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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 수확량 최고 기록, 그러나 최고 와인 탄생의 예고는 아니다.

와인과 얽힌 짧은 이야기들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15. 4. 4.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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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 사진:Bruno Cordioli Wikimedia Commons)


맥도날드 햄버거로 대표되는 초스피드 음식문화에 반대해 1980년대 자기가 살고있는 고장에서 난 농산물 먹기,

제대로 잘 먹기등을 슬로건으로 하는 슬로우 푸드(Slow Food)운동을 탄생시켜 세계음식문화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던 카를로 페트리니(Carlo Petrini)가 올 해 예상되는 포도대풍작이 와인품질과 와인가격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썼다.


그의 기사는 일부 야권성향의 정치가들에게 "왜 고품질 와인은 비싸야만 되고 소수의

부자들만 즐겨야 되죠?" 라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다음은 이탈리아 주요 일간지 "La Repubblica"에 실린 기사를 옮긴내용이다.

                                                                             

2010년 포도 수확량 최고기록... 그러나 최고 와인탄생의 예고는 아니다.


현재까지 큰 기상이변이 없는 순조로운 날씨로 인해 이탈리아 와인용 포도생산이 전 년대비(2009년)

약 5%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대풍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이탈리아 와인생산자는

추수감사재를 지내기는 어려울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동안 이탈리아 농림수산부는 "우수품종은  최상의 포도밭에서 재배" 원칙을 완화해 일반 포도밭에서도

우수품종을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결과 바롤로 와인이 1리터당 2유로, 바르바레스코 와인은 거기에도 못미치는

1유로 몇 센트의 푼돈에 팔려나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격폭락 조짐은 대형 와인유통업자에게는 하늘이 내린

선물일 수 있으나, 슬로우 푸드 창시자 카를로 페트리니의  절친한 와인 양조업자 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소식일 수 밖에 없다.


올 해도 연례행사처럼 수확될 포도의 품질과 양에 대해서 이구동성으로 많은 이야기가 오고가는데

마치 축구경기가 있던 이튿날 아침 축구팬들이 바(bar)에 모여들어  경기결과를 놓고 침튀기는 언쟁을

벌이는 장면과 같다.


8월 초 부터 이탈리아 대중매체는  이탈리아 포도수확 예상량이 프랑스의 그것을 초월했다는 낭보를 퍼트리고 있다.

와인관련기관들은 올 해의 와인생산량이 전 년도에 비해 5%정도 늘어난 4750만 헥토리토로 예상하는 반면,

알프스 이북 사촌인 프랑스의 생산량은 예상치를 약간 밑도는 4730만 헥토리토로 예상하고 있다.


다음은 카를로 페트리니가 와인용 포도풍작 소식을 접한후 우려의 목소리다.


"끓어오는 흥분을 억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다음을 얘기하면 시간낭비일지도 모르겠다.

와인을 양조하는 절친한 친구들이 나에게 가르친 바에 따르면 어떤 해의 포도농사 결과는 수확한 포도를

양조장에 운반한 순간부터 몇 달이 경과된 후에 알 수 있다 했다. 포도 수확시기를 약 3주 정도 앞둔

지금은 기상이 갑자기 돌변할 수 도 있고 수확예상량을 벗어날 수도 있는 불안정한 시기다.


포도는 살아있는 유기체이며 최후의 결과물인 와인의 가능성과 잠재력은  발효라는 마술기간이 지난 후에야

드러난다. 발효후 갖 태어난 와인은 오크통과 병 안에서 번갈아 가며 일어나는 숙성과정이 기다리고 있으며

이 모든것을  끈기있게 기다릴 줄 아는 양조자의 인내심과 동반되었을때 위대한 와인으로 탄생될 수 있다.


나는 이탈리아 와인산업의 미래에 대해 좀더 진지하게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 이탈리아 와인산업의 현실은

복합적인 관점에서만 해석될 수 있는 전환시기다. 올해의 포도풍년이 몇 년전부터 이탈리아반도 전체에

퍼져있는 와인 벌크 판매같은 덤핑행위를 중단시킬 거라고 생각치 않는다. 또한, 대형 와인유통업자나

병입업자들과 연줄이 닿아있는 마당발 와인중개상들이 이탈리아 와이너리들을 샅샅이 뒤지고 다니고 있다.


