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 디 네리 와이너리는 밭이 속한 토양과 해발 고도의 다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실현에 그들의 반생을 바쳤다. 다른 말로 하면 부르넬로의 차별성이 응집하는 장소를 간파하는 능력을 스스로 증명해왔다. 물론 선별에 그치지 않고 발굴한 속성을 진심을 담아 와인으로 풀어내려 했다. 카사노바 디 네리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그 부르넬로가 거기서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준다.
40대 중반에 들어선 조반니 네리는 곡물 유통업자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고 있었다. 그는 사업차 몬탈치노에 자주 왕래했고 그러던 차 한 농장이 그의 눈에 띄었다. 여러 농작물을 혼작 하는 농가로 와인은 부차 품목으로 밀려나 있었으나 포도가 심어진 언덕은 토양, 일조량, 해발 고도의 조건이 예사롭지 않았다. 이 밭이면 조반니가 유년기부터 마음속에 그리던 와인을 만들 수 있을 것만 같았다. 48세가 되던 1971년, 그는 농장을 인수했고 와이너리를 출범시켰다. 이름은 자기 성을 따 카사노바 디 네리라 지었고 네리 가족 (Di Neri)의 새 집(Casanova)이란 뜻이다.
농장 시절에도 와인을 양조하긴 했지만 생산자 표기 없이 저가로 시장에 풀렸다. 조반니는 당장 생산을 중단하고 포도밭 수종부터 바꾸었다. 토질 조사를 세부적으로 벌인 뒤 토양별로 밭을 구분하고 산조베제 클론을 매칭 시켰다. 첫 실적은 6년 후에 나 왔는데 Vino Rosso Dai Vigneti di Brunello(뜻, 부르넬로 밭에서 나온 레드 와인)라는 긴 이름의 와인이었다. 라벨을 부착한 병에 담긴 채로 판매용으로 나온 와인으로는 최초다. Vino Rosso Dai Vigneti di Brunello는 로쏘 디 몬탈치노의 전신으로 아직 해당 와인 규정이 제정되려면 6년을 더 기다려야 했다.
1978년에 첫 부르넬로인 에티케타 비앙카(Etichetta Bianca)가 시판에 들어갔다. 에티케타 비앙카는 다채로운 미세기후와 토양의 묘미를 이끌어낸 블랜딩 부르넬로다. 당시는 색이 짙고 묵직한 보디와 알코올이 타닌의 거친 맛을 보완하는 파워가 대세였다. 조반니가 시도한 부르넬로가 30년이 흐른 뒤에 유행하고 있으니 그의 결정이 얼마나 혁신적이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에티케타 비앙카는 데뷔이래 부동의 아이콘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곧 40번째 빈티지가 시판 예정이다.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Docg 에티케타 비앙카 2018
와이너리 인근의 피에솔레 밭과 포데르누오보 밭의 조화미가 돋보인다. 포데르누오보는 2000년에 인수했으며 해발이 450미터로 카사노바 디 네리의 밭 중 포도가 가장 늦게 익는다. 풍화에 민감한 점토와 석회암 기반 토양을 밤나무 숲이 둘러싸고 있다.
육안검사와 광학 렌즈 검사대를 통과한 안전한 송이만 양조장에 보내진다. 원추 모양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25일간 발효와 침용을 했고 침용시 펌핑오버를 작동시켜 성분을 우려냈다. 슬라보니안 오크로 옮겨 숙성 42개월, 병 숙성 6개월을 했다. 체리, 자두, 말린 오렌지, 넛맥 향기가 밝은 분위기를 낸다. 타닌은 조밀한 짜임새가 주는 탄탄함과 균형감이 이루는 완성도가 높다. 산미에 아삭한 맛이 돌며 입안을 과일향기로 채운다.
조반니는 포도밭 인수에 박차를 가한다. 다음은 에티케타 비앙카 밭에서 10km 동쪽으로 치우친 체레탈토 밭 차례로 이는 싱글 빈야드 부르넬로 개막을 알리는 전령사다. 그리스 원형극장의 관중석 형태로 구부러진 밭을 철, 마그네슘, 석회석이 덮고 있으며 동쪽으로 아소 강이 흐른다. 체레탈토는 화이트 트러플 자생지로도 알려졌는데 화이트 트러플은 오염된 땅에서는 포자를 퍼트리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로서 체레탈토의 청정도는 증명된 셈이다. 작황이 좋은 해는 품질과 아로마의 순도가 특출해 그런 해의 부르넬로는 36개월 오크 숙성을 하고 병 숙성 기간을 24개월로 늘린다. 병 숙성을 리제르바 보다 길게하니 리제르바라 불러야 마땅하나 조반니는 싱글빈야드로 남기로 했다. 2017년은 작황이 네리 가족이 정한 싱글빈야드 기준에 못미쳐 아쉽게도 체레탈토를 포기했다.
