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신 바롤로 패밀리- 페르디난도 프린치피아노

와이너리 방문기

by 이탈리아 와인로드 2020. 12. 25. 03:30

본문

와이너리의 안내와 시음을 담당하는 니콜로. 직원이라기 보다는 페르디난도의 열성 팬이라는 느낌을 준다

바롤로 와인은 우리가 프리미엄 와인에 갖고 있는 설렘과 기대를 충족시킨다. 유독 와인 마시는 날에 운이 나쁘거나 이상한 경로를 거처 저가로 풀린 바롤로가 아닌 이상 본전 생각이 들지 않는다.

 

엄격한 와인 규정, 일련의 양조, 숙성 과정은 엄격한 통제를 받고 있으며 다년간에 숙련된 노하우는 바롤로 와인의 만족도를 극대화 하는 추세다.

 

하지만 뭔가 아쉬운 감이 남는다. 맛있는 바롤로는 많지만 양조하는 이의 치열함, 번뜩이는 정신, 진정성을 담은 바롤로는 쉽게 만나지질 않는다. 170군데로 쪼개진 밭들이 자기는 다른 밭 하고 다르다고 외치며, 농축미와 복합미를 높이기 위해 포도는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 잘려 나가고 있다.

 

아홉 개는 찼으나 한 개가 부족하다. 한 개의 결핍은 미완성에 대한 미련을 남긴다.

 

요즘 신세대나 바롤로 변방에서 꿈틀거림이 감지되고 있다. 느리지만 윤곽이 확실하고 메시지도 또렷하다. 11군데 바롤로 마을의 극서, 극남쪽 즉, 바롤로 마을로부터 떨어져 있는 위성 밭들로부터 온다.

 

변방의 밭 들은 면적이 넓고 경계선과 이웃한 밭 수가 적어 밀집도가 낮다. 정상이 450~500 미터로  평균 고도를 훌쩍 넘는다.주변 마을보다 연 평균 기온이 낮아 예전에는 바롤로 와인에 적당치 않다고 외면을 받았었다.

 

주목을 받지 못했기에 상대적으로 바롤로 거장들이나 유서깊은 와이너리의 이곳 밭 사재기는 덜했다. 농부 티를 벗고 바롤로 생산자로 전향한 신참이나 양조학을 졸업하고 스타쥬(견습)를 끝 낸 밀레니얼 세대는 밭 매매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이곳이 기회의 땅이었다. 미발견된 밭의 잠재성은 그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했다.

 

페르디난도 프린치피아노를 찾아가기로 했다. 그와의 만남은 간접적으로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바롤로에 커피를 마시러 바에 들어갔는데 바 주인이 이곳을 꼭 가보라 했다. 두번째 만남은 이곳 촌부들이 나누는 대화 속에 그의 이야기도 있었다.

외부에 드러나는 와이너리 표시는 전혀없다. 현관 입구에 걸린 생산자 로고

며칠 전 그를 방문하려고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다. 홈페이지로 갔더니 로고가 화면의 반을 차지하고 한 모퉁이에는 sns와 독점 유통사 링크를 걸어 두었다. 주소는 와인 평가지를 뒤져서 알아냈다. Monforte d'Alba 마을, via Alba 거리 4번지.

 

시골이라 거리가 한산해서 주소를 쉽게 찾아냈다. 문제는 그런 주소를 가진 건물이 일반 아파트 건물이었고 와이너리라 단정 할 수 있는 표시는 어디에도 내걸려 있지 않았다. 하다못해 wine tasting이 쓰여있는 오크통도 보이지 않았다. 건물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아파트 우편함에서 Ferdinando Principiano이름을 발견했다.

 

안내된 곳은 응접실 분위기였고 와이너리라기보다는 개인집 안방에 무단 침입한 기분이 들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아파트 1층이 사무실이자 테이스팅 룸이고 양조와 숙성실은 지하에 있었다. 직원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니콜로가 안내와 시음을 맡았다. 그의 태도에서 고용인라기보다는 사장의 열성 팬에 더 가까웠다.

