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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 화이트의 여왕-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토스카나와인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1. 1. 31.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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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카나는 산조베제 와인의 본산지이며 프리미엄급 산조베제 대부분이 이곳에서 온다. 토스카나 화이트 와인을 들자면 국제 품종 와인(샤르도네, 소비뇽 블랑), 베르멘티노, 안조니카, 말바시아 비앙카, 트레비아노 토스카나가 있다.

 

그러나 국제품종은 토스카나 토착품종이 아니니 제외시키고 말바시아와 트레비아노는 드라이 한 맛을 내는 일반 와인과 빈산토 디저트 와인 양조에 쓰이고 있다. 베르멘티노와 안조니카는 각각 리구리아주와 시칠리아 주가 본산지니 국제 품종과 같은 외래품종이지만 토스카나 기후에 잘 맞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품종이라 할 수 있다.

 

토스카나에서 장구한 세월동안 재배되었으며 토착화되다시피 한 화이트 품종은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Vernaccia di San Gimignano)를 둘 수 있다. 산 지미냐노 마을(San Gimignano)의(di)  베르나차(Vernaccia)란 뜻을 지닌 이 품종은 말 그대로 산지미냐노가 원산지며 우리가 알고 있는 베르나차의 풍미, 스타일은 물론 명성도 이곳에서 구축되었다.

 

▶산 지미냐노 마을 소개 포스팅 blog.daum.net/baeknanyoung/372 이탈리아의 맨해튼-중세 탑이 유명한 산 지미냐노

 

베르나차 디 산지미냐노 품종. 이미지 출처 https://www.discovertuscany.com

산조베제 바다에서 유일한 섬과 같은 존재. 토스카나 화이트 중 유일하게 Docg급  프리미엄 와인으로 우뚝 선 존재. 그래서 토스카나의 화이트 여왕(La Regina Bianca di Toscana)이란 별명을 얻게 된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이하 베르나차 와인)를 좀 더 알아보기로 하다.

 

<역사>

다 수의 이탈리아 토착품종처럼  최초로 재배된 곳과 시기는 정확지 않다. 다만, 그 품종을 최초로 언급한 공식 기록을 기초로 여러 가지 가정을 추론해 낼 수 있을 뿐이다. 베르나차 와인을 최초로 언급한 기록은 13세기 것이며 와인의 전파는 산 지미냐노 도시의 흥망성쇄와 연관이 있으며 17세기까지 전성을 누렸다.

 

13세기 말 자료에 따르면 유럽 왕실, 교황, 부유한 상인들은 식사할 때 베르나차 와인을 마셨다고 한다.

 

14세기 산지미냐노 출신 시인 Folgore는 베르나차 와인에 헌정하는 시를 지었다. 베르나차는 데카메론을 쓴 보카치오와 단테 알리기에리를 매혹시켰다. 여기서 잠시 단테가 베르나차 와인과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을 알아보자.

 

1299년 단테는 피렌체 공화국 궬피당(교황당) 대사로 임명되어 산 지미냐노를 방문한다. 당시 산지미냐노는 로마성전 순례길이 통과하는 교통요지였으며 샤프론 향신료와 베르나차 와인 무역으로 막강한 부를 누리고 있었다. 단테는 임무를 마치고 피렌체로 돌아갔는데 산지미냐노 정부는 단테가 머물렀던 시청사 건물 1층 내부를 아름다운 프레스코화로 장식하고 이를 단테 홀로 명명한 뒤 단테에게 헌정했다.

 

이후 단테는 산 지미냐노의 추억을 그의 일생 역작 '신곡'에 남겼다. 연옥 편 제24곡 19~24에 기록했는데 내용은 이렇다. 교황 마르티노 4세는 볼세노 호수에서 잡아 온 뱀장어를 베르나차 와인에 담가 술 취하게 한 뒤 구워서 먹었다. 그러한 식탐 때문에 교황임에도 불구하고 연옥에서 금식의 벌을 받고 있다.

 

15세기 1465년 위대한 로렌조 대공( Lorenzo Il Magnifico)의 누나 Nannina De Medici 결혼식 축배주로 올랐다. 1487년 루도비코 스포르차 밀라노 공작은 왕실가 결혼식에 쓰일 축배주로 산 지미냐노 시청에 2백 Fiaschi (피아스코는 와인 병. 용량은 1.5리터, 2리터)를 주문했다고 한다.

 

16세기 피렌체와 산지미냐노 귀족들 사이에 산지미냐노 농장과 포도밭 소유가 유행했다. 이때 구입한 포도밭에 베르나차를 식재했고  와인의 생산량도 급격히 늘어났다.