재고와인을 처리하지 못한 와이너리들은 올 해 수확된 포도 양조에 필요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울며겨자먹기로 재고와인을 헐값에 처리할 수 밖에 없는 사정에 직면해있다. 설상가상으로 와인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와인시장의 추세는 소비자가 마시는 와인의 품질은 전혀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와인 벌크 샵에 가면 바롤로 와인을 1리터당 2유로 50센트에 살 수 있다는 소식과 함께 2005년 빈티지

부르넬로 몬탈치노 와인도 비슷한 사정이라는 우울한 얘기를 들었다. 내가 개인적으로 흠모하는

바르바레스코 와인도 1유로에 몇 센트정도 추가하면 벌크 샵에서 살 수 있다는 소문은 차라리 외면하고 싶다.


왜 이런 우울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까? 한마디로 포도재배면적 제한 정책의 실패가 부른 사태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와인생산자들은  포도재배 면적을 늘리는 것을 자제하고 면밀한 조사끝에 찾아낸

특급밭에만 우수품종을 심어 와인의 품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최근 10년 동안 바롤로,바르바레스코, 부르넬로 와인의 생산량은 두 배 증가했고

아마로네 와인도 연간 생산량이 4백만병에서 천 6백만병으로 폭팔증가 했다.

이러한  과다 생산붐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해도 꾸준히 상승세였던 와인가격과

한 병에 40유로 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낙관론을 단번에 짓밟아 버렸다.


이 모두 다음의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에 생긴 인과응보다.

"와인 수요가 늘면 포도나무 식수를 제한해서 가격상승을 막고

경제가 어려울때는 고품질 와인의 생산량을 줄여 가격하락을 미연에 방지한다"


프랑스의 동료들이 몇 년전 위기에 처했을때 이를 지혜롭게 극복한 대처방법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위기를 타계할 수 있겠다.

포도의 품질이 신통치 않차 프랑스 샴페인 생산자들은  와인생산량을 30%정도 감소하기로

결정했고 포도재배자,단위별 협동조합,양조업체 모두 이결정을 실천해 품질과 가격하락을

잡는데 성공했다 한다.


또한 포도생산량이 과하자 프랑스 크뤼급와인 생산자들은 과다생산된 양은 한  등급을 낮추는 방법으로

대처했다. 이것을 이탈리아에 적용하면 잉여 바롤로는

랑게 네비올로로 등급을 낮추어 바롤로 생산수위와 가격유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겠다.

마찬가지로 부르넬로 몬탈치노는 로쏘 디 몬탈치노, 아마로네 델라 발폴리첼라는 발폴리 첼라 로쏘로 

각각 등급을 조정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역사가 긴 와인을 문화유산처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와인시장이

불안정한 틈을 이용해 고급 와인이 일부 병입자들의 손에 헐값에 넘어가는 와인투기를

막아야 한다.그리고 와인생산자들은  고품질 와인은 전통적으로 명성있는

크뤼급 포도밭에서 자란 수령이 오래된 나무에서만 딴 포도로 만든다는

양조 신념을 보여줘야 한다.


이것이 선행되지 않으면 바롤로 와인이 바캉스 행렬로 장사진을 치루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한 병에 8유로 가격으로 팔리는 신세에 처할 수 있다.

와인의 품질에는 관심 없는 유통업자와 대형와인생산자에게 호기를 제공하고

이탈리아 와인의 르네상스를 되돌려논 중소규모의 와인생산자들의 의욕을

상실하게 할것이다.


요즘 평소부터 잘 알고 지내는 와인생산자들로 부터 믿지못할 하소연을 들었다.

"요즘들어 이웃 포도밭에 우박이 내려 포도생산량이 줄었으면 하는 생각을 부쩍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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