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중 가장 큰 명절인 성탄절과 연말연시가 예년과 같지 않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어 가족모임이 인원수와 횟수에 제한이 심해졌습니다.
한국처럼 먹는데서 정이 붙는다고 생각하는 이탈리아인 들에게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소식일 수밖에 없는데요. 하지만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서는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전반적입니다. 5인 이하로 하루에 한 번 식사 모임을 허용한다는 규칙을 지키면서 성탄절 분위기를 최대한 즐기려고 센스를 발휘하고 있습니다.
이탈리아의 성탄절 전통은 12월 25일 날 부모나 친척집을 방문해서 점심을 나눕니다. 풀코스로 식사를 준비하는데 코스마다 한 두가지 요리가 나와 식사가 길어져 오후 5시나 6시나 돼야 점심이 끝납니다.
우리 가족은 4명으로 조촐하고 다들 소화능력이 떨어져서 코스요리는 사양하기로 했어요. 가장 이탈리아적인 전통음식이 들어간 약식 코스요리로 메뉴를 짜 과식 방지와 남는 음식 처리에 골머리를 썩지 않기로 했어요.
전채요리는 세 가지로 줄이고 꼬떼끼노와 렌틸콩, 인쌀라타 루사, 살라티니를 준비했어요.
꼬떼끼노와 렌틸콩은 성탄절보다는 신정에 먹는데 우리 식구는 앞당겨서 먹기로 했어요. 이유는 렌틸콩은 돈을, 꼬떼끼노는 풍요를 상징한대요. 꼬떼끼노는 돼지고기와 비계, 향신료를 돼지 내장에 넣어 익혔는데 지방 함량이 높아 느끼한 음식이에요. 올해는 코비드 때문에 어려웠던 해라 심리적 보상을 받으려고 느끼하지만 많이 먹기로 했어요.
렌틸콩을 돈과 연결하는 관습은 구약에서 받아들인거라 하네요. 이삭은 에서와 야곱의 쌍둥이 아들을 두었는데 하루는 형인 에서가 몹시 배가 고팠는데 동생이 렌틸콩을 넣어 쓴 죽을 먹고 싶어 했다고 합니다.
평상시 형의 장자권리를 탐내던 야곱은 형에게 렌틸콩 죽을 주는 대신 장자권을 얻었다고 합니다. 구약시대의 장자권은 장남만이 가질 수 있는 신성한 권리였으며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는 합법적 권리였다고 합니다.
꼬떼끼노는 고기 사이를 비계 조각이 채우고 있는 지방이 많은 음식입니다. 이걸 먹을 정도면 건강하고 신체 무탈하다는 표시라고 합니다. 15세기경 에밀리아 로마냐 주에 있는 미란돌라 도시가 적군에게 포위된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때 이 도시의 군주 조반니 피꼬는 동네의 모든 돼지를 도살하고 부위를 빠짐없이 갈아서 향신료를 섞은 다음 돼지 발에 채워서 익히라고 정육점에 명령합니다.
궁여지책으로 탄생한 음식은 다행이 맛이 좋았고 기름덩이의 음식을 먹은 시민들은 용감히 싸워서 적군을 물리쳤다고 합니다.
인쌀라타 루싸(Insalata Russa)는 러시아식 샐러드란 뜻인데요. 이탈리아식 사라다 입니다. 과일은 넣지 않고 야채 위주 샐러드입니다. 마요네즈는 홈메이드입니다.
살라티니는 보기에 고급스러운 전채요리인데요. 짭짤하고 바삭한 페스트리의 고소한 맛과 시큼 달큼한 토마토소스 맛이 잘 어울려요.
이탈리아인 식탁에서 치즈는 빠질 수 없어요. 로비올라, 브리에, 라스께라, 토마 치즈, 살라메 조각으로 모양을 내 봤어요. 술안주에는 제격이죠.
우리는 피에몬테 가정이라 아뇰로띠 라비올리는 명절 때 빠질 수 없어요. 이탈리아는 지역마다 고유의 라비올리가 있는데 피에몬테 지방은 사각형 모양이랍니다. 돼지고기,소고기,닭고기, 계란, 파미자노 치즈 가루로 반죽한 소를 야들야들한 밀가루 반죽이 볼록해질때까지 채웁니다.
아뇰로띠는 파스타 요리에 속하지만 고기소로 채워져 있어서 메인요리가 될 수도 있어요. 아뇰로띠를 한 접시 가득 먹으면 고기 요리 먹은 것 마냥 속이 든든하기 때문이랍니다.
아무리 배불러도 건너뛸 수 없는 디저트. 이탈리아인들은 진수성찬으로 호강했어도 디저트가 빠지면 뭔가 허전하고 불안합니다. 성탄절 점심이 음식수가 많음을 아는 사람들은 자신의 소화능력과 크기를 계산해서 음식양을 조절하고 천천히 먹습니다. 위장의 1%를 남겨두고 디저트를 먹을 만큼 이탈리아인들의 디저트 사랑은 각별합니다.
성탄절 디저트로 가장 사랑받는 파네토네(Panettone). 이걸 빼놓으면 성탄절은 단팥 없는 호빵이고 콩가루에 버무리지 않은 인절미 신세입니다. 구정에 떡국을 먹어야 구정을 제대로 쇤 거나 마찬가지예요.
빠네토네는 밀가루, 버터, 계란, 건포도, 설탕에 절인 오렌지 껍질을 넣어 최대로 부불려 만든 빵입니다. 파네토네는 모양에 따라 밀라노식과 피에몬테식의 두 종류로 나눈다고 합니다. 밀라노식은 아래 사진(↓)의 형태와 비슷한데 폭이 좁고 좀 더 날씬해요(높이 20~30cm). 피에몬테식은 키가 작고(15cm 정도) 옆으로 더 퍼졌어요. 아래 사진처럼 말이에요.
밀라노식과 피에몬테식의 차이는 유산지 몰드위에 솟아 나온 부분이랍니다. 밀라노식은 빵이 둥글게 부불어 올라있는데, 피에몬테식은 글라싸로 코팅했어요. 글라싸는 일명 헤이즐넛 글레이즈(hazelnut glaze)라고 하는데 피에몬테 산 헤이즐넛인 노촐라가 주원료인 노촐라 크림입니다. 은은한 헤이즐넛 향을 피우고 씹을 때 바삭거리는 식감이 별미죠. 밀라노식 파네토네가 주류인 파네토네 시장에서 피에몬테 식이 인기를 유지하는 비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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