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9월 말에 방문한 랑게는 포도 수확의 절정기에 달해 있었다. 이미 화이트 품종과 조생종인 돌체토는 수확이 막 끝났고 바르베라 수확 날짜를 카운트다운하고 있었다.
와인 생산 당사자들은 2018년을 한마디로 최상의 빈티지가 될 거라고 전망했다. 봄에 우박을 맞아 포도농사를 망친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상당수의 생산자들은 포도 수확량 대비 품질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쟁취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과신은 금물. 만일 포도밭 농사와 관리를 게을리하지 않고 제 때에 했다면 그렇다는 얘기다.
이 가정에는 왕중왕의 기대치가 빠져 있다. 워낙 품질은 기본이기 때문에 왕중왕을 가리는 건 사람의 손에 달려있다는 얘기다.한 와이너리 주인장은 이렇게 얘기하면서 위의 주장을 확인했다. "2018년 왕중왕은 농사꾼의 손길과 보살핌의 정도가 결정한다."
2018년은 비가 적당히 내려 건기인 7~8월 에 포도나무가 물을 찾으려고 쓸데없는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았다. 뜨거운 날씨가 포도당을 끌어올려 알코올과 구조감이 좋다. 뜨거웠지만 고급 산(acid) 만들기에 지장이 없어 주석산(tartaric acid) 함량이 사과산(malic acid)을 초과하였다.특히, 포도씨앗이 골고루 잘 익어 타닌의 품질이 예년의 수준을 훨씬 넘을 거란 추측이 네비올로 생산자들을 기쁘게 했다.
9월 중순에 접어들면서 갑자기 조석 기온이 급하강하면서 네비올로 수확을 눈앞에 두고 있던 바롤로와 바르바레스코 생산자들은 호재를 불렀다. 마침, 우리는 이런 예민한 시기에 와이너리를 방문했는데 일부 와이너리, 특히 가족이 운영하는 소규모 와이너리는 바쁜데도 불구하고 시간을 할애했으며 그들의 와인을 최적으로 시음할 수 있도록 자세한 설명을 아끼지 않았다.