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3월 14일 *토리노 중심가로 부터 약간 외진곳에 위치한 "이탈리아 소믈리에 협회 피에몬테 지국"에서 ARPEPE(아르페페) 와이너리가 생산한
"Valtellina Superiore Sassella Rocce Rosse"와인 6종 버티칼 시음회가 열렸다. 밤 9시가 넘은 시간이였지만 발텔리나지역
와인자체에 대한 호기심과 피에몬테주 밖에서 나는 네비올로 와인의 현주소를 알고자하는 와인애호가로 시음실은 가득했다.
*토리노 (Torino,이탈리아 최북서단에 있는 피에몬테주의 주도)
오늘의 참가자 대부분은 피에몬테주 출신으로 네비올로 와인의 아성에서 태어났고 이를 마시면서 자란 네비올로 숭배자다.
이말은 네비올로는 입자가 고른 석회석과 점토, 모래가 골고루 섞인 회색빛 또는 푸른빛도는 토양에서 재배되며
결과적으로 타닌과 산도가 강한 남성적이며 선이 굵은 네비올로만이 존재할 뿐이라고 믿는다는 뜻이다.
이런 피에몬테 네비올로 우월주위자들 앞에서 '아르페페 와이너리'를 이끌어가는 삼총사중 홍일점인 이사벨라는 발텔리나 지역소개와
이곳의 토양이 와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단호하고 거침없이 이어나갔다. 발텔리나 와인에
대한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단어하나 하나는 피에몬테 네비올로 지상주의자들의 고정관념 틈을 비집고 들어갔다.
이사벨라가 발표하고 있는 모습
시음소감에 앞서 이사벨라가 발표한 내용을 잠시 간추려 보고자 한다.
발텔리나는 *롬바르디아주 북동쪽에 위치하며 동서로 길게 뻣어있는 렛티케 알프스(Rettiche Alpi, 해발4000m)와
오로비에 알프스(Orobie Alpi,해발 3000m) 사이에 위치한 계곡이다. 총 길이는 약 120km이지만 와인을 생산하는 곳은 약 30km 내에 있는 16개 마을이다.
코모호수가 멀지않고 계곡을 따라 아다(Adda)강이 흐르며 북,남쪽에 버티고 있는 알프스덕분에 일년내내 선선하고 쾌적한 날씨를 보인다.
포도밭은 해발 190 m~700m높이에 집중되있으며 모두 남과 남동쪽을 향하고 있다.
*롬바르디아주(Lombardia, 이탈리아 북부 중앙에 위치한 주, 밀라노가 주도)
네비올로품종은 개화와 열매가 이르지만 성숙은 늦은 가을에 이뤄지기 때문에 본산지에서는 농부 애먹이는 까다로운 품종으로 알려졌다.
피에몬테 동쪽 국경에서 170km정도 떨어진곳에서 동종품종을 그것도 기상조건도 만만치 않은 발텔리나에서 가꾼다는것은 곱절의 어려움을 감수한다는
뜻이므로 이색적일 수 밖에 없다.
이곳에서는 네비올로를 끼아벤나스카(chiavennasca)라고 불리는데 비록 품종은 랑게에서 왔어도 이름만은 발텔리나화 되있다.
끼아벤나스카는 이곳 방언이며 '와인만들기에 좋은 포도'라는 뜻이다. 네비올로 포도가 자욱한 안개속에서 익기 때문에 안개를 의미하는 네비아(Nebbia)에서 빌려온 사실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데 발텔리나에서는 포도가 익을때 안개가 나타나지 않으니 기상과 연관되는 이름을 붙일 필요는 없다. 또한, 랑게의 네비올로는 부드러운 언덕에서 재배되는 것에 비해 발텔리나 계곡이 산악인것을 감안해 '산의 네비올로'라고 불린다.
이것외에도 발텔리나 지역이 랑게에 비해 단연코 다른것은 밭의 형태라 할 수 있는데 테라쩨(terrazze)라 불리는
일종의 계단식 밭이다. 산악이라 포도를 재배할 경작지가 희귀하기 때문에 돌을 파내고 드러난 평편한 곳을 밭으로 일군다음
힘들게 가꾼 밭이 무너지지 않게 돌맹이로 가장자리를 대었다. 이 테라쩨는 포도나무 한 그루 심을 정도로 좁아
수확한 포도는 게를라(gerla)라 불리는 광주리로 직접 운반해야 하기때문에 기계도움은 전혀 바랄 수 없다.
폭우가 내린 후 테라쩨 한 쪽이 무너지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에 보수작업도 수시로 해야한다. 자연조건과 육체노동이 일으킨
극단적인 농사조건으로 이탈리아인들 사이에서는 "영웅적인 포도재배 지역 vitivinicola eroica"으로 알려져 있다.
테라쩨 경작지
발텔리나 테라쩨에서 억척스럽게 포도를 재배하기 시작한 건 로마시대부터다. 지금 발텔리나의 중심지는 손드리오(Sondrio)지만 예전에는 그 동쪽에
있는 테리오(Teglio)마을 이였다. 로마시대에는 Tellius라 불렀고 후에 라틴어로 계곡을 뜻하는 vallis 와 결합해 vallis Tellius로, 나중에는 valtellina로
변했다. 베르길리우스(로마시대 시인, 서사시 아이네이스의 저자)와 플리니우스(로마의 정치가, 학자 '박물지'의 저자)도 발텔리나 와인에 대해 기록했을
정도로 역사 깊은 와인이다. 13~14세기때는 롬바르디아 전역은 물론, 스위스의 쮜리히, 독일의 쾰른까지 수출되었는데 독일에서는 'Veltliner '란 이름으로
알려졌었다.