1991년 조반니 네리는 세상을 떠났고 아들인 자코모 네리가 가업을 물려받는다. 부전자전이라고 후계자의 땅에 대한 애착은 고인 못지않다. 현재 카사노바 디 네리 소유로 된 포도밭은 총 63헥타르에 이르며 이를 7군데로 세분해 관리하고 있다. 자코모는 일곱 개의 다이아몬드라 부르며 보석처럼 다룬다. 각 다이아몬드마다 와인을 지정했고 토양별로 클론을 매칭 시켰다. 클론마다 오크 원산지와 사이즈를 달리했다. 예를 들면 앞에 언급한 에티케타 비앙카 부르넬로는 섬세함과 우아함이 생명인데 이를 유지하기 위해 슬라보니아산 오크를 골랐다. 타닌이 강해 떫은맛이 나는 테누타 누오바와 조반니 네리 밭은 타닌 결을 유연하게 다듬기 위해 5백 리터 프랑스산 오크를 사용한다.
남동쪽에 위치한 체티네 Cetine 밭은 세 번째 부르넬로에 헌정했다. 자코모의 남동지역 진출을 기념하는 뜻 깊은 밭이라 이름을 새(Nuova)농장(Tenuta)이란 뜻을 지닌 테누타 누오바라 지었다. 해발 300~350의 포도밭 아래로 빌베리, 타임, 금작화 Genisteae, 노간주 같은 지중해 허브 숲이 펼쳐진다. 검붉은 과실, 꽃 아로마에 지중해 허브와 짭짤한 내음이 더해져 향기가 깊어진다. 이탈리아 와인 매거진 감베로 로쏘는 1997년 빈티지를 두고 "몬탈치노의 엘리트 생산자들은 자코모 네리와 그의 와이너리를 더 이상 제외시킬 수 없다" 라고 실었다. 또한 2001 빈티지는 Wine Spectator가 올 해의 100대 와인으로 선정했다.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Docg 테누타 누오바 2018
남부의 풍부함과 원만함, 이회토, 점토와 석회암 파편, 화산토, 자갈밭이 주는 힘이 느껴진다. 육안 검사와 광학렌즈를 통과한 신선한 포도를 원추형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 안에서 발효와 침용 기간을 24일 가졌다. 이어 프랑스산 5백 리터 오크와 병 숙성 기간을 도합 48개월 가졌다. 단단한 구조가 중심을 잡고 있으며 타닌이 입에 닿는 순간 긴장감이 번진다. 산미가 경쾌하며 구조는 마치 실 뜨기 한 것처럼 섬세함이 배어있다. 케이퍼, 빌베리, 스파이시, 블랙체리, 블랙베리가 농밀함과 원숙함을 발한다.
2021년은 카사노바 디 네리 창립 50주년을 맞는 뜻깊은 해다. 조반니 네리의 후손들은 이를 축하하기 위해 2017년에 인수한 토치 Tocci 밭을 창립자에게 헌정하기로 뜻을 모았다. 토치 밭이 일곱 번째 다이아몬드가 된 사연은 이렇다. 밭주인이 밭을 판다는 소문이 돌자 구매 의사를 밝힌 후보자가 꽤 나섰다. 하지만 카사노바 디 네리가 다른 후보를 제치고 밭 임자가 되었다. 땅 주인이 네리가족이 몬탈치노 출신임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몬탈치노 남부 산탄젤로 인 콜레와 카스텔누오보 델 아바테 중간에 위치한 토치 밭은 해발 390미터에 점토와 석회석 혼합토가 부스러진 자갈, 화산토가 섞여있다. 무엇보다 수령이 창립 연도와 같은 50년이다.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 Docg 조반니 네리 2018
첫 데뷔라 관심이 모아진다. 구조감이 출중하며 높은 산미, 강직한 타닌은 5백 리터 프렌치 오크에서 30개월, 병숙성을 18개월 거치면서 부드러움을 얻었다. 숙성 전에 이중 선별한 산조베제를 원추형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 24일 놔두면서 발효와 침용을 했다. 초콜릿, 자두, 딸기, 말린 오렌지 필의 달콤함과 블랙티, 바이올렛, 감초, 발사믹 여운이 매혹적이다. 산도의 전체적인 느낌이 원만하며 예리함도 잊지 않는다. 풀 보디와 단단한 구조, 미네랄의 쌉쌀함이 밸런스를 이루며 레드 과일의 잔향으로 마무리 한다.
게시된 글은 온라인 와인 매거진 WineOk 에 2022년 12월 12일에 게제 된 글입니다.http://www.wineok.com/3019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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