 

디테일한 양조지식, 포도밭에 대한  이해도, 마치 자신이 와이너리를 일군 장본인 처럼 와이너리 역사에 대해  막힘없었다. 다양한 애호가와 전문가의 방문을 치러낸 자부심이 묻어있었다. 어쨌든 페르디난도 프린치피아노는 니콜로한테 내부일을 맡겨두고 밭에 나가 포도 가꾸는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와이너리 내부에 걸려있는 페르디난도의  사진

 

페르디난도 프린치피아노 와이너리

 

1993년 페르디난도는 2대째 경작해오던 포도밭을 물려받는다. 와이너리에서 멀지 않은 몬포르테 달바와 이웃한 세라룬가 달바에 있는 6~7헥타르(2만 1천 평) 크기의 밭인데  아버지 세대는 여기에서 나온 포도를 적당한 값을 밭고 와이너리에 넘겼다.

 

페르디난도는 농부로서 삶을 끊고 와인생산자로 전향한다. 2003년, 남들과 같은 방식을 써서 비슷한 와인을 만드는 자신에 문득 싫증이 났다. 기술상 흠잡을 때 없는 없는 와인이나 영혼이 빠졌다. 그리고 와인 생산자보다는 포도밭을 돌보는 농부이길 바랬다.

 

이후, 페르디난도의 오디세이가 시작된다. 농약, 화학 비료, 제초제 사용을 중단하고  포도밭을 유기농법으로 관리하기로 한다. 페르디난도에 따르면 화학약품에 내성이 생긴 포도나무가 독을 해독하고 유기농 열매를 맺으려면  적어도 10년은 걸리고  자가 해충방어력을 회복하는데도 비슷한 세월이 소요된다.

 

페르디난도가 가장 노력을 기울인 부분은 포도나무의 자연나이를 존중하는데 있다. 바롤로 원료인 네비올로는 보통 40년이면 수명이 다했다고 여겨져 뽑아 버린다. 하지만 페르디난도는 포도가 자연사할 때까지 놔둔다. 

 

로무알다 바로베라 밭은 평균 수령이 70살이고 라베라 밭은 1934년에 식재를 해 수령이 86세가 되간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열매 수를 적게 열어 바르베라는 1그루당 5백 그램, 네비올로는 8백 그램 안팎이라고 한다.

 

무공해 상태의 포도는 내추럴 와인 양조법 선순환으로 이어져 포도의 자연상태는 전 과정에서 유지된다. 이산화황을 제거하거나 첨가하지 않는 게 그의 철칙이다. 그의 바롤로 와인에서 이산화황 검출량은 40mg/liter이며 일반 허용기준인  80mg/litre ~120mg/litre을 훨씬 밑돈다.

 

알코올 발효는 자연효모가 일으키며 실온에서 발효한다.

 

페르디난도 전 와인을 관통하는 정신은 아로마 순도의 발현이다. 순도의 재현 성공여부는 수확시기에 달려있다. 보통 수확일은 농부의 오랜 경험과 아카이브 된 기후 통계를 측정해서 나온 약속날짜다. 페르디난도는 포도가 실제로 익는 시기는 약속 날짜 훨씬 이전으로 본다.

 

보통 바롤로 생산자들은 네비올로를 10월 중순에 수확하는데 그는 10월 초순에 한다. 포도를 나무에 오래 놔두면 당도가 높아지고 그것으로 빚은 와인의 알코올 농도는 상승한다. 페르디난도의 바롤로는 다른 생산자들보다 1~1.5도 낮은 13.5도 다. 포도밭이 서늘하고 알코올 농도가 낮으니 포도의 고유 아로마와 풍미가 알코올 농도에 가려지거나  알코올에 흡수되버리는 일이 없다.

 

랑게 네비올로 2019. 스테인리스 스틸 탱크에서 숙성했다

랑게 네비올로 Langhe Nebbiolo 2019, 알코올 13도

 

카발로또 와이너리의 오너이자 와인메이커인 알피오 카발로또는 바롤로 와인의 수준을 알려면 먼저 랑게 네비올로를 마시는 게 순서라 했다. 기본기가 잘 되어 있어야 내공이 쌓이고 어려운 바롤로를 제대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페르디난도의 랑게 네비올로는 알피오의 의견을 가감 없이 직설적으로 표현한다.