1700년 대 말에는 해마다 10만~15만 헥토리토의 발텔리나 와인이 북유럽으로 실려나갔다. 엄청난 양의 와인이 담긴 보테(나무통)를 실은 수레가
2,000m의 알프스 정상을 아무탈없이 넘도록 보장하는 일은 발텔리나를 지배하던 영주들의 능력을 증명하는 잣대였다.
랑게의 네비올로가 1800년 대 중엽에 이르러 바롤로란 이름으로 유럽의 여러나라에 알려지기 시작된것에 비하면 발텔리아 와인은
국제적인 명성을 꽤 오래전부터 누려왔다.
아르페레 와이너리는 1860년대 부터 와인을 생산해왔지만 와인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것은 1980년대로 창립자의 4대손인
'아루투로 페릿잣티(Arturo Pelizzatti)'가 물려받은 후부터다. 아루투로의 개혁은 그 당시까지만해도 부친의 성인 페릿잣티(Pelizzatti)로 불렸던
와이너리이름에 모친의 성인 페레고(Perego)을 추가하면서 시작됐다. 즉, 자기 이름인 ARturo 와 부모의 성인PElizzatti PErego의 앞 두 자모만
떼어붙인 ARPEPE가 회사이름이 된다. 선조들이 물려준 Grumello에 있는 포도밭 외에 사쎌라, 인페르노에도 포도밭을 사들였다. 땅이 넓어진다는 건
끊임없이 테라쩨를 일구고 보수하는등 일복이 넘친다는 뜻이된다.
어느날 아르페페 와이너리는 자금사정이 않좋아지게 되어 먼저 Winefood사에, 후에는 GIV(Gruppo Italiano Vini)사에 차례로 인수된다.이 회사들은
다국적 와이너리로 자금력은 갖추었지만 국제적 입맛을 쫓는 발텔리나 와인을 대량생산했다.
조상이 물려준 와이너리가 발텔리나 와인 공장이된것을 못마땅하게 여기고있던 아루투로는 이회사가
부채에 놓이게 되자 역으로 잃었던 땅들을 하나하나 되산다.
1987년 모든땅을 되찾은 아루투로는 그동안 잃었던 명성과 발텔리나 와인의 원래맛을 되찾기로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조상들이 하던방식대로 와인을 빚는게
최선이라 결정한다. 압착한 포도를 20~25일동안 침용을 한 후 대형 밤나무통에서 장기숙성를 시킨후 나무통에서 머문 시간만큼 병에서 와인을 숙성시켰다.
그의 동료들은 유행에 뒤쳐지는 구식 와인이라고 아루투로를 놀려됐지만 그는 자기 신념대로 밀고나갔다.
드디어 1990년 Sassella Rocce Rosse 가 첫 출시되었고 그동안 빈정대던 동료들을 단 번에 침묵하게 만들었다.
아루투로가 전통방식을 고수해 만든 와인이야기는 랑게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전통방식 옹호자와 현대방식 옹호자로 나뉘어져
숙성방식차이로 이견차이를 보이는것과 일맥상통한다.또한, 아루투로의 고집은 아마로네 와인의 대부 '주제페 퀸타렐리'와 겹친다.
2004년 아루투로가 갑자기 사망하는 바람에 현재는 그의 세 자녀들이 부친의 뒤를 이어 와이너리를 이끌어가고 있다.
에마누엘레, 귀도 그리고 오늘 시음회를 진행하는 이사벨라다. 그들은 부친의 철학과 옹고집을 그대로 이어받아 시장의 공급,수요법칙을
무시한체 전통방식 지상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아르페페는 총 13헥타르의 포도밭을 소유하는데 그 중 *Sassella(사쎌라)에만 총 8헥타르가 있다. 와이너리의 대표 와인인 Rocce Rosse는
사쎌라에 있는 노른자위 포도밭이름이다. 사쎌라 포도밭에서 생산된 와인은 발텔리나 다른곳의 와인보다 우아하고 섬세하다고 알려졌는데
아르페레와인은 그 정의가 옳음을 확신시켜 준다.
*Sassella(사쎌라)카스티오네와 손드리오서쪽에 위치한 130여 헥타르의 크뤼급 포도밭
오늘 시음한 와인은 1966,1999,2001,2002, 2005, 2007년 빈티지였고 앞의 4종류는 최소 8년 숙성을 거친후 출시되었다.
2005년도는 내년에 출시될 예정이고 2007년도는 병숙성중이라 두 빈티지 시음은 * 엉 프리뫼가 되는격이다.
같은 품종이라 해도 발텔리나가 돌 성분이 많은 토양에서 온 와인이라 랑게의 그것과는 맛과 향에서 상당히 달랐다.
안토시안이 결핍되어 네비올로 특유의 선명한 루비색이 났고 빈티지가 오랜된것일수록 뜨거운 느낌이 드는 짙으면서 선명한 루비색을 살짝드러냈다.
(*엉 프리뫼: 새 와인이 시장이 나오기전에 전문가를 불러 미리 시음하는 행사)
여러모로 발텔리나 네비올로는 비슷한 조건의 산악지형에서 나오는 발레다오스타주의 'Donnas'나 북피에몬테의 '카레마'를 많이 닮았다.
작은 적색과일과 꽃 향기에 이어 끊임없이 올라오는 3차 부케향이 서로 다른 땅에 살고 있는 쌍둥이 네비올로란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전체적으로 타닌이 부드럽고 산미도 적절한 여성스러운 네비올로라는 느낌이 지배적이였다.
와인시음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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