한을 두니  양으로 환산하면 24,200 헥토리터 이다.


과거의 고급형인 리제르바는 포도재배 방식, 헥타르당 수확량, 숙성기간과 방식이

C.C와인이 정하는 대로만 양조되었으면 자동적으로  인정되었다. 반면,현재의 고급형은

생산자의 재량과 선택을 대폭 수용했다 .즉, 어떤 해에 수확한 포도중 최상으로

익은 포도 또는 단일 포도밭에서만 재배한 포도로 만든 C.C 와인을 그란 셀레지오네로 따로 분류해

생산자의 자신감을 응축해논 것이다.


그란 셀레지오네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은 최소 30개월간 오크통과 병속에서 숙성을 

하게해 숙성기간에도 초점을 둔다. 오크통의 소재가 되는  참나무의 원산지를 묻지않으며

헝가리산,미국산, 프랑스산,슬라보니아산 을 자유롭게 사용하게 했으며 크기에 대한 규정도 따로 없다.


다만, 와인애호가들은  와인숙성에 사용된 오크통의 크기에 따라

전통스타일(대형 전통 보테 사용), 혁신스타일(보테와 오크베럴 같이 사용),국제스타일(오크베럴 사용)로 나누며

이러한 방식은 조금뒤에 설명할 레드품종의 블랜딩 방식에도 다시 언급된다.


아래의 그래프는 위에서 설명한 C.C와인의 종류를  피라미드로 옮겨놓은 것이다.

                                   위↑: 품질과 숙성기간에  따른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분류


그란 셀레지오네로 자기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C.C 와인은 이미 약 300 여년전부터  생산되었다.

3세기에 걸친 이 와인 역사는 와인병에서 들어난다. 바로 병목에 걸려있는 동전크기만한 병목라벨 때문인데

여기에는 당당히 걸어가는 검은 수탉의 옆모습과 그아래에 1716 이라는 숫자가 선명히 새겨져 있다.



             

                     위↑: 끼안티 클라시코 병목에 걸린 검은 수탉 라벨



숫자 1716는 토스카나를 다스리던 '코시모 드 메디치 3세' 가  C.C 와인이 생산될 수 있는 장소와

그럴 수 없는 장소와의  경계를 공포한 해이다.

라벨안의 수탉은 위 연도와는 직접 상관없지만  메디치 3세가 법으로 공포해서 보호할 정도로

중요했던 현재의 C.C 와인 생산지역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C.C 와인 지역을 얘기할때 검은 수탉 전설은 꼭 등장하는 단골 메뉴다.

이전설은  12~13세기경 토스타나주의 피렌체 남부에서 시에나 북쪽에 이르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다.이곳은 올리브,곡물, 포도가 풍부해서 그당시 앙숙이였던

피렌체공화국과 시에나 공화국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혈전을 벌이던 곳이다.


수 십년에 걸쳐 전쟁을 치뤘지만 결말이 나지않자 두 공화국은 곧 지치게 되었고 이에

다음과 같은 화회책을 내기에 이른다.  닭이 울면 양 공화국의 기사가 참가하는 말경주를 시작하는데

반대편에서 달리던 기사가 만나는 지점이 두 공화국의 국경이 되는 조건이었다.

이에 시에나측은 흰 수탉을  택해  먹을것도 풍성히 주고 잘 돌보았다.

반면, 피렌체측은 검은 수탉을 데려와 닭장에 가둬놓고 먹이도 제대로 주지 않아서  닭은

굶주림때문에 항상 울어댔다.


드디어 말 경주날이  왔고 항상 배고픈 피렌체 수탉은 새벽부터 울었고 이에 피렌체측 기사는 새벽부터

달리기 시작해 정오쯤에는 시에나가 멀지않은 폰테루톨리 마을에 도착한다.그쯤 반대편에서 허겁지겁

달려오는 시에나 기사와 마주치게 되는데 그는 잘 먹어 배가 항상 불렀던 흰 수탉이 늦게 우는 바람에

뒤늦게 출발하게 되었던 것이다.


검은 수탉 덕분에 시에나 코앞까지 국경을 넓히게된 피렌체공화국은

끼안티 연맹(Lega del Chianti) 이란 조직을 세워 새로 차지한 지역을 다스렸다.

또한, 수탉을 연맹기에 그려넣어 수탉의 공로를 기리는것도 잊지 않았다.


그란 셀레지오네 C.C 와인의 꽃은 단연 산조베제 품종이다.

산조베제(Sangiovese) 단어는  Sangue di Giove가  어원이며  '제우스의 피'라는 뜻이다.

이탈리아에서 재배되는 레드품종의 11%는 산조베제일 정도로 대중적이며

재배되는 곳마다 그곳 방언으로 불리게되어 무려 44개에 달하는 다른 이름이 존재한다.


다양한 기후와 토양조건에 쉽게 자기 변이를 일으켜 클론만도 상당수다,

잘 알려진 클론을 들자면 산조베제 피콜로, 산조베제 그로쏘, 프루뇰로 젠틸레,

산죠베제 로마뇰로 그리고 모렐리노가 있다.


C.C와인규정은 산조베제 품종을  최소 80%에서 부터 최대 100%까지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산조베제를 최소 80%일 사용했을경우  나머지 (20%)는 다음의 품종을

블랜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토착품종: 카나이올로,맘모로, 콜로리노, 칠리에졸로

국제품종: 카베르네 소비뇽, 카베르네 프랑, 메를로,시라


산조베제에 토착품종을 블랜딩하면 '전통스타일의 그란 셀레지오네',

국제품종을 섞으면 '새스타일 그란 셀레지오네'라 부른다. 그러나 시장에

출시되있는 그란 셀레지오네의 상당수는 산조베제 품종만으로 양조된것이다.

또한, 그란 셀레지오네 C.C와인이  빈티지나 리제르바에 비해 눈에 띄게 다른점은

항상 포도밭 이름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3종류의 끼안티 클라시코는 피렌체 남부와 시에나 북부에 걸쳐있는 총 9개 마을(아래 지도 참고)에서 생산된다.


       

                      위↑: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지역(피렌체와 시에나 사이에 있음)


9개 마을의 토양은 약 5800~3300만 년전 사이에 형성되었는데 이시기의 지형은

사암(sandstone), 알베레제(alberese), 갈레스트로 (galestro)로 압축될 수 있다.

사암은 모래가 굳어진 암석이며 알베레제는 석회암이 풍부한 이회토성분이고

갈레스트로는 점토가 섞인 편암의 일종으로  잘 부서지는 반면 투수성이 좋다.


     


수세기에 걸쳐 일어난  산조베제와 주변의 자연조건(테루아)이 일으킨 상호작용을 해독해낸후

그것에 적절한 양조법으로 담아낼줄 알았던 와인 생산자들의 본능과 능력이 낳은 결과물

그란 셀레지오네 - 끼안티 클라시코 와인의 정수 라 할 수 있겠다.


9군데 마을에서 생산된  9종류의 개성이 서로 다른 그란 셀레지오네 와인 시음 소감 포스팅을 기대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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