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이 맛있는 곳은 음식도 맛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이탈리아 와인 산지는 음식도 십중팔구 맛있다. 지금 마시고 있는 와인이 궁금해서 와인 정보 바다에 검색의 거물을 치면 지방 별미가 서너 개씩 딸려 나온다.
바롤로 11군데 마을은 지금은 포도밭 일색이지만 30~40년 전만 해도 포도밭은 숲, 목장, 과수원, 밭과 함께 농촌의 경관을 이루는 부분이었다. 바롤로에서 사는 사람들이 양식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하나의 완벽한 공동체였다.
숲은 땅의 다이아몬드란 화이트 트러플을 품고 있으며 개암나무에서는 노촐라(헤이즐넛) 열매를 맺었다. 목장은 토마 치즈와 파소네 고기(피에몬테주 토종 소고기)의 공급처였고, 밭에서 거둔 밀로는 바롤로의 유명한 타야린 파스타와 아뇰로 띠 라비올리를 만들었다.
이런 음식들이 나오는 식탁에는 바르베라, 돌체토 와인이 올랐다. 친구를 초대하거나 명절 같은 특별한 날에는 네비올로를 열었다. 더운 여름에는 시원한 아르네이스 화이트 와인으로 더위를 식혔다. 소금을 넣지 않고 볶은 노촐라의 구수한 맛과 바삭거리며 짭짤한 그리시니는 요기도 되고 안주거리로는 최상감이다.
이름은 다르지만 와인마다 타닌의 식감과 세기가 다르지만 과일과 꽃 향기가 흐드러지고 산미가 경쾌하다. 산미가 높은 와인은 고기, 버터, 치즈를 기본재료로 한 음식이 당기게 마련이다. 마치, 기름기가 도는 음식을 먹고 난 뒤 시큼한 김치를 찾는 이치와 같다
바롤로 와인은 현지인들에게는 결혼식, 졸업식, 금혼식 등 특별한 순간과 함께 하는 인생 와인이다. 평범한 하루가 모여 우리의 삶을 이루듯 일상의 고단함을 어루만져주는 와인은 바롤로의 특별함보다는 바르베라나 돌체토 같은 푸근한 와인이다.
바롤로 와인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농부들의 식탁에 풍성하게 했던 구수한 음식이 유명세를 타게 되었다. 왕의 와인, 와인의 왕이라 불리는 바롤로와 함께 할 음식이니 요리는 그 수준에 맞게 세련되어지고 맛깔지게 다듬어져 고급 코스요리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바롤로 마을은 와인 하는 사람이건 음식 하는 사람이건 꼭 다녀가야 하는 식도락 버킷리스트로 등장한 지 오래다. 바롤로 요리는 이탈리아 요리가 파스타, 피자가 다 일거라 여기는 한국인들 기준에는 한참 벗어난다. 이렇게 된 데는 프랑스가 가까웠고, 16세기 중반 프랑스 사보이 왕실이 피에몬테주로 수도를 이전한 후 프랑스 요리는 바롤로 식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로칼 식재료가 프랑스 식 조리법과 식재료 고유의 풍미를 재현하는 해석법이 만났다. 그래서 토마토소스보다는 버터, 모차렐라 치즈보다는 단단하고 묵힌 토마 치즈, 듀람 밀로 뽑아낸 스파게티 면보다는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생파스타가 대신한다.
아래의 요리들은 바롤로를 투어 할 때 가격대나 서비스의 차이를 불문하고 레스토랑 메뉴에 올라와있는 기본 메뉴들이다. 바롤로 지역은 랑게에 속해 있으니 랑게 요리라 해도 무난하다. 물론, 계절에 따라 계절 메뉴가 추가되지만 사시사철 만날 수 있는 클래식 메뉴로 자리 잡았다.
미슐랭 스타 제조기, 마크 란티에리가 오너인 레스토랑 (0) | 2022.01.27 |
---|---|
랜선 먹방투어-바롤로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해요(동영상) (0) | 2021.02.22 |
2020 알바 화이트 트러플 경매에서 최고가로 낙찰 된 트러플 세트 (0) | 2020.11.14 |
겨울은 나에게 맡겨라 - 속 든든한 이탈리아식 옥수수죽 (0) | 2020.11.03 |
모차렐라와 파스타가 전부가 아니다 (0) | 2020.1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