 

맑고 투명한 루비색을 낸다. 체리, 라즈베리, 크랜베리의 맑은 향기가 퍼진다. 허브와 스파이시 향이 섬세하다. 타닌은 떫은 맛을 자제하며 침을 신속하게 말린다. 타닌의 느낌은 입술 주위와 혀 끝에서 맴돌다가 사라진다. 산미는 예리하고 생동감 있다.

Barolo Ravera di Monforte 2016

Barolo Ravera di Monforte 2016. 13.5도

라베라 디 몬포르테(Ravera di Monforte) 밭에 1934년에 식재된 네비올로로 만들었다. 밭 경사도가 심해 비가 오면 밭이 급류에 휩쓸려 갈까 봐 나무를 뽑아버린 적이 없다고 한다. 페르디난도는 나무가 자연사할 때까지 놔두어 수령의 구성은 60년에서 86년으로 다양하다. 라베라 토양은 점토, 석회석, 모래로 되있으며 모래 비율이 약간 높다.

 

네비올로는 미케트(Michet)란 생체형(biotpype 또는 sub-variety라 함)인데 열매 크기가 작다. 그루 당 열매는 1kg 내외로 열린다. 최근에 바롤로 생산자들이 람피아 네비올로로 교체하고 있는데 그 추세로 봤을 때 페르디난도의 결정은 흥미롭다(네비올로 품종은 네비올로 품종 정리 포스팅을 참고하세요 blog.daum.net/baeknanyoung/352).

 

실온에서 알코올 발효를 하며 하루에 두번씩 펌핑 오버(알코올 발효도중 발생하는 탄산가스가 포도껍질과 씨를 위로 밀어올리는 현상)를 해서 주스와 껍질을 섞게 한다. 알코올 발효 후에 침용을 하며 40일 정도 걸린다. 숙성은 4백 리터 용량 오크통에서 2년 한다. 병입 한 뒤 1년을 병 숙성한다.

 

잔에 따를 때 감초, 체리, 장미, 민트, 체리, 제비 향, 말린 오렌지 껍질 향이 흘러 나온다. 잠시 후 잔을 흔들면 잔디, 타임, 후추 계열의 스파이시 뉘앙스가 잔잔히 퍼진다. 타닌은 구조가 잘 짜여있고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타닌은 입술 주변부터 조여오다가 입 전체로 번지면서 꽉 차오른다. 산미가 경쾌하며 과일의 싱그러운 맛을 살려준다.

 

Barolo Boscareto 2013. 와이너리의 시그니처 와인이다

Barolo Boscareto 2013. 알코올 농도 13.5도

와이너리의 시그니처 바롤로다. 타닌이 강직하고 숙성력이 뛰어난 바롤로가 나온다는 세라룬가 달바에 속하는 보스카레토 밭에서 온다. 밭 높이는 4백~450 미터에 네비올로 묘목은 1970년도에 심어졌다.

 

토양은 석회석, 점토가 주이며 소량의 철이 포함되었다. 1그루당 7백 그램의 열매를 맺는다. 자연 효모가 알코올 발효를 일으키며 이산화항을 첨가하지 않았다. 2008년 빈티지부터는 포도송이 통째로 알코올 발효한다. 포도 자루에서 잘 익은 타닌을 얻기 위해 한 결정이다. 대신 발로 압착하는데 그러면 자루가 부러지는 것을 방지하면서 부드럽게 포도를 압착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한다.

 

알코올 발효 과정과 방식은 라베라 바롤로와 동일하며 숙성은 슬라보니아산 대형 오크통에서 3년 한다. 이후 병입 해서 3년간 안정과 숙성을 추가했다.

 

루비색이 짙으며  오렌지 빛 섬광이 내비친다. 감초, 체리, 말린 장미, 자두, 라즈베리, 유칼립투스의 로만틱한 향기를 발산한다. 부싯돌과 약간의 금속 향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타닌에서 힘이 전해오며  결은 유려 하면서도 절제미가 있다. 산미는 깔끔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쌉쌀함과 다채로운 맛은  잘 결합을 이루어 밸런스가 뛰어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