 

1553년, 교황 파올로 파르네제 3세의 와인 총책임자이자 이탈리아 최초 와인 평가지를 저술한 산테 란체리오( Sante Lancerio)는 이러한 기록을 남겼다. 1536년 교황은 Poggibonzi(피렌체 주변 소도시)에 잠시 머물렀는데 여기서 산 지미냐노 와인을 맛보았다. 맛있게 다 드셨으며 마을에 축복을 내리셨다.

 

르네상스 화가이자 건축가, 미술가 열전의 저자인 조르조 바사리(Giorgio Vasari)는 베끼오 궁 내부 복원을 맡았다, 궁의 정수라 할 수 있는 500인의 홀 내부에 베르나차 와인을 풍자한 "산 지미냐노와 발 델사 언덕 알레고리 Allegoria di San Gimignano e Colle Val d'Elsa"를 그렸다. 그림내용은 사티로스(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정령)가 산지미냐노 도시를 배경으로 베르나차 와인을 마시고 취한 모습이다.

이미지 출처. Wikipedia. 조르조 바사리 작  5백인 홀에 그려진 그림

 

17세기  이탈리아 투어 가이드북의 저자인 영국인 Francis Scott는 산 지미냐노를 섬세한 베르나차 와인이 나오며 성당을 멋지게 장식한 특별한 도시라고 칭송했다.

 

<어원>

가장 잘 알려진 어원은 두 개다. 하나는 '여기'란 뜻을 지닌 라틴어 vernaculum가 변형되었다는 설이다. 여기에서 나온 와인이라니! 여기가 어디 있는 줄 모르는 타인에게 이보다 더 황당한 이름이 있을 수 있을까. 의아하게도 고대 이탈리아에는 '여기 와인'이 많았다.

 

사르데냐 섬의 오리스타노가 원산지인 오리스타노 베르나차(Vernaccia di Oristano, 화이트 품종, 셰리처럼 플로르 숙성해 만든 강화 와인), 마르케주 세라페트로나 마을에서 나오는 세라페트로나 베르나차( Vernaccia di Serrapetrona, 레드 품종, 디저트 와인)를 둘 수 있다. 이 와인들은 후에 지명과 결합되어 정체성을 갖게 되었고 토착품종으로 자리 잡게 된다. 이 품종은 어원만 같지 유전자도 다르고 스타일도 전혀 다르다.

 

다른 하나는  리구리아주 친궤테레에 속하는 베르나짜 어촌에서 왔다는 설이다. 베르나짜는 항구도시였고 베르나짜에서 나온 와인은 항구에서 지중해로 수출되었다고 한다.

 

<토양과 기후>

플리오 시대(약 180만 년에서 680만 년 전 사이)때 해저가 솟아오른다. 이 고대 바다는 산 지미냐노의 언덕의 기원을 이룬다.

 

베르나차가 가꾸어지는 언덕 고도는 200~400미터이며 황색 모래와 점토로 되어있어 투수성이 좋고 토질이 부드럽다. 기온은 최저 -5°C  최고는 37°C이며  바람이 자주 불어오며 안개 끼는 날이 적다.

 

<품종과 숙성기간>

 

베르나차 와인은 산지미냐노 주변의 7군데  마을에 속한 지정된 포도밭에서 수확한 베르나차로만 만들어진다. 면적과 해발고도가 규정으로 정해져 있으며 이 규정을 만족하는 밭은 해발 200~400미터 간격에 놓여있으며 면적은 740헥타르(약 216만 평)다.

 

품종 비율:

주품종: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최소 85%,

보조 품종: 토스카나 주가 허용하는 화이트 품종  최대 15%(단 뮬러 트루가우, 모스카토 비앙코, 말바시아 등의 아로마 품종은 제외)

 

<와인 타입>

안나타(annata, 매년 나오는 와인, 기본 와인 )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 숙성기간은 5개월, 숙성용기의 소재는 제한을 두지 않는다.

리제르바: 오크나 스테인리스 스틸 숙성은 최소 11개월+ 병 숙성 3개월

 

<와인의 맛과 향>

베르나차 디 산 지미냐노는 포도 아로마를 솔직하게 표현한다. 흰 꽃, 자몽, 레몬, 아몬드, 골든 사과향이 주된 향기이며 산미가 높고 짭짤한 맛이 어우러져 지중해의 감성을 풍긴다.

 

그러나 숙성기간 중 바닥에 가라앉는 효모를 자주 섞어주면서 숙성하거나(쉬르 리 숙성) 오크통에서 숙성하면 복합미가 더해진다. 특히, 리제르바 타입에서 이러한 개성이 도드라지는데 이스트, 바닐라, 페트롤, 견과류, 허브향이 잔잔하게 피어오른다. 보디감도 묵직해지고 향기로 맡았던 과일, 미네랄, 아몬드가 입안에서도 그